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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 공급망 강화에 국내 부품업계 ‘생존경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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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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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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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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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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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산·조달 중심 전략 강화
관세 여파에 부품 업계 도산 위기
수직계열화 전략도 협력사엔 악재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부품 현지 조달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부품업계 전반에 충격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기존의 단가 인하 압박에 물량 감소가 가시화됨에 따라 과거처럼 안정적인 납품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또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수직계열화 전략이 강화되면서 협력사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으며, 이에 기술력과 유연성 없이는 생존을 보장받기 힘든 구조로 부품업계의 판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관세 회피 목적, “소비자가 인상 안 해”

2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4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사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전략적인 부품 현지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00여 개 부품에 대한 최적의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란 설명이다. 그룹 내 또 다른 완성차 업체 기아 역시 이번 중장기 계획에 함께한다.

이 같은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25%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측이 관세 인하에 대한 조건으로 요구한 투자 금액이 4,000억 달러(약 556조원) 수준으로 매우 막대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여지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기업의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단 해석이다. 완성차 업체로선 차량 가격 인상을 피하면서 마진을 방어하려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품 현지 조달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국내 부품업계에 충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그간 국내 부품업체들과 긴밀한 공급망을 구축해 왔고, 이런 구조는 수도권과 충청권, 경남권 등지에서 지역경제와 고용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으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미국 중심으로 생산·조달 축이 이동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던 역할과 물량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생산 감소와 구조조정, 나아가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구조조정 신호 포착, 산업 생태계 타격 불가피

여기에 협력사들을 향한 단가 인하 압박 또한 거세지는 양상이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완성차업계가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그 부담을 도리어 부품사들로 돌린 탓이다. 특히 미국 내 조달 확대를 공식화한 현대차로서는 국내 부품업계에 의존할 필요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단가 협상에서도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내 부품사들은 줄어든 납품 물량에 더해 낮은 단가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중소 부품사들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일정 수준의 재무적 여력을 바탕으로 관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데 비해 중소 부품업체들은 훨씬 취약하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다층 구조의 납품망 하단에 있는 중소 부품사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완성차업계에 관세 부과가 부정적 이슈인 것은 맞지만, 당장 재무구조를 위협할 만큼의 악재는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그러나 2차·3차 협력업체는 신용도 하락과 부도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업계에서도 전기차 전환이 한창이던 2021년, 부품업계를 휩쓴 연쇄 부도가 재현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시 현대차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80 등에 브레이크 부품(캘리퍼)을 납품하던 HM금속이 경영난으로 파산하면서 다수의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췄다. 대다수 자동차 부품은 맞춤형 공급이 이뤄지는 탓에 대체 공급망 확보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여타 부품사들에게 생산라인 가동 중단의 여파가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당시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부품사는 최소 3곳 이상이었으며, 업계는 향후 이 같은 구조적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내 일괄 생산 체계 가능성도

부품업계의 기존 질서를 흔드는 변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배터리·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그룹 내부에서 직접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자체 개발,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전담 TF 운영 등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축적을 넘어 공급망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계열사 중심으로 주요 부품의 수급과 기술개발을 병행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확보하겠단 의도다.

이 같은 전략은 현대차그룹이 과거부터 추진해 온 수직계열화의 연장선에 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구호 아래 원자재부터 생산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구조는 현대차의 전통적 강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난 같은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정의선 회장 체제 아래서는 전동화·자율주행 중심의 부품 내재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수직계열화 또한 더욱 정교한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이는 글로벌 부품 생태계 전반의 재편 흐름과도 맞물린다. 과거에는 특정 완성차 기업의 자회사 형태로 안정적인 납품 관계를 유지하던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경쟁력 있는 부품사일수록 자립 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례로 토요타와 덴소는 상호 지분을 정리하며 독립 체제로 전환했고, 모비스 역시 외부 고객사를 늘리며 모회사 종속 구조에서 벗어났다. 또 내연기관, 배터리, 자율주행 부문을 분리하고 각각의 기술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대형 부품사도 다수 포착된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에 구조적 대응을 요구한다. 과거처럼 완성차 기업과의 안정적인 관계만으로 생존이 가능했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수직계열화가 강화되면서 독립 부품사의 역할은 줄어들고, 단가와 물량을 둘러싼 협상력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제는 특정 납품처에만 의존해 안주하는 전략으로는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으며, 기술 경쟁력과 유연한 대응력 없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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