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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미국 내 입지 흔들 현지 셀러 확보 나섰지만 셀러들 난색 비즈니스 모델 타격, 대안 시장 다각화 총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입지가 좁아진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가 미국 내 판매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이 테무의 시장 확장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테무는 중동,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미국 이외의 다양한 해외 시장에 주목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테무, 인센티브 내세워 美 셀러 확보
28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테무가 미국 기업과 판매자들로부터 아마존에 제공하는 것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브랜드 상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테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는 800달러(약 112만원) 미만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던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폐지했다. 저가 상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미국에 유통하는 테무로서는 플랫폼에서 판매할 상품 확보부터 어려워지게 됐다.
이 때문에 테무의 미국 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관세 정책 변경의 영향으로 이달 중순 기준 테무의 미국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3월 대비 54% 감소한 3,700만 명을 기록했다. 테무가 미국 내 광고 집행을 중단하면서 사용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테무는 지난달부터 광고를 재개한 상태다.
값싼 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기 어려워진 테무는 미국 내에서 새로운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보조금)를 제시하며, 자사 플랫폼에 상품을 등록할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저가 상품을 무관세로 유통했지만, 관세 제도 변경으로 이 모델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면서 미국 현지 브랜드 및 셀러 확보에 나선 것이다.
美 업체들 “아마존보다 낮은 가격 불가”
하지만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아마존의 가격 정책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아마존은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일정 기간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대부분의 품목에 최저가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동일한 상품을 아마존보다 테무에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할 경우, 미국 최대 온라인 거래 플랫폼인 아마존과의 거래를 이어가기 어렵게 된다. 한 대형 셀러 관계자는 “테무에서 아마존과 같은 제품을 싸게 팔 수는 없다”며 “입점하려면 제품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못박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셀러는 “테무가 수수료 인하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입점을 설득했지만, 아마존이 바로 가격을 따라올 것이라 경고했다”고 답했다.
테무는 판매자가 아닌 플랫폼이 직접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테무에 상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 해당 상품의 가격이 아마존보다 낮게 책정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는 셀러 입장에서 아마존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마존의 경우 ‘바이 박스(Buy Box)’라는 정책을 통해 낮은 가격을 우선 노출한다. 브랜드나 셀러가 타 플랫폼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아마존은 해당 제품의 노출을 제한한다. 아마존 측은 “판매 파트너들은 가격과 재고를 독립적으로 결정한다”면서도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형 공급업체 임원은 “아마존과 동일한 상품의 가격을 낮출 수 없기 때문에 테무에는 아예 다른 상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유통업체 간 거래를 중개하는 컨설턴트 마틴 휴벨은 “테무가 향후 5년 동안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할 의향이 없다면, 보다 현명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라틴아메리카 시장 확대 공략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타격을 입은 테무는 판매 방식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테무 대변인은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일본, 호주 등 20개국 이상에서 현지 판매자를 영입하고 있다"며 "저렴하고 고품질 제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기업이 테무의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 5월 광저우에서 1,000명 이상의 중국 셀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브리핑 행사를 통해 미국 이외의 다양한 해외 시장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상품 판매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테무 웹사이트에는 미국 시설에 보관된 중국 상품을 현지 창고에서 조달된 것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Y2'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도입했다. 이 모델은 중국 셀러가 미국 내 지정 창고에 단 한 개의 품목만 배송하도록 하고 국내 물류는 테무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절반 수탁' 모델의 변형으로, 셀러들이 상품을 대량으로 창고에 보내야 했던 이전 방식과 달리 소량만 배송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해 온 셀러들은 Y2가 일반적으로 배송 시간을 14일로 연장해 배송 속도가 중요한 비즈니스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테무의 기존 '완전 수탁' 모델로 여성 의류를 판매하던 한 셀러는 "Y2를 채택할 계획이 없으며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