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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 5,500억원 유상증자 추진 이차전지 기업 제이오 인수 강행 예정 "제이오 인수 통한 사업 다각화 유효한가"
이수페타시스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조달한 자금은 생산 시설 투자 및 사업 다각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기점으로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증권가는 양사의 사업 시너지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단행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8일 시설 투자 및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5,49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청약 및 증자대금 납입은 2025년 2월 중으로 이뤄진다. 이수페타시스는 증자대금 일부(2,500억원)와 자체 보유 재원(1,500억원)을 활용해 2025년 대구 1~4공장을 증설(800억원, 1차 증설)한다. 이후 2026~2028년에 걸쳐 대구 5공장(3,200억원, 2차 증설)을 신설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제이오 인수(2,998억원)에도 사용된다.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는 주식 및 출자증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수페타시스는 우선 내년 3월 7일 기존 최대주주 강득주 대표이사의 지분 575만 주를 1,581억원에 매수하고, 동시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546만 주를 997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제이오가 발행하는 4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인수한다. CB 전환에 따라 발행될 수 있는 신주 수량(215만 주)를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이수페타시스가 확보하는 제이오 주식은 1,336만 주(지분율 33.3%)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우려 제기
증권가는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 결정에 대한 의문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수페타시스의 목표주가를 5만4,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유지'로 낮춰 잡았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는 AI 기반 MLB 기판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지 이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라며 "경영권 인수의 대외적인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전기차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는 투자자는 없다"면서도 "현재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가 장기 공급 계약을 취소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이오는 올해 들어 종전 대비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9% 감소한 681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른 증권사 역시 이수페타시스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박희철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이수페타시스는) 당장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의 희석은 물론이며, 목표주가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제이오 인수를 통한 이차전지 소재로의 사업 다각화에 따른 효과가 유효할지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짚었다.
일각서는 정보 유출 의혹도
한편 일각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하기 전 일부 기관에 정보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페타시스의 주가가 유상증자 발표 전부터 기관의 매도세로 이미 하락세를 탔기 때문이다.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10거래일 연속 하락(하락률 32.2%)했다.
해당 기간 기관은 이수페타시스 주식 1,007억원을 처분하며 집중 매도에 나섰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주가 하락률은 1.38%였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인데도 기관이 이수페타시스 주식을 투매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실제 유상증자 공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4일 일부 언론에서는 이수페타시스의 인수합병(M&A)과 관련한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에 이수페타시스는 같은 날 한 차례 해명 공시를 내고 인수 사실이 ‘미확정'이라고 일축했으나, 이후 나흘 만에 제이오 인수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수페타시스 측은 "공시된 내용 외에는 언급할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