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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테슬라 자율주행차량 선점 위해 'HMB4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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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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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슈퍼컴 성능 강화 위해 삼성·SK에 러브콜
공정방식 바뀌는 HBM4, 삼성 '역전' vs SK '수성'
엔비디아 대항해 빅테크 커스터마이징 수요 늘어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에 대한 빅테크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테슬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HBM4 시제품을 요청했다. 이는 수요 급증에 물량 확보가 어려운 HBM3E(5세대 ) 시장의 상황이 HBM4에도 이어질 것이란 판단하에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AI 전환 선언' 테슬라, 자율주행차에 HBM4 탑재 가능성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로부터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도조(Dojo)'에 탑재할 HBM4 공급 요청을 받고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맞춤형 HBM을 주문하는 다른 빅테크들과 달리 테슬라는 범용 HBM4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추후 시제품이 나오면 성능을 비교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한 곳을 메인 공급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업체의 특성상 안전이 중요한 만큼 HBM4 패키징 성능과 안정성이 수주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가 HBM4 공급을 요청한 것은 도조의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그에 걸맞은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기업을 넘어 AI 기업이 되겠다'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뜻에 따라 도조의 성능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조의 초기 모델에는 3세대 HBM2E가 들어갔지만, 성능 향상을 위해서 HBM4를 대량 공급 받아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기차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전략으로 현재 개발 중인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테슬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드시 잡아야 할 핵심 고객사로 꼽힌다. 글로벌 자율주행차량 시장은 내년 209조원에서 2035년 1,347조원으로 연평균 40%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량은 센서 데이터 처리, 실시간 의사결정 등을 위해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 만큼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를 필두로 HBM에 대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테슬라는 양사 경쟁을 부추겨 HBM4 적층에 활용할 자체 패키징 기술을 끌어올리고, HBM 성능과 전력 효율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HBM4에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확보 관건

현시점 양사 간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는 것은 SK하이닉스다. 패키징·수율 등 기술적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한 데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에 성공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로 불리는 '블랙웰' 시리즈의 양산에도 참여하면서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왕좌'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달 실적발표 자리에서 "HBM은 이미 내년 물량까지 솔드아웃(매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HBM4부터는 이전 세대와 다른 공정 방식이 적용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HBM3E까지는 메모리업체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연결하는 베이스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부터는 파운드리 업체와 협업해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 방식이 확 바뀐다는 점에서 HBM4는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에는 판세를 뒤엎을 기회로, 앞서가는 SK하이닉스에는 시장 주도권을 더욱 확고히 할 승부처로 꼽힌다.

먼저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16단까지는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16단 제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HBM3E 12단보다 학습 성능은 18%, 추론 성능은 32% 향상됐다"며 "이미 12단에서 양산성이 검증된 어드밴드스 MR-MUF 방식을 계속 적용하되 백업으로 하이브리드 본딩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HBM4 16단에서도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을 적용한다면 이미 검증된 공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HBM3E 경쟁에서 밀린 삼성전자는 내년 HBM4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하반기까지 HBM4 개발을 끝내고 양산까지 돌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초 목표인 2026년보다 6개월 가까이 앞당긴 것이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경쟁사인 대만 TSMC와도 손잡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으로 설계·생산·파운드리를 총괄하는 '턴키(일괄 수주)' 능력을 앞세우기보다, 고객이 원하면 HBM4만 직접 설계·생산하고 베이스다이 제작은 TSMC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HBM4의 핵심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의 도입 일정도 앞당겼다. 린준청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9월 6일 타이베이 난강구 난강 전람관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4' 이종 집적 글로벌 서밋 기조연설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은 두께와 열 저항 감소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이브리드 본딩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에 앞서 비용과 제조 안전성, 칩 휘어짐 통제 등 과제가 남아 있다며 이에 잘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견제하는 빅테크들, '맞춤형 HBM4' 요구 증가

이런 가운데 고객사인 빅테크의 수요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설계를 통해 엔비디아를 견제하는 가운데 맞춤형 HBM4를 주문하는 사례가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메타, MS, 구글이 자사 AI 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맞춤형 HBM4 메모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엔비디아가 독점해 온 HBM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AI 칩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그간 HBM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기술 요구 사항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인정돼 왔다. 이렇다 보니 메모리 업체들도 AI칩 시장 점유율 90%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사향에 맞춘 HBM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HBM 표준이 엔비디아의 설계에 최적화돼 다른 AI 칩 제조사들은 이와 경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간 메타, MS,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AI 칩을 선보였지만, 이들 제품은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의 AI 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HBM4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HBM4는 GPU와 HBM을 연결하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 요구에 맞춘 맞춤형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로직 공정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특정 기능을 HBM에 직접 통합하는 것이 가능해져, 커스터마이징이 용이해졌다. 이에 메타, MS, 구글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HBM4에 대해 보다 높은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성능과 차별화된 기능을 내세워 빅테크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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