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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실패 및 막대한 채무에 회생절차 돌입 채권단과 사전에 포괄적 재무구조 개선 협약 구조조정 일환으로 가까운 시일내 상장 폐지
미국 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플레이션 압박과 고금리 부담으로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제트블루항공이 경영난에 빠진 스피릿항공을 인수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미국 정부에 막히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스피릿항공, 챕터11 절차 착수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스피릿항공은 이날 뉴욕 남부 연방파산보호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 절차 개시를 위한 신규 유동성 확보·채무액 출자전환 등을 골자로 한 재무구조 개선안을 제출했다. 미국 대형 항공사의 파산보호 신청은 13년 전 아메리칸항공 이후 처음이다.
현재 스피릿항공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1억 달러(약 1조5,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변제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스피릿항공은 법원 감독 아래 영업을 지속하면서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피릿항공은 예정대로 재무구조 개선안이 이행되면 내년 1분기 회생절차를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피릿항공 관계자는 “회생 절차를 통해 정상적으로 사업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며 “회생절차 기간 항공편 운항과 티켓 판매, 예약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조조정 일환으로 가까운 시일 내 상장 폐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에 무릎 꿇어
스피릿항공은 저가항공 시장을 개척해 주요 항공사로 자리 잡았으나, 최근 수년 사이 대형 항공사들이 저가 항공 시장에 뛰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극심한 경쟁에 따라 스피릿항공의 주력 시장인 휴양지 노선 운임도 저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건비까지 급등했다.
항공기 결함으로 인한 결항도 잦았다. 보잉은 각종 제작 결함으로, 에어버스는 엔진 리콜 문제로 운항 차질을 빚었다. 이에 스피릿항공은 올해 조종사들을 임시 해고하고, 항공기도 매각했으나 유동성 확보에 실패했다.
"美 반독점 제동" 제트블루·프런티어와의 합병 모두 무산
스피릿항공은 돌파구로 제트블루항공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당국의 규제에 막혀 좌절됐다. 지난 2022년 7월 제트블루는 스피릿항공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늦어도 올해 1분기까지 미국 법무부의 승인을 받고 합병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양사의 합병은 다른 항공사의 가격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LCC(저비용항공사)가 결합하면 운임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제트블루는 “스피릿항공을 인수해 덩치를 키워야 빅4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올해 1월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제트블루는 지난 3월 스피릿항공과 2022년 합의한 38억 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의 M&A(인수합병)를 취소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제트블루는 성명에서 “거래에 명시된 기일까지 필요한 법적 및 규제 승인이 충족될 가능성이 작다”며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제트블루와의 M&A 추진에 앞서 프런티어항공과의 합병 합의도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스피릿항공은 지난 2022년 2월 프런티어항공과 29억 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합병에 합의했으나 2개월 뒤 제트블루가 합병을 제안하면서 일이 꼬였다. 스피릿항공 이사회는 그동안 제트블루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부하면서 프런티어와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주투표를 4차례나 연기할 정도로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에 당시 프런티어는 합병 무산에 대해 실망스럽다면서도 스피릿항공 인수에 과도한 금액을 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제트블루와의 합병이 무산되자 프런티어는 올해 또다시 스피릿항공에 새로운 입찰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