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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굴기’ 중국, 기술 자립 넘어 가격 패권까지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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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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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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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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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규 팹 중심으로 자국산 장비 도입 속도
AI 수요·정부 지원이 국산화 동력
美 제재에도 中 장비 시장은 ‘활황’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에 맞서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핵심 공정 장비의 45%를 자국산으로 채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도 기업을 필두로 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가격 결정권까지 쥐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중심축을 바꿔 놓는 양상이다.

YMTC, 올해 말 100% 중국산 라인 가동 예고

28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웨이퍼 팹(공장) 장비 국산화율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8%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에서도 중국 낸드(NAND) 메모리 1위 기업인 YMTC의 국산화율은 4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립 속도는 신규 반도체 팹을 중심으로 빨라지고 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넥스칩의 경우 기존 1·2공장(15%) 대비 신규 3공장(27%)의 국산화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SMIC) 역시 신규 팹인 징청의 국산화율(22%)이 기존 팹(18%)보다 높다.

이 같은 국산화 흐름은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모건스탠리 자료를 보면 중국 파운드리 자본지출에서 국산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25%로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중국 장비 업체들은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지 장비 업체인 나우라(베이팡화촹·北方華創)는 올해 1분기 이온 주입 장비를 선보였고, 또 다른 중국 장비 회사 AMEC(중웨이·中微)는 향후 5~10년 안에 자사 제품군으로 전체 웨이퍼 공정의 60%를 감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의 자립 배경에는 자국 기업과의 협력이 자리한다.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미 상무부의 제재 대상(entity list)에 포함돼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 제조한 첨단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게 되자, 내수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YMTC의 경우 핵심 공정인 식각·증착 분야에서 AMEC, 나우라 등과 손잡고 돌파구를 마련했다. YMTC는 올해 말 100% 중국산 장비로 구축된 첫 번째 낸드 플래시 생산라인을 시험 가동할 예정으로, 해당 라인이 안정화되면 YMTC의 생산량은 두 배로 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中 공급망 자립 가속화

이러한 중국의 국산화 동력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강력한 내수 시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AI 칩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어 올 하반기 파운드리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수요를 바탕으로 올해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 전망치 역시 기존 36억6,000만 달러(약 5조원)에서 40억3,0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로 상향 조정됐다.

일각에서는 성숙 공정의 과잉 공급 문제와 국산화 라인의 초기 수율 불확실성 등을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한계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경제 논리보다 정책적 의지가 시장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빅 펀드’로 불리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비롯한 국가 차원의 천문학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공급망 자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 중국 정부는 '국가 반도체 산업 투자 펀드 3기'를 통해 500억 위안(약 9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는 포토레지스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핵심 재료 국산화 등을 위한 전략적 자금으로, 지금까지 외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를 집중 타격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중국의 KrF/ArF 포토레지스트 자급률은 5% 이하, EUV 포토레지스트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산업화에 성공할 경우, 중국은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기술 종속에서 벗어날 결정적 기회를 얻게 된다.

韓 레거시 반도체, 중국에 잡혀

이는 곧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부진과 동시에 기존 반도체 산업 질서 전반의 구조적 파열을 의미한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가 공공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의뢰로 최근 실시한 '국산 AI 반도체 사업화를 위한 현황 및 수요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선도 국가인 미국과 대만 대비 한국은 80% 수준으로 2.5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 초당 천문학적 연산을 할 수 있는 '초병렬' AI 컴퓨팅' 기술에서는 최고 기술을 가진 미국에 비해 한국은 64%에 그쳐 4년이 벌어져 있다. 또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집적하는 기술은 미국과 대만에 비해 2.8년 뒤처졌다.

기존 텃밭도 위태로운 상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이달 17일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중국 제조업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다 보니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물품과 경쟁하게 됐다"면서 "반도체도 추격 속도가 더 빨라져 거의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추월했다는 진단도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은 고집적 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기초역량에서 글로벌 3위인데, 중국은 2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에선 양국이 공동 4위였다. 고성능 저전력 AI 반도체 기술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은 2위로 한국(3위)보다 앞섰고 전력 반도체 기술은 두 계단 높은 4위였다. 중국이 2014년부터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국산화 정책과 대규모 투자에 힘써온 결과다.

이런 상황 속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형성에서 중국 기업이 ‘가격 선제 제시자(first mover)’로서 역할을 맡는 경우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장시(江西), 장쑤(江苏), 후베이(湖北)에 집중된 중소형 메모리 팹과 설계기업들이 기존 글로벌 평균 가격보다 10~15% 낮은 단가로 연쇄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기업 중 하나는 창신메모리(长鑫存储, CXMT)다. CXMT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강에 도전하는 유일한 중국계 D램 기업으로, 올해 1분기 월간 생산량이 10만 장을 돌파했다. 또한 후베이에 위치한 팹 운영사인 옌신반도체(研芯半导体, Yanxin Semiconductor)는 중저가 낸드 제품을 유럽 및 동남아 시장에 대량 공급하며, 비브랜드 중심의 소비재 전자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가격 주도권 확보는 중국 내 공급망 안정화 전략과도 직결된다. 중국 정부는 ‘전국 산업클러스터 구획 계획’을 통해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5대 권역 중심으로 통합 체제화하고 있으며, 특히 장쑤성 쑤저우와 우시 일대를 메모리 집중 클러스터로 지정해 장비 및 소재 국산화율 70% 이상을 목표로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국가중대과학기술프로젝트(02전략)’의 일환으로 중점적인 산업 육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전략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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