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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불안에 ‘월세’ 선호 가속화, 임대차 10건 중 8건 월세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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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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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플랫폼 집토스 임대차 거래 분석
전세 사기 위험 부담 등으로 월세 선택
전세 종말 코앞, 월세 시대 도래

올해 단독·다가구 주택의 전세 거래 비중이 급감했다. 전셋값 상승과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임대인과 단기 거주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늘면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독·다가구 월세 거래, 올 1분기 81% 기록

23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올해 1분기 전국의 단독·다가구 주택 임대차 거래 12만6,053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세 거래는 2만4,417건으로 전체의 19%에 그쳤다. 10가구 중 8가구는 월세라는 얘기다. 2021년 1분기는 전세 거래가 5만7,714건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으나 4년 만에 이 비중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최근 전세사기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권리관계 확인이 어려운 단독·다가구 주택의 구조적 한계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처럼 가구별로 구분 등기가 돼 있으면 보증금의 안정성을 판단하기가 쉽다. 하지만 단독·다가구 주택은 전체 건물 기준으로 선순위 권리를 확인해야 해 안정성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등기사항증명서만으로는 각 가구의 임대자 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임대인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집토스의 설명이다. 구분등기가 된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세 거래 비중은 2021년 1분기 65%에서 올 1분기 53%로 12%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아파트 월세 비중도 40%대 유지

월세화 현상은 비(非)아파트 시장뿐 아니라 아파트 시장에까지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 계약 총 23만3,958건 가운데 월세 계약은 15만1,095건으로 전체의 64.6%를 차지했다. 이는 대법원에 확정일자 정보가 취합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작년 1분기(10만2,292건)와 대비해서는 5만 건 가까이 월세 계약이 늘었다. 같은 기간 월세 계약 비중도 55.6%에서 급상승했다.

서울 주택의 월세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서울 주택의 월세 계약 비중은 지난해 2분기 58.9%에서 3분기에 60.3%, 4분기에 61.2%로 증가세를 보인 뒤 올해 1분기에 6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비중이 커졌다. 2021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40%대 수준이던 월세 비중은 역전세난과 전세사기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2022년과 2023년에 50%대로 높아졌고 지난해는 평균 60%를 넘겼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경우 100만원을 훌쩍 넘는 월세 거래가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서울 아파트 임대 계약 6만5,843건 가운데 월세 계약은 2만7,625건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1분기 42.1%와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 비중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 가치 산정 기준 변화 전망

이 같은 통계는 월세가 '특수한 형태'가 아니라 '보편적인 계약 방식'이 돼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선 임대인들도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보증금을 받아 운용할 유인이 줄어든 반면, 월세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입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전세금 회수가 불확실해졌고 임대인 스스로도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흐름은 주택의 적정 가치 산정 기준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주택가격은 수익환원법(미래 수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식) 기준으로 보면 고평가라는 지적이 많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 주택 가격은 역사적으로 연간 임대료의 20배를 넘지 않는 수준이 적정하다. 이 이상이면 고평가로 본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이 대표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를 한국 아파트에 적용하면 대부분 버블 상태로 간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강남의 A아파트는 매매가 30억원에 연간 월세 수입이 7,200만원으로, 임대료 대비 매매가격 비율이 40배를 초과한다. 이는 분명히 높은 수치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한국 아파트의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순수 월세 중심이 아니라 전세라는 특수한 임대차 제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월세화가 본격화되면, 지금처럼 전세가 비율이 아닌 월세 금액이 주택의 등급을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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