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스타트업 고액 연봉을 ‘사냥’하는 고스펙 인력들

스타트업, 인재 채용을 위해 현금과 스톡옵션 섞은 연봉 제시 스톡옵션 불만 커지자 네이버, 현금 위주로 보상 변경 스톡옵션 기펜재(Giffen goods), 인재 채용에 어려움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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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연봉’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국내 최대 로펌 중 한 곳에 재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학부 출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출신의 변호사가 최근 두나무로 이직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두나무 평균 연봉이 4억원이라는 글에 변호사들은 댓글로 3억원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2021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의 급여 명세 합계 1,010억원 중 김광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임지훈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각각 179억4,800만원, 138억3,200만원을 받았고, 기타 미등기 임원의 급여액 합계가 400억 이상으로 책정되어 실제 직원 평균 급여는 1억6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4억? 현금과 스톡옵션이 섞인 연봉

전직 외국계 IB, 컨설팅, 법무법인 등의 소위 ‘대한민국 최고 스펙’으로 불리는 인력들이 이미 재직 중인 직장에서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법무법인 중 명성으로 1위에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추격하기 위해 고액 연봉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법무법인 태평양의 경우 5년 차 변호사가 최소 2억원대 초반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IB의 경우는 동년배 인재가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이미 상여금을 포함 2억원대의 연봉을 받고, 5년 차 변호사와 동년배의 경우 그 격차는 더 커진다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초고속 성장 중인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현금 100%보다는 현금과 스톡옵션을 섞은 연봉을 제시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한 관계자는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인터뷰 중 현금 비중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현금은 우리의 산소다(Cash is our oxygen)’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현금 비중을 높여서 줄 수 있는 일부 스타트업을 제외하면 오히려 현금보다 지분을 더 받으려고 하는 인재에게 회사가 미래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현금 비중은 작지만, 스톡옵션과의 합계액이 보통 비슷하거나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고 향후 회사가 성장했을 때 그 스톡옵션의 가치가 커져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찾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기침체기 스톡옵션에 대한 불만도 커져

스타트업들이 고가에 상장하면서 수십억원의 스톡옵션 차익 실현을 하던 무렵에도 ‘스톡옵션은 월급 안 주려는 꼼수다’는 불평불만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던 데다, 최근 들어 주가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카카오 등의 기업에서 우리사주를 대규모로 구매했다가 큰 손실을 진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인터넷상에 널리 퍼지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IT 기업 중 하나인 네이버는 올 초 직원들과의 연봉 협상 과정 중에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지급을 논의했으나 “보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RSU로 지급하려던 액수를) 연봉에 포함하기로 했다”며 현금 위주로 보상 구조를 변경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차라리 지분 투자받을 때 좀 더 많은 지분을 넘겨주고 들어온 현금으로 공격적인 채용을 하는 편이 더 낫지 않느냐는 생각도 한다”며 현금과 스톡옵션 사이에서 현금 쪽에 무게가 실리는 세태를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7일간 ‘연봉’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충성도 낮은 고스펙 인력들, 스타트업 대기업 모두 인력 채용 어려움 겪어

현금 보장액은 점점 커지는 데 반해 스타트업 대다수가 외국계 IB, 컨설팅, 법무법인과 같은 살인적인 업무시간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경력을 쌓은 우수 인력들이 속칭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으로 알려진 IT 기업들에 이직하려는 수요가 높다고 한다.

단 이렇게 이직한 인력들은 철저하게 연봉 위주로 회사를 택하고 있어 기업들의 애로사항도 많다. 지난 2017년만 해도 쿠팡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해 고속 성장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고스펙 인력들 다수가 쿠팡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자금 사정이 안 좋아진다는 소문이 돌자 또다시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로 이직했다가 매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매각 또는 상장이 가늠되었던 2019년에 이미 뱅킹 앱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로 다시 대규모 이직을 거쳤다. 최근 들어서는 코인거래소로 큰 이익을 남긴 빗썸, 두나무 등에 이런 고스펙 인력들이 모인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학부부터 쌓은 스펙은 뛰어나지만 정작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인력들이 스톡옵션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IT 기업들의 인재 채용도 점차 어려워지는 추세다. 쿠팡이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에서 추가 지원금을 받기 전인 2018년 하반기에 다수 고스펙 국내 인력이 떠나고 난 후, 쿠팡 김범석 당시 대표는 “한국인들은 큰물에서 놀지 못해 시야가 좁고, 스마트하지 못하며 도전정신이 없고 정직하지도 않다”면서 경영진을 전원 외국인으로 갈아치운 이유에 대해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쿠팡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투자금이 소진되고 있던 시점에 떠난 고스펙 인력들에 대해 ‘약삭빠르다’는 인식이 경영진들에게 퍼져 있었다고 한다.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뛰어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액의 연봉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길게 그 인력들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는 스타트업 오너들의 도전에 방해 요소가 될 뿐이다. 한 관계자는 “스톡옵션이 기펜재(Giffen goods)가 됐다”며 “이래서야 스타트업 어떻게 운영하겠냐”는 하소연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