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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불리는 주요 IT 기업 노조, 과반노조 지위 코앞에 과반노조 등극 시 노사 협력 필요성 커져 "구조조정 속도 내야 하는데" IT 기업 난색
소위 '노조 불모지'로 불렸던 정보통신(IT)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IT업계 핵심 기업인 카카오에서 노사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과반노조'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IT업계 전반에서 노조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IT 기업들이 노사 갈등으로 인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네이버 '과반노조' 탄생 목전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이달 내로 사측과 과반노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세부 절차를 확정할 예정이다. 카카오 본사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6월 반기 보고서 기준 3,603명이며, 크루 유니언이 밝힌 조합원 수는 약 1,900명 수준이다.
크루유니언이 현시점 과반노조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는 전체 직원을 집계하는 '기준'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합원 수가 전체 직원 중 과반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이 되는 '모수'를 확정해야 한다. 카카오 노사는 이달 안에 모수 집계 기준과 관련한 협의를 마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전체 직원 산정이 마무리되면 크루유니언은 설립된 지 약 6년 1개월 만에 과반노조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도 과반노조 지위 확보를 코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성명은 지난달 30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과반노조 달성이 임박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1일에도 "이제 6n명만 더 가입하면 과반이 된다"고 알렸다. 다만 현재 네이버와 공동성명 사이에 큰 갈등 요인은 없는 상태다.
과반노조의 영향력
과반노조로 등극한 노조는 일반 노조 대비 막강한 영향력을 손에 쥐게 된다. 과반노조는 기업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추진해 왔던 사안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 협력이 경영상 필수 요건으로 떠오르는 셈이다. 우선 취업규칙 변경 과정이 달라지게 된다. 기업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과반노조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해야 한다. 특히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할 땐 노조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에 더해 과반노조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지명할 독점적 권한을 가지며, 통상적인 임금·단체교섭 외에도 1년간 최소 4회의 노사 협의회를 통해 회사와 주요 현안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노사협의회에선 △생산성 향상 △성과 배분 △고충 처리 △인사·노무 제도 개선 △작업·휴게 시간 △복지 증진 등을 논의할 수 있다.
과반노조가 있는 기업은 경영상 해고를 단행할 때도 노조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이 경영상 해고 과정에서 과반노조와 성실하게 협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서다.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유급휴일 대체, 보상 휴가 등을 도입·운영할 때도 과반노조와 서면 합의를 이뤄야 한다. 아울러 사내 안전·보건 관련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위원도 과반노조가 지명한다.
IT 기업 구조조정 발목 잡힐까
IT업계 내 노조의 입김이 점차 강력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IT 기업들이 노사 갈등으로 인해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황 악화로 인한 경영난이 이어지며 다수의 IT 기업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티맥스그룹의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를 담당하는 티맥스A&C는 지난 9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전 직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직원들에게 10월 급여는 물론 성과급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티맥스A&C는 지난 9월에 이어 두 달째 급여 지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카카오는 비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통폐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카카오VX는 스크린 골프 장비, 골프장 예약 플랫폼 등을 제외한 대부분 비주력 사업을 점진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카카오VX는 연내 사업 철수가 예고된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이에 불응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자택 대기 발령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을 통해 100명가량의 직원이 카카오VX를 떠났다.
엔씨소프트 역시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연말까지 본사 인력을 4,000명대 중반(지난해 12월 기준 5,023명)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1일 품질보증(QA) 부서 엔씨QA와 경영 전사자원관리 프로그램(ERP)을 개발하는 엔씨IDS 등 2개의 분사 법인을 출범시켰고, 같은 달 21일에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개, AI 기술 전문 기업 1개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을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신설 법인 설립과 함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조직 개편 후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