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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이커머스 공세에 배민과 '연합 전선' 급성장하는 퀵커머스 시장에 유통채널도 참전 배송 효율 높이고 예약 배송 등 서비스 다양화
'퀵커머스(Q-Commerce)'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형마트와 배달플랫폼 간 합종연횡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퀵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에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까지 입점하면서 유통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이들 기업의 협력이 물류 인프라와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성장한 쿠팡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민 플랫폼에 홈플러스 '마트 직송' 입점
4일 홈플러스는 배민 장보기·쇼핑 플랫폼을 통해 전국 108개 점포를 기반으로 한 '마트 직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트 직송'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당일 배송받거나,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받을 수 있는 즉시 배송 서비스다. 홈플러스의 마트 직송 서비스는 전국 100여 개 매장에서 운영하며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상품과 신선식품, 가전, 완구, 의류, 리빙·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해 '즉시 배송' 서비스를 배민에 입점시켰다. 즉시 배송은 고객 주문 후 인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1시간 내외로 배송하는 서비스로 지난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즉시 배송 서비스가 배민 입점 후 성과를 거두자 이번에는 마트 직송까지 협업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이번 마트 직송으로 고객 선택권이 확대돼 즉시 배송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홈플러스는 기대하고 있다.
배민은 입점 마트 중 처음으로 사륜차 배송을 도입해 홈플러스 대형·중량 상품의 배송 효율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또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해 전자레인지, 밥솥과 같이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도 배민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최대 4일까지 예약배송 기능을 제공해 고객의 편의성을 최대한 높였다. 홈플러스 마트 직송은 배민 장보기·쇼핑 내 대형마트의 예약배송 서비스를 최초로 제공한다.
유통업계의 '지각 변동', 쿠팡 독주에 도전
이번 배민과 홈플러스의 연대는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강력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빠른 배송 서비스로 시장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는 대형마트의 전통적 강점을 약화시키며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다양한 상품과 오프라인 상권 내 영향력을 갖췄음에도 온라인 경쟁력이 약하다.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로 새벽 배송 서비스 제공이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퀵커머스에 강점을 가진 배달앱 제휴는 부족한 배송 역량을 보완하고 신선식품 등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열쇠다.
실제 홈플러스는 배민과의 협업을 통해 온라인 배송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기존에는 낮은 인지도와 제한적인 고객층으로 성장에 한계를 겪었지만 이번 협력을 통해 배민이 보유한 방대한 회원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기회를 얻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166만 명으로 업계 2위인 요기요(488만 명)를 크게 앞섰다.
배달앱 입장에서도 대형마트·SSM과의 제휴는 업계 2위로 올라선 쿠팡이츠를 견제할 수 있는 카드다. 배민은 홈플러스 입점으로 유통 채널 다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배민은 지난 2021년 장보기·쇼핑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전자랜드, 삼성스토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이마트 등으로 협업의 범위를 확장 중이다. 지금까지 가전양판점, 편의점 4사, SSM, 대형마트까지 거의 모든 대형 유통 채널을 입점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배민은 이미 'B마트' 서비스를 통해 리테일 시장에 진출하며 직매입한 상품을 전국 70여 개 도심형 유통센터(PPC)에서 배송하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는 단순히 배송 플랫폼의 역할을 넘어 리테일 생태계에서 경쟁 우위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최근에는 대형마트·SSM과의 협력이 더해지면서 음식 배달을 넘어 식료품·생필품·디지털·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물류와 상품군을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배민에 입점하면서 고객 선택지가 크게 확대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셀러들과 협력하며 고객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퀵커머스' 도입되며 배달시장 경쟁 새 국면
업계에서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외에도 다양한 유통 업체들이 잇따라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주문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만 해도 3,500억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이듬해부터 급성장하며 2021년 1조2,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오는 2025년에는 5조원가량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서는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자사 소비자 성향에 맞는 배송 서비스를 개발해 퀵커머스를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컬리는 올해 6월 퀵커머스 서비스 '컬리나우'를 출시하고 서울 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일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컬리나우 도곡점'을 열고 서울 강남권역에서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컬리나우는 고객들의 주문이 들어오면 서울 마포구의 PP(Picking&Packing·집품 및 포장) 센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배달 가능 지역에서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 사이 즉시 배송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즉시 배송 대상 상품은 컬리몰에서 판매 중인 상품 중 밀키트와 생활필수품, 뷰티 제품 등 4,500여개로 우선 주문이 가능한 품목은 현재 새벽 배송 상품의 10~20% 수준이다.
편의점 업계도 퀵커머스 서비스를 확대하며 업계 내 입지 굳히기에 돌입했다. GS25는 배달 주문이 많은 치킨·피자·떡볶이 등에서 신상품을 출시하며 '배달 음식 시장' 공략에 나섰다. CU도 완제품을 비롯해 군고구마, 닭꼬치, 핫도그 등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올해 9월까지 누적 배달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6.0% 확대됐다. 더욱이 해당 상품은 배달 1건당 객단가가 오프라인 매장 이용객보다 2.5배 높아 수익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올해 1~9월 앱 배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7% 증가했다.
이마트는 퀵커머스 철수, 관건은 '수익성'
다만 수익성이 관건이다. 앞서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퀵커머스 서비스를 접었다. 롯데마트와 롯데온은 지난 5월 퀵커머스 서비스인 '바로 배송'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바로 배송'은 롯데온의 롯데마트몰에서 제품을 사면 2시간 이내에 상품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주문한 상품은 롯데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출고된다.
롯데마트는 당초 퀵커머스 운영 점포 50개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바로 배송 운영 점포를 30여 개까지 늘렸지만 올해 초 운영 점포 수를 15개까지 줄였고 결국 사업을 철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오프라인 활동이 늘어나자,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배송 수요가 줄어들며 퀵커머스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이마트도 수익성 등을 고려해 퀵커머스 사업에서 물러섰다. 이마트는 2022년 4월부터 논현, 반포 등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 선보였던 퀵커머스 서비스 '쓱고우' 시범 서비스를 지난해 말 종료했다. 쓱고우는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활용해 소비자가 상품을 1시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수익성 개선을 강조하며 이마트 역시 체질 개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있었던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