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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도전, 세 번째 주관사? IPO 삼수생 케이뱅크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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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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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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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만 시키고 바꿔” 불만 쇄도
벼랑 끝 케이뱅크, 목표치 수정 불가피
핀테크 자금 유입 바로미터 될 전망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 시도에 나서며 또다시 주관사 교체에 들어갔다. 무리한 몸값 설정과 반복된 상장 실패로 업계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조차 ‘고생만 하고 돈은 못 받는 구조’에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 속에서 기업가치 조정을 통한 상장 강행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른다.

실패 책임 전가+성과 없는 계약 반복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9일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하고 상장주관사 재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2021년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IPO 도전장을 내민 케이뱅크가 주관사 선정을 위해 RFP를 배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가장 먼저 공동대표주관사로 나선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 세 곳이다. 당시 이들 세 증권사가 공동대표주관을 맡았고, 이후 삼성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금리 급상승 등 요인으로 공모주 시장이 냉각됐고, 공모 절차의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상장이 무산됐다.

케이뱅크는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10월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때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정됐으며, 인수자로는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낙점됐다. 두 번째 시도에서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난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두 번째 시도마저 무산됐다.

어느덧 세 번째 도전을 위한 케이뱅크의 RFP 배포를 두고 증권업계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가 너무 많은 리스크를 안고 상장 준비에 나섰다가 시장 상황이나 발행사 판단에 따라 갑작스럽게 철수를 통보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성공률 낮은 물건’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이 세 번째 주관사 선정이라는 점에서 단순 해프닝이 아닌 ‘증권사 소모성 활용’에 대한 비판 또한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일각에선 “실컷 고생만 시키고 끝에 가서 바꾸는 식”이라는 불만까지 쏟아졌다. 상장 성공 시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로 계약이 이뤄지는 IPO의 특성상 프로젝트가 무산될 경우, 그간의 모든 실무와 인력 투입은 고스란히 주관사의 비용으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케이뱅크처럼 대어급 기업의 IPO가 드문 만큼 ‘처음부터 빠지겠다’는 선택지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케이뱅크 사옥/사진=케이뱅크

무리한 고평가로 고배, ‘몸값 할인’ 가능성↑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이번에는 기존 대비 밸류에이션을 대폭 낮춰 상장 성사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업권 전반의 유동성이 축소된 가운데 케이뱅크로선 더 이상 IPO를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선 두 차례의 실패가 모두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 만큼 ‘지금 상장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압박감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관건은 경쟁 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향방이다. IPO 추진 기업은 추정 기업가치와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산출해 내는 과정에서 사업 유형과 규모 등이 비슷한 경쟁 기업을 기업가치 비교군(피어그룹)으로 선정하게 된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2021년 9만4,40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이달 22일 종가 기준 2만2,700원까지 떨어져 있다.

케이뱅크는 첫 IPO 도전 때 약 7조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했고, 지난해에는 최대 5조3,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기 원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는 시총 3조원 안팎 수준이면 수요예측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 경우 기존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IPO도전이 케이뱅크에 대한 외부 신뢰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내부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시장 전체가 지켜보는 IPO, 케이뱅크가 갖는 상징성

케이뱅크의 IPO는 단순히 한 은행의 상장 문제를 넘어 핀테크 업계 전반의 자금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급성장한 핀테크 업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탓에 “성장성에 비해 투자 회수 시점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IPO는 핀테크 산업 전반의 ‘자금 유통 테스트’라는 상징성을 가진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렇다 보니 케이뱅크가 유의미한 밸류에이션으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력도 상당할 전망이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후속 투자 유치에도 명분을 부여하는 건은 물론, 투자자들로 하여금 ‘핀테크는 여전히 성장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산업’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터넷은행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반면, 이번 IPO가 또다시 실패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타협할 경우엔 시장 전체가 핀테크 산업을 기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향후 수년간 핀테크 기업들이 IPO나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설 때마다 케이뱅크 사례가 회자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케이뱅크의 상장 성사가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만큼이나 상장 실패가 업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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