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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노스볼트, 美 회생 신청 방안 고려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수익성 회복 난항 美 배터리 스타트업 큐버그 매각 등 쇄신
유럽 전기차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지 최대 배터리 생산기업인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가 파산할 위기에 봉착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은 노스볼트가 흔들리자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챕터11 절차 검토
2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미국에서 파산 보호(챕터 11)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챕터11은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영업활동을 지속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최근 노스볼트는 고객사를 비롯해 투자자, 대출 기관과 자금난을 해소할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볼트 이사회는 지난 9월부터 3억 달러(약 4,18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과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의 투자를 통해 2016년 스웨덴에서 설립됐다. 1조원이 넘는 독일 정부의 보조금 덕에 독일 북부 공장 신축도 추진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EU)이 '매칭 보조금' 제도를 적용해 독일의 보조금 지급을 승인한 덕분이었다. 사실상 한국, 중국, 일본이 장악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뚫기 위한 범 유럽 기업인 셈이다. 이후 노스볼트는 유럽 배터리 내재화라는 목표를 앞세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전기차 시장 침체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자회사 '노스볼트ETT익스펜션AB'도 파산 신청
노스볼트엔 이미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였다. 지난달 노스볼트의 자회사 '노스볼트ETT익스펜션AB'는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파산을 신청했다. 이번 파산은 노스볼트 배터리 셀(Battery Cell) 제조공장의 대규모 확장 프로젝트 중단에 따른 조치다. 노스볼트ETT익스펜션AB는 노스볼트ETT 배터리 셀공장의 증설 계획을 책임지고 있었지만, 지난 9월 확장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재정적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다.
게다가 노스볼트는 제품 수율(완제품 비율) 문제가 끊임없이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서 BMW는 노스볼트와 맺은 약 3조원 규모의 배터리 셀 계약을 취소했는데 이 역시 수율 문제였다. 수율이 올라오지 못한 가운데 공급이 예정보다 2년이나 지연됐기 때문이었다. 고객인 완성차 업계가 수요를 낙관하며 발주를 늘리는 국면에선 다른 계약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지만, 수요가 둔화된 현 시점에선 치명타가 됐다.
특히 유럽은 올해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시장 중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노스볼트는 유럽 주요 국가의 전기차 보조금에 기대 투자를 늘리던 기업이었으나,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까지 폐지되면서 재무 위기가 가중됐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경영난 악화에 고강도 쇄신 단행
경영난이 심화하자 노스볼트는 지난 9월 전 세계 직원 20%에 해당하는 1,6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노스볼트는 성명을 통해 “사업 운영 규모 축소에 따라 인력 규모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노조와 건설적인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터 칼슨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서구의 야망인 자국산 배터리 산업에 기여하는 강력한 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영진 인사도 감행했다. 지난 7월 노스볼트는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배터리 셀 부문 사장에 각각 피아 알토넨 포셀과 마티아스 알레스를 새로 임명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 중이다. 이와 함께 스웨덴 북부 공장 확장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노스볼트는 지난 2022년에 인수한 이 부지를 이미 익명의 구매자에게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노스볼트 시스템에 대해서도 잠재적 파트너 및 투자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노스볼트 시스템에는 배터리 시스템 생산 공장인 노스볼트 드와도 포함돼 있다. 이달 들어서는 미국 차세대 배터리 기술기업 큐버그(Cuberg)도 매각했다. 노스볼트는 2021년 큐버그를 인수하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으나, 최근 재정난으로 인해 큐버그까지 매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