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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콘텐츠가 글로벌 경쟁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규모 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JTBC 미디어정책담당 임석봉 실장은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2022 차세대 미디어주간' 행사에 참석해 국내외 OTT 경쟁현황과 콘택트 전략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의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는 편당 약 800억원, HBO의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편당 약 28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것을 예로 들었다. 국내외 OTT별 콘텐츠 전략에 차이를 둬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오리지널 콘텐츠, 킬러 콘텐츠 앞세운 해외 OTT
임 실장은 해외 OTT 중 먼저 넷플릭스의 전략을 분석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서도 영화는 미국 위주, TV 쇼는 거점 국가 위주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봤다.
미국과 캐나다의 이용자가 정체기에 들어선 점을 감안하면, 넷플릭스의 다음 타깃 시장은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문화를 일정 부분 공유한다는 점에서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의 이용자들을 유인하기에 적절하다. 넷플릭스의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가운데 한국 콘텐츠가 유독 많은 이유가 설명된다.
디즈니+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디즈니의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파생 콘텐츠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즈니+ 인기 콘텐츠들 가운데 오리지널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앞으로 제작 가능한 파생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넷플릭스 등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디즈니+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이 다함께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수라는 점이다.
HBOmax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나 디즈니+와는 다르게 TV 채널도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다. HBO는 올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디스커버리+를 인수하며 내년엔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통합 채널 출범을 앞두고 있다. HBO는 광고 기반 저가 요금제 등 다양한 구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정통 미드(미국드라마)와 시트콤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오랜 시간 구독자를 묶어두는 것이 특징이다.
◆ 해외 사례에서 가져오는 국내 OTT 경쟁전략
HBO의 콘텐츠는 국내에선 웨이브가 독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웨이브의 사업 모델은 HBO와 비슷한 결이라고 볼 수 있다. 웨이브는 국내 지상파 3사(KBS·MBC·SBS)의 콘텐츠를 공급받는 다는 점에서 콘텐츠 양으로 절대적 우위에 있다. 모바일 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웨이브는 처음으로 티빙에게 토종 OTT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웨이브는 국내 사업 외에 아마존프라임비디오와의 협업으로 미국에 한국 콘텐츠를 수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등, 당장의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티빙은 그동안 강점을 보여왔던 예능에서 드라마, 다큐멘터리로 오리지널 콘텐츠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은 웨이브가 TV 방송 이후 OTT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가져오는 데 반해 티빙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TV 채널인 tvN으로 '역진출'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술꾼도시여자들>이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파워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티빙은 이 외에도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와의 협업으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두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알찬'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아마존프라임비디오와 비교된다. 쿠팡플레이의 구독료가 올해 70% 넘게 인상되고도 소비자들의 반발이 크지 않았던 것은 5,000원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지 않은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라는 숙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아마존프라임 회원 구독료가 연간 약 17만원에 달하는 점과 전 세계 프라임 회원이 약 2억명인 점을 감안했을 때 쿠팡플레이의 성장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임 실장은 한국 OTT 서비스가 콘텐츠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선 기업간 협업을 통한 콘텐츠 확보, 구독 서비스의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4일 출시되는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그리고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인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통합 채널의 성패에 국내 기업들 역시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