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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주관사, 스토킹 호스 방식 선택
한 달 넘게 인수의향서 ‘0건’
IPO 흥행 노린 수요 자극했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초래하고 회생 절차에 돌입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몬·위메프(티메프)가 기업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현재 영업 재개를 위한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수 희망자와 매각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매각 대금으로 피해 복구 예정
5일 업계에 따르면 조인철 티메프 법정관리인은 전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티몬 본사에서 ‘티메프 영업 재개·M&A(인수합병) 성공을 위한 설명회’를 열어 영업재개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M&A 성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 관리인은 M&A와 관련해 “현재 두 곳에서 인수 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태”라고 밝히며 “현재로선 M&A만이 판매자 피해 복구를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조 관리인은 이르면 연내 M&A를 성사하고, 내년 3월께에는 매각 대금을 활용한 피해 복구에 나설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티몬과 위메프를 묶어 한 번에 매각하는 게 M&A 기본 원칙이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피해를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조 관리인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LOI를 제출한 기업과 매각 금액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티메프는 현재 영업 재개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관리인은 “영업 재개를 위한 시장의 신뢰를 얻고자 에스크로(판매 대금 제삼자 위탁) 기반의 정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정산 주기도 판매 후 최대 70일에서 1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며 판매자와 카드사, PG(결제대행)사 등의 협조를 당부했다.
미정산 사태 당시 문제가 된 티메프의 2차 PG사 역할은 제거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판매자 수수료를 낮추고, 경쟁력을 확보해 종국에는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조 관리인은 “영업 재개는 M&A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며 “매각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매각가치를 증대하기 위해서라도 영업 재개는 꼭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티메프 매각 주관사로 선임된 EY한영회계법인은 기업 실사 등을 통해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산정해 서울회생법원에 보고하는 조사위원도 맡고 있다. EY한영은 오는 13일 서울회생법원에 티메프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는 해당 보고서에 판매자 피해 보상을 위한 M&A를 통한 기업 존속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티메프 미정산 판매대금 규모는 1조3,431억원 수준이며, 피해 판매자는 약 5만5,000명이다. 소비자 미환불액은 1,254억원, 피해자 수는 약 46만 명이다.
신용 잃은 티메프, 시장에서 외면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0월 11일 조 관리인이 티메프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기 위해 EY한영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달라는 용역 계약 체결을 허가했다. 이후 매각 주관사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제한적 경쟁 입찰)’ 방식으로 티메프 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상태에서 공개경쟁 입찰을 병행,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인수자를 확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LOI를 제출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입찰 과정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인수에 관심을 보인 업체도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해 결국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신용에 기반한 사업을 하는 티메프가 이를 잃었고, 우발채무 우려와 시장에 미치는 파장 등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고액을 들여 인수에 나서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티메프 우발채무에 대한 매수자들의 우려가 큰 만큼 매각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뤘다. 스토킹 호스 방식에서는 우선매수권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공개입찰에 들어서게 되고, 공개입찰에서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파산 절차가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티메프가 ‘파산기업’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해 매각 금액을 대폭 낮출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롤모델은 쿠팡”
시장에서는 이번 티메프 M&A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린 수요가 반응한 것으로 평가했다. 기업 상장을 목표로 다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IPO에만 성공하면 소위 ‘대박’을 거둘 수 있다는 심리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성공하면 쿠팡, 실패하면 티메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쿠팡은 지난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부실 관리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글로벌 IT기업 출신 변호사는 “자본잠식까지 오가는 상황에서도 사업 규모를 일단 키운 뒤 상장으로 엑시트하는 게 최근 이커머스 사업의 표본”이라고 꼬집으며 “다만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체로 전자금융거래법상 규제를 받는데,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몇 년 새 손을 놓고 있다”며 재무건전성 관리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