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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점 효과 약화되며 차별성 잃어
기술 중심 전략으론 경쟁력 담보 못 해
데이터 수급에도 제약, 훈련 환경 악화

한때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로 평가받았던 오픈AI가 최근 들어 경쟁력 약화 우려에 직면한 모습이다. 기술적 우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검색 엔진의 크롤링 차단, 경쟁사의 투자 확대 등 여러 외부 요인이 겹치며 경쟁력 약화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생성형 AI 패권 구도가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데이터 접근성과 비용 부담 능력이 AI 생태계 전반의 지속 성장에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JP모건 “오픈AI, 기술 우위 뚜렷하지 않아”
23일(이하 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오픈AI의 초기 이점과 브랜드 파워가 경쟁 심화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발주자들이 분전함에 따라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오픈AI만의 특별함이 희석됐다는 설명이다. JP모건은 “오픈AI가 2029년까지는 흑자로 돌아서기 어려우며, 바이브 지출(vibe spending)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브 지출은 연구·개발(R&D)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를 요즘 널리 쓰이는 ‘바이브 코딩’이란 표현과 접목한 신조어다. 여기에는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과 인재 영입 비용 등이 포함된다. 특히 최근에는 메타를 비롯한 다수의 빅테크가 AI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과거에는 대수롭지 않은 항목으로 여겨지던 인건비 비중이 부쩍 늘어났다는 게 업계 전반의 인식이다.
여기에 ChatGPT로 대변되던 오픈AI의 서비스 구조 자체도 사용자 이탈 가능성에 노출되는 형국이다. JP모건은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용자들은 기능뿐 아니라 비용, 통합성, 지속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된다”며 “서비스 전반의 차별성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최근 운영체제(OS)급 플랫폼 구축을 통해 AI 기반의 에이전트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대응은 단순 대화형 모델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의 자율성과 지능을 가진 ‘에이전트 GPT’로의 전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 역시 경쟁사들도 유사한 방향성을 택함에 따라 시장 선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픈AI의 제품군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특정 기능에서만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는 생태계 전체를 주도하긴 어렵다는 게 시장 전반의 평가다.
투자 여력·인프라 규모에서 앞서가는 빅테크들
경쟁사들의 전방위적 투자 확대 또한 오픈AI의 위상을 뒤흔드는 요소다. 구글과 메타, 앤스로픽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앞다퉈 막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메타는 라마(LLaMA) 시리즈를 중심으로 오픈소스 생태계를 확장하며 기술 확산 속도를 높였으며, 구글은 제미나이(Gemini) 시리즈와 함께 다양한 파생 모델을 통해 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넓히는 시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AI 기술이 특정 회사의 독점에서 벗어나 다극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AI 스타트업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코히어(Cohere), 미스트랄(Mistral) 같은 이들 신생 기업은 각기 다른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이들은 상대적으로 민첩한 개발 구조와 유연한 API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 고객들의 니즈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오픈AI의 폐쇄적 구조와는 대조되는 이 같은 전략은 일부 기업 고객들의 이탈을 유도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결국 작금의 AI 시장은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이를 얼마나 빠르게 제품화하고 서비스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주요 경쟁력이 되는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초기에는 모델 성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듯 보였지만, 이제는 API 연동의 편의성과 커스터마이징 가능성, 유연한 라이선스 정책 등 실질적인 활용성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오픈AI가 선점했던 기술적 우위가 점차 희미해지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요소로 전략적 운영 능력과 플랫폼 구축 역량이 부상한 셈이다.

데이터 확보 난항에 품질 유지 차질
문제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주요 플랫폼들이 AI 크롤링 차단에 나서면서 생성형 AI 기업들의 데이터 확보 환경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 구글, 네이버 등 대형 콘텐츠 플랫폼과 포털 사업자들은 자사 사이트의 웹 크롤링을 전면 차단하거나 AI 학습 목적의 데이터 수집에 대해 명확한 제한을 가하고 나섰다. 검색 봇 접근을 막는 설정을 업데이트하거나,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한 봇 접근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식이다.
특히 오픈AI는 그동안 웹상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크롤링해 GPT 모델 학습에 활용해 왔지만, 주요 언론사와 콘텐츠 기업들이 저작권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이전과 같은 방식의 대규모 데이터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최소 9개 언론사가 오픈AI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매체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오픈AI뿐 아니라 생성형 AI 업계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최신 정보와 시의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뉴스 콘텐츠와 커뮤니티 게시글, 포털 검색 데이터 등에 대한 접근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AI 모델의 응답 품질과 다양성 또한 담보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용자 만족도 저하로 이어져 AI 서비스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기존의 무제한 크롤링 기반 데이터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공식적인 라이선스 체결을 통해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인한 기업 간 격차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훈련 인프라의 질적 저하와 기술 고도화의 한계가 드러난 가운데, 각 기업이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극복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쟁력 또한 판가름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