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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美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시 수요 27%↓" ZETA, 성명 통해 제도 유지 촉구하고 나서 세액공제 폐지돼도 '테슬라'는 웃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할 경우 향후 전기차 수요가 25% 이상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위기를 감지한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성명을 내며 세액공제 제도 유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시장 영향은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UC 버클리의 조셉 샤피로 교수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시 향후 전기차 수요가 27%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펠릭스 틴텔놋 듀크대학교 교수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시 미국 내 연간 전기차 등록 대수는 세액공제가 유지됐을 때와 비교해 약 31만7,000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세액공제 폐지가 휘발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전기차가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기준 8.9%로 아직 작기 때문이다. 샤피로와 틴텔놋 교수는 세액공제 폐지 첫해에 휘발유 소비가 1억5,500만 갤런 증가하고, 10년간 누적 소비량은 약 70억 갤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연간 휘발유 소비량(1,360억 갤런)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액공제가 폐지되더라도 전기차 보급은 확대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액공제가 폐지되더라도 미국의 전기차 도입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 전기차 도입 속도가 느려져 기존 내연기관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흐름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이 줄어들고 성능이 향상된 전기차 제품들이 출시돼 전기차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반기'
이미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는 세액공제 폐지 방안에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미국의 전기차 관련 기업들로 구성된 단체인 제로배출교통협회(Zero Emission Transportation Association, ZETA)는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IRA 세액공제는) 전국적으로 엄청난 일자리 증가와 새로운 경제 기회를 창출했다"며 "오하이오, 켄터키, 미시간, 조지아와 같은 배터리 벨트(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있는 지역) 주에서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이러한 일자리를 가져오고 실제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가려면 그 목표와 일치된 '청정 차량 세금 공제' 같은 수요 신호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런 투자를 저하하고 미국의 일자리 성장을 해칠 것"이라며 제도 유지를 촉구했다.
ZETA는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고 탄소 배출로 인한 오염 경감 정책을 제정하기 위해 움직이는 연합 단체다. 한국 기업인 LG를 비롯해 일본의 2차전지 제조사 파나소닉,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 루시드,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 업체 EVgo, 미국의 전기 회사 에디슨 등이 회원으로 등재돼 있다.
세액공제 폐지, 테슬라에는 호재
다만 테슬라 측은 트럼프 당선인의 세액공제 폐지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세액공제 폐지 관련 질문을 받고 "경쟁자들에 치명적(devastating)일 것"이라며 "테슬라도 약간 다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발언한 바 있다.
머스크 CEO가 이 같은 견해를 드러낸 것은 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시장 내 경쟁사들이 아직 전기차 부문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업체는 전기차 보조금만큼 가격을 올려 팔며 겨우겨우 적자 폭을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이들 기업은 적자 폭 확대를 감수하고 가격을 내려야만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다. 순수 전기차 판매로 흑자를 내고 있는 테슬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리스 판매'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테슬라에 있어선 호재다.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차량을 최종 조립해야 하며,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단 리스 차량은 이 같은 요구 조건과 무관하게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많은 완성차 기업은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세액공제 혜택을 극대화하고 이를 전기차 판매가에 반영해 왔다. 세액공제가 사라지면 가격 인하로 인해 손실이 커지거나 고객 일부를 아예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리스 판매보다 직접 판매를 선호해 온 테슬라는 세액공제가 폐지돼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