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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증권사 "한은, 5월 금통위서 금리 내릴 것"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0%대까지 내려앉아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이후 추가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이 빠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해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5월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
26일 프랑스 투자은행(IB) BNP파리바는 '한국은행 금통위 프리뷰: 신중한 완화 기조 유지' 보고서를 발표하고, 오는 29일 개최되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이라 내다봤다. 한은이 통화 정책 결정 시 국내 경제 성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리고 통화 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는 시각이다. 독일 IB 도이체방크 역시 최근 "한은이 기존 전망대로 정책금리를 25bp(0.25%p)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그 배경으로 지속적인 내수 부진과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을 꼽았다.
증권가에서도 유사한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한은이 5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나, 차후 금리 인하와 관련 가능성은 열어두되 7월보다는 8월을 중점에 둔 일부 신중한 입장이 거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적정 가치와의 괴리를 축소하며 1,370원대에 진입했고, 외환시장은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더 이상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 기준금리 25bp 인하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가라앉는 대한민국 경제
시장에서 5월 금리 인하론이 확산한 것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경기 전망이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14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0.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KDI가 지난 2월 발표한 전망치(1.6%) 대비 절반가량 낮은 수준이자, 정부 기관이나 국책 연구 기관, 국제기구 등이 현재까지 제시한 전망치 중 최저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2월 전망 당시에는 관세 인상이 이렇게 빨리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국내에선 소비 심리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고, 건설 부분에도 공사 지연 등 차질이 발생했다"고 전망치 하향 배경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관세 부과 등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0.5%p, 내수 부진 등 내부 요인으로 인해 0.3%p가 하향 조정됐다는 설명이다.
한은 역시 조만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내려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앞서 2월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GDP 증가율이 1.5%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 점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한은의 2월 전망치(+0.2%)보다 크게 낮은 -0.246%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권 등은 한은이 KDI와 마찬가지로 0%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5월 이후 추가 인하 있을까
향후 관건은 5월 금통위 이후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될 수 있을지다. 기준금리 인하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히는 가계부채는 최근 들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막차’를 타려는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 수요가 폭증한 결과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5월(1~15일) 시중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8,979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 잔액은 591조1,678억원으로 1조7,37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도 1조939억원 폭증했다. 이는 지난달 월간 증가폭(8,868억원)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신용대출이 한 달에 1조원 넘게 급증한 것은 지난 2021년 7월 1조8,636억원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2020~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급증했던 시기다. 2021년 7월 당시 시중은행권의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8,930억원으로, 2년 전인 2019년 7월(103조6,181억원) 대비 37조2,749억원가량 불어났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한 시장 관계자는 "7월 DSR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면 가계부채는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물가 상승세도 꺾였다"며 "가계부채 증가 흐름만 진정되면 한은이 언제 금리를 인하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