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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리브존 제약 그룹, 이멕스팜 인수 사실 공시 SK그룹,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각설 부인해 실적 악화 국면 타파 위한 구조조정 일환인가

SK그룹이 베트남 제약 회사 이멕스팜(Imexpharm)을 중국 리브존 제약 그룹(Livzon Pharmaceutical Group Inc.)에 넘긴다. 자회사 실적이 줄줄이 악화하며 그룹 차원의 경영 위기가 본격화하자, 현금 확보를 위해 과감하게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SK 품 떠나는 이멕스팜
22일(이하 현지시각) 리브존 제약 그룹은 공시를 통해 이멕스팜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리브존 제약 그룹은 간접 자회사를 통해 이멕스팜 주식 총 약 9,984만 주(발행 주식 64.81%)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 주식은 SK그룹의 투자 자회사인 SK인베스트먼트비나III 보유분 7,345만 주(지분율 약 47.7%), 썬라이즈 킴(Sunrise Kim) 보유분 1,502만 주(약 9.8%), KBA 보유분 1,136만 주(약 7.4%) 등이다.
인수 절차는 양측이 합의한 내용과 현행 법규에 따라 진행되며, 공개 매수가 이뤄질 경우 호찌민증권거래소(HOSE)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공정거래 심사, 외국인 소유 한도 등 조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가정했을 때 이번 거래는 종료 기일인 2026년 2월 22일 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가 완료되면 이멕스팜은 리브존 그룹의 해외 자회사가 되며, 이멕스팜의 재무 실적은 리브존 그룹 연결 재무제표에 통합된다.
이멕스팜을 인수한 리브존 제약 그룹은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의약품 연구&개발(R&D)·생산·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화학 의약품 제제 △원료의약품(API) △중간체 △생물의약품 △전통 중의약 △진단 시약·장비 등 보유 제품군도 다양한 편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18억1,200만 위안(약 2조2,670억원), 지배주주 순이익은 20억6,100만 위안(약 3,960억 원) 수준이다.
매각설 결국 현실 됐다
시장은 이멕스팜의 최대 주주인 SK그룹이 '결국'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K인베스트먼트비나Ⅲ는 2020년 이멕스팜 지분 25%(인수대금 비공개)를 매입한 뒤 꾸준히 지분율을 확대해 왔다. 이멕스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투자금을 쏟아부었다는 의미다.
SK그룹은 시장에서 꾸준히 확산하던 '매각설'에 대해서도 한동안 확답을 내놓지 않아 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해외 언론들은 SK그룹이 이멕스팜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SK그룹은 재무 자문사와 협력해 제약 회사, 사모펀드 전문 투자 기관 등을 대상으로 매각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설이 제기된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SK그룹 측은 지난달이 돼서야 관련 입장을 밝혔다. 성민우 이멕스팜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25일 개최된 이멕스팜 정기주주총회에서 “SK는 여전히 이멕스팜의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성 의장은 SK 호치민 사무소장이자 자회사 SK주식회사의 부회장이다. 그는 “현재 SK는 베트남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어 이 과정에서 이멕스팜의 지분조정이 검토될 수 있으나, 이 같은 전략이 반드시 이멕스팜의 지분 매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 기간 동안 SK는 이멕스팜의 최대 주주로서 기업 경영에 계속 참여할 것이며, 효율적인 운영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의 위기
시장은 SK그룹이 이멕스팜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결정적 원인으로 '경영 위기'를 지목한다.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24조6,904억원으로 전년(128조7,984억원) 대비 3.19% 줄었다. 영업이익은 2조3,552억원으로 지난해(4조7,539억원) 대비 50.46%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5,28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종속회사의 순이익을 지분율에 따라 합산한 지배기업소유주지분순손실은 1조2,926억원까지 불어났다.
SK㈜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은 정유·에너지·배터리 부문의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정유·화학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1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1년 전보다 83.4% 급감한 수준이다.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온은 전년 대비 86.8% 증가한 1조86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SK에너지도 전년 대비 86.9% 급감한 5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차전지 분리막 제조 계열사 SKIET(SK아이테크놀로지) 역시 지난해 2,910억원의 영업손실을 떠안으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위기에 빠진 SK그룹은 리밸런싱 차원에서 계열사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의 2024년 연결 기준 자회사 수는 649개로 전년(716개)보다 67개 줄었다. 지난해 12월에는 SK㈜의 100% 자회사인 특수가스 제조사 SK스페셜티의 지분 85%가 2조7,000억원에 팔려 나가기도 했다. 영업이익률이 15.6%에 달하는 '알짜 자회사'를 현금 확보 차원에서 과감히 매각한 것이다. 이 밖에도 △크래프톤(매각가 2,660억원) △SK렌터카(8,200억원) △SK피유코어(4,024억원) △CMP(화학적기계연마)패드 사업부(3,410억원) △박막 사업부(950억원) 등이 지난해 SK의 품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