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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유럽 중심 ‘에너지 위기’ 초래 산업별·기업별 위기 대응 방식 각기 달라 다양한 영향과 대응 방식 이해해야 효과적 지원 가능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가 지정학적 갈등과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개별 산업과 기업의 위기 대응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정책 당국의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발한 에너지 가격 위기에서 유럽 각국 기업들의 대응 방식은 회사 규모, 생산 기술, 시장 구조, 경영 방식 등에 따라 각기 달랐다. 해당 요소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상황과 목표에 맞춘 효과적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영국 천연가스 가격, 수개월 만에 ‘4배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삽시간에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고 유럽 전역에 걸쳐 심대한 경제적 영향을 끼쳤다. 특히 영국의 경우 에너지 도매가격이 몇 개월 사이 4배가 뛰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는데, 이와 관련한 설문 조사와 문서 자료 분석은 기업들이 에너지 위기를 견디기 위해 사용한 몇 가지 대응 방식을 드러낸다.
에너지 위기 대응 방식, 산업 및 기업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
먼저 대다수 기업은 늘어난 에너지 비용을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해당 패턴은 소규모 회사들에서 더 많이 보였고 대기업들은 자본재 개선에 집중하며 비용 인상을 감수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또한 인원 감축이나 파산을 결정하기보다 현금 보유고 및 부채 비중을 늘리며 위기를 버티는 기업들도 있었다. 이런 경향 역시 중소기업들에서 많이 관찰됐는데, 비용 인상에도 불구하고 회사 운영을 이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에너지 위기는 중소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사업 운영 방식의 변화를 불러왔다. 원격 근무 방식 도입을 통해 에너지 비용의 일부를 근로자에게 돌리는 등 운영 경비 절감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대응 방식은 산업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는데 건설업체들이 자본재 투자에 집중했다면 숙박, 외식, 관광 등의 서비스업체들은 재고 물량을 비축해 비용 인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대부분 업체가 위기 극복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는 등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지어 자료상으로는 소규모 업체 위주의 영업 중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낙관주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업체별 다양한 영향과 대응 방식 이해해야 효과적 정책 수립
이 같은 기업들의 다양한 위기 대응 방식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어떻게 지원 방안을 수립할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먼저 에너지 위기가 산업과 회사 규모별로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 소규모 음식·숙박업에 대한 지원 방안이 제조 분야 대기업 지원과 같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당장의 생존에 필요한 도움과 장기간 적응을 위한 지원을 구분해 제공해야 반복되는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체질을 갖출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의 에너지 위기 대응 방식은 친환경 경제 이행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관련 내용들을 잘 활용한다면 환경 목표를 달성하면서 경제 활력을 이어갈 수 있는 정책 수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정책 방향과 목표 수립에는 정확한 현실 파악이 요구되는데 이에 필요한 자료 공유상의 문제점도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료 자체에 대한 접근성은 물론 설문 조사와 행정 자료 간 내용 차이, 주관적 분석의 남용 등 문제가 정리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원문의 저자는 티모 페처(Thiemo Fetzer)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Navigating economic shocks: How firms adapted to the energy crisi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