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슈퍼마이크로 주가 31.24% 폭등
규정 준수 계획서 승인 불투명
회계부정 의혹에 시장 우려 지속
미국의 컴퓨터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주가가 폭등했다. 새로운 감사인 선임을 통해 항간에 떠도는 회계 부정 의혹을 떨쳐낼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상장 폐지에 대한 우려가 식지 않는 모습이다.
새 감사인에 BDO USA 선임
20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 따르면 전날 SMCI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24% 폭등한 28.2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8일에도 15.93% 상승 마감했던 SMCI는 이로써 불과 이틀 만에 약 50%의 급등을 이뤘다. SMCI가 새로운 감사인 선정에 이어 나스닥 규정 준수를 위한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증시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일 장 마감 후 SMCI는 성명을 통해 미국 회계·컨설팅 업체인 BDO USA(BDO)를 독립 감사인으로 선정하고, 나스닥 규정 준수 계획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SMCI는 “연례 보고서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나스닥에 통보했다”면서 “나스닥이 규정 준수 계획서를 검토하는 동안 상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찰스 리앙 SMCI 최고경영자(CEO) 또한 “BDO를 SMCI의 독립 감사인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며 “이는 재무제표를 최신 상태로 만들기 위해 매우 중요한 단계로, 성실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감사인 선임 및 나스닥 규정 준수 계획서 제출로 SMCI의 위기가 모두 진화된 것은 아니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나스닥이 SMCI의 계획을 승인할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계획서가 승인될 경우 연말 보고서의 제출은 내년 2월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승인 거절로 이어질 경우 SMCI는 거래소 퇴출까지 고려해야 한다.
손 털고 나간 E&Y “SMCI 경영진 신뢰 불가”
대만계 미국인 찰스 리앙과 그 아내가 설립한 SMCI는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서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SMCI 서버와 스토리지 수요 또한 급증했다. 매출 폭등 결과 2023년 한 해 동안 SMCI 주가는 236% 뛰었다. 이같은 상승세는 올해 3월 초까지 이어졌으나, 이후 불거진 회계조작 의혹으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태다.
전 직원의 고발에서 시작된 회계조작 의혹은 회계감사를 맡았던 법인이 SMCI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사임하면서 일파만파로 커졌다. 다국적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Young LLP·E&Y)은 지난달 30일 “더 이상 SMCI 경영진과 감사위원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어 사임한다”고 밝혔다. E&Y는 “회사 경영진이 작성한 재무제표와 관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SMCI 이사회가 리앙 CEO 등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SMCI는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 SMCI는 “E&Y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E&Y가 제기한 문제 등을 이유로 이미 종료된 과거 회계연도의 분기별 재무 결과를 재작성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상장 폐지 경험한 SMCI, 과거 실수 되풀이하나
SMCI의 위기는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MCI에 상장 폐지를 경고했다. SEC의 규정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회 및 감사 위원회는 3명의 독립된 이사로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SMCI의 이사 한 명이 사임하면서 그 수가 2명으로 줄었다는 게 SEC의 지적이다. SEC는 SMCI 측에 6개월 내 규정 준수를 위한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이어 8월에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힌덴버그리서치가 SMCI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힌덴버그는 3개월에 걸쳐 SMCI를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회계 조작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회계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물론, 관계 당사자의 미공개 거래 정황과 제재 및 수출 통제 실패, 미 당국의 제재 우회, 소비자 이탈 이슈 등을 열거하며 SMCI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MCI가 상장 폐지를 겪는다면 이번이 두 번째가 된다. 당시 SMCI는 SEC에 제출해야 하는 10-K 보고서와 분기 보고서를 마감일 전까지 내지 못해 상장 폐지됐다. 이후 2020년 재상장 승인을 받았고, 회계 조사와 관련해서는 1,750만 달러(약 245억원)의 벌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 지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