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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올바른 것을 옳다고 믿으며 악(惡)과 마주한다! 돌아이가 세상을 구한다.
세상의 잣대를 거부하고 제멋대로 사는 이들을 우리는 흔히 ‘돌아이(또라이)’라 부른다. 4차원적 사고와 엉뚱한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뉘앙스지만, 알고 보면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뚝심 있는 사람이란 표현이 더 맞겠다. 그렇게 세간에서 모난 돌처럼 여겨지던 이들은 세상을 구하는 ‘정의의 용사’가 됐다.
배우 남궁민, 도경수, 이규형의 공통점은 바로 ‘돌아이’라는 사실이다. 세 배우는 각기 다른 색의 법조 드라마에 출연해 제대로 소동을 일으켰다. 악의 세력을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정의를 외치며 약자를 수호한 이들은 강력한 권력과 유혹에 굴하지 않고 돌아이의 진가를 발휘했다.
◆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 역 남궁민 - 답안지에 없는 방법으로 승리한다
수임료 단돈 1,000원,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 다방을 개조한 변호사 사무실에 세탁소에서 투잡 중인 사무관과 함께 각양각색의 의뢰인을 돕는다. 주 고객은 돈 없고 빽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가진 놈들의 갑질에도 생계를 위해 참아야 하고, 오해를 받아도 쉽게 결백을 증명할 수 없는 억울한 사람들도 있다.
소소한 사건을 맡는 듯 보이지만, 천 변호사의 해결책은 항상 스펙터클하다. 누가 봐도 불리한 조건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답안지에 없는 방법을 찾아낸다. 첫 화에서 공개된 검사 시보 백마리(김지은 분)와의 재판에서 이미 그는 실력을 증명했다.
절도 전과 4범을 변호하게 된 천지훈은 그동안의 경력 때문에 이번에도 범죄를 저질렀을 거라 단언하는 검사 측을 향해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면서 과거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던 의뢰인의 범죄 능력을 직접 법정에서 공개했다. 실력 좋은 소매치기범의 빠른 손에 감쪽같이 사라지는 지갑을 술에 취한 피해자가 느낄 수 없을 거라는 반증이었다. 지훈은 ‘전과자라 또 범죄를 일으켰을 거’라는 검사의 일반화에 동요하지 않았고, 증거가 아닌 진실로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해 승소했다.
◆ <진검승부> 진정 역 도경수 - "나쁜 놈은 사람 취급 안 해"
"어떻게 너 같은 놈이 검사가 됐지?" 정의수호의 검사(劍士)를 꿈꾸던 진정(도경수 분)이 검사(檢事)가 됐다. 신임 검사 대표가 될 정도로 총명하지만 검사의 위계, 명령, 원칙, 품위는 개나 준 인물이다. 목표는 나쁜 놈들을 깡그리 응징하는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꺼이 미친 짓을 벌이는 그의 표적에는 높낮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나쁜 놈과 아닌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범죄와 연관이 있다면 차장검사를 향해 “당신 이제 끝났다”는 경고를 날리고, 현 지검장을 체포하는 패기.
나쁜 놈은 사람 취급하지 않는 진정은 “나쁜 놈들 잡으려면 더 악랄해져야 한다”면서 망설임 없이 편법, 꼼수를 동원하여 부정부패를 처단, 통쾌함을 선사한다. 가는 길마다 악의 위협과 죽음의 고비를 마주하지만, 진정에겐 오히려 눈을 번뜩이는 원동력이 된다.
◆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이규형 - 30년간 준비한 복수
좌시백(이규형 분)은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 후 판사, 검사, 대형 로펌이 아닌 국선 변호사가 됐다. 아이스크림 사 먹을 천원도 없는 형편이라고. 누가 봐도 평범하지 않은 행보. 오래 함께 일해온 사무장도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무덤덤한 표정과 차분한 태도로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는 피임약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의뢰인을 위해 직접 피임약을 먹어 볼 정도로 꽂히면 물불 안 가리는 별종이다. 승소율 92%의 대형 로펌 변호사 노착희(정려원 분)와 견원지간처럼 지내면서도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진실도 사라지니까..” 30년간 감춰온 비밀, 가장 낮은 곳에서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해온 그의 서사는 끝을 향하며 거대한 충격을 선사한다. 정작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좌시백을 위한 착희의 변론이 시작되며 막을 내린다.
3인 3색 돌아이를 선보인 세 배우는 매력적 캐릭터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드라마 <김과장>에 이어 <천원짜리 변호사>까지 이쯤 되면 ‘돌아이 캐릭터 장인’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남궁민은 자칫 ‘자기 복제’가 될 수도 있던 캐릭터에 색다른 개성을 입혀 입체화했다. 배우 본인과 정반대 성격의 배역에 고민했다는 도경수는 어색함은커녕 무결점 연기력으로 설득력을 부여했다. 거기에 삐죽 헤어스타일까지 찰떡 소화한 그는 도경수가 아닌 진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마약 중독자 ‘해롱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이규형은 법조인으로서도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천연덕스러운 행동 뒤에 숨겨진 미묘한 어둠이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 반전까지 흥미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각 드라마 속 돌아이는 한 마디로 정의롭다. 남 눈치 보며 줄 서느라 바쁜, 혹은 남에게 무관심한 사람들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하려 애쓴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그로 인한 손해는 얼마나 될지 멋없게 이것저것 재는 것 없이 옳다고 믿는 것에 몰두하고 결국 성취하는 이들이 진짜 폼 나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돌아이들의 통쾌한 한 방은 시청자들에게도 유효했다. SBS 금토극 <천원짜리 변호사>는 15% 시청률과 더불어 공개 이후 OTT 통합 랭킹 및 방영 플랫폼(웨이브, 디즈니+)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절대적 인기를 자랑했다. KBS2 수목극 <진검승부>는 최근 6.3% 시청률을 기록, 상승세를 탔고 OTT 플랫폼(웨이브 독점)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일한 OTT 드라마 디즈니플러스(디즈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플랫폼 내 TOP3 안착은 물론 각종 커뮤니티, SNS를 통해 시청 독려 입소문이 진행 중이다. 세상이 정한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돌아이들이 전하는 가슴 뻥 뚫리는 이야기, 늦기 전에 만나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