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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항공우주 및 방위)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봉쇄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 업계는 견고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명한 컨설팅 회사 엑센츄어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 교통량 회복과 경제 상황 개선에 힘입어 전 세계 상업용 항공우주 분야의 매출은 작년에 비해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2019년 최고치의 9% 모자라는 수치로 팬데믹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하게 된다. 하지만 회복을 향한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공급망 이슈와 맨파워 부족
업계의 회복은 공급망 중단과 숙련된 인력 부족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장애물에 의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딜로이트 설문조사에 참여한 업계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이 '인플레이션 위협이 업계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분쟁은 지정학적 위기를 촉발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어 업계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예측할 수 없는 연료 가격 상승과 중요한 금속과 희토류 원소의 조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업계의 낮은 영업이익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료 가격 상승도 여러 산업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항공권 가격은 연료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연료 가격 상승은 교통량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에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기 제조 업체들은 연료 효율성이 높은 설계와 미래를 위한 저공해 및 무공해 상업용 항공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명과 암, 전 세계 방산 수출 8위 기록한 한국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러-우 전쟁은 역설적으로 국방비에 대한 막대한 지출을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이 다시 항공 여행을 시작하면서 항공기 주문과 애프터마켓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여행 제한 조치가 점차 완화됨에 따라 국제 교통량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호재다. 에어버스, 보잉과 같은 주요 글로벌 상업용 항공우주 OEM 업계에서는 2023년 말 또는 2024년 초에는 2019년 여객 수송량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데이터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항공우주 업계는 2023년에 50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2년에 기록한 70억 달러의 손실에서 크게 반전되는 결과다. 이에 항공 업계에서는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공급망 중단이라는 걸림돌도 인식하고 있다. 아울러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전 세계적인 국방비 증가에 힘입어 방위산업 분야가 상업용 A&D 부문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국가들이 침공 첫 3개월 동안 미래 군사 기술에 2,040억 달러의 지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2025년쯤 전선을 동유럽 전체로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해 방산업체 재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EU는 79억 유로(약 11조4,497억원) 규모의 유럽방위기금(EDF)을 조성했다. 마찬가지로 이 보고서는 2023년 미국 국방 예산이 전자전 및 사이버 보안에 중점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위협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국제적 안보 우려는 한국의 방위 산업에 수혜를 안겨주기도 했다. 한국은 2022년 한 해 동안에만 170억 달러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덕분에 그동안 전 세계 방산 수출에서 9~10위권에 머물렀던 한국이 2022년에는 한 계단 올라 미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
앞서 서구 유럽이 1990년대 초반 탈냉전 이후 군사력을 대폭 축소한 덕분에 국방력을 증강하는 과정에서 한국 무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바 있다. 최근 한국 무기는 폴란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집트, UAE, 핀란드, 스웨덴, 루마니아, 호주 등 동남아와 중동, 유럽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와 9억2,000만 달러 규모의 FA-50 18대(최대 36대) 수출 계약으로 시작했다. 또한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4가지 무기에 대한 300억~350억 달러 규모로 이루어진 폴란드와의 후속 계약 등을 통해 지난해 방산 수출 기록을 갱신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부상
아시아도 잠잠하지만은 않다. 중국은 2025년부터 제1도련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강압적인 확대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내세워 대처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제 안보전문가들은 중국이 2027년쯤 대만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중국의 인접 국가들은 조만간 닥쳐올 수도 있는 중국의 확장 공세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이란의 핵무장 조짐에 중동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 위협도 2025년부터는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처럼 A&D 산업의 또 다른 주요 발전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부상이다. 경영진들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생태계의 성장에 대해 점점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임원 중 무려 88%가 중국의 상업용 A&D 산업에 대한 열망이 향후 5년 동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A&D 인재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영향력이 계속 확대됨에 따라 A&D 산업의 미래가 동아시아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애프터마켓의 부활과 사모펀드 투자 감소
항공우주 산업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인 유지보수, 수리 및 정비(MRO) 부문도 2023년에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상업적 물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임원 중 절반 이상이 향후 6개월 동안 MRO 지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러한 기대는 향후 24개월 동안 더욱 긍정적으로 변해 64%의 임원이 MRO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업계의 낙관론과 전 세계적인 국방비 지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2021년 이후 A&D 및 방위 산업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민간 분야가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공급망 중단 외에도 A&D 업계 경영진은 정치적 불안정, 지역 분쟁, 환율, 미 달러화 강세 등 다른 우려 사항도 안고 있다.
전반적으로 A&D 산업은 의심할 여지 없이 회복세에 있으며, 승객 수요 증가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 증가로 미래가 유망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은 공급망 중단, 인재 부족,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 당면한 과제와 길항하고 있으며 업계는 이러한 도전을 계속 헤쳐 나가면서 회복력 또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