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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경제학 박사 커뮤니티로 알아본 엘리트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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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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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 10%가 악성 글로 드러나
악성 글 작성자, 알고보니 대부분 명문대 출신
악성 글 쓰는 주된 요인 '관심받고자 하는 욕구'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경제학 박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악성 게시글 작성자가 대부분 명문대 출신인 걸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악성 게시글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증가했으며 처음 작성한 글이 많은 관심을 받으면 추후에도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악성 게시글을 작성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사진=CEPR

취업의 장에서 화풀이 공간으로 전락한 EMJR

온라인 익명성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남에게 상처를 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익명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을 비방하고 깎아내리는 글을 서슴지 않게 쓴다. 이러한 악성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제와 집단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데, 전문가 커뮤니티에서 특히 악성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이코노믹 잡마켓 루머(Economics Job Market Rumors, EJMR)가 있다. EMJR은 경제학 박사들이 모인 구인·구직 커뮤니티로, 처음에는 경제학에 관련된 토론이나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성차별, 인종차별 등 악성 게시글이 늘어갔고 현재는 악명 높은 커뮤니티로 바뀌었다.

EMJR, 레딧보다 여성 혐오 발언 더 많아

플로리안 에더러(Florian Ederer) 보스턴대(Boston University) 경영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2명의 연구진은 EMJR에 등록된 글을 모두 긁어모아, 해당 커뮤니티에 악성 게시글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조사했다.

우선 연구진은 트랜스포머 기반 머신러닝 모델을 이용해 △정상 △악성 △여성 혐오 △증오 발언 등 네 종류로 게시글을 분류했다. 분류한 결과 악성 게시글은 무려 11.8%에 달했으며, 여성 혐오는 3.3%, 증오 발언이 3.1% 있었다. 이러한 수치는 전 세계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과 필적할 만한 수준이다. EMJR은 전반적으로 레딧과 비슷한 수준의 유해성을 보였으나, 여성 혐오와 증오 발언에 대해서는 레딧을 넘어섰다. 이는 EMJR에 악성 게시글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악성 게시글 작성자, 대다수 명문대 출신인 걸로 밝혀져

다음으로 연구진은 게시글 작성자의 IP 주소를 추적했다. EMJR의 사용자 ID는 'ef3c'와 같이 4자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마치 무작위로 생성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 ID는 접속한 IP 주소를 활용한다는 숨겨진 패턴이 있었고, 연구진은 이러한 패턴을 공략했다.

패턴을 발견했음에도 IP를 추적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사용자 ID를 생성하는 경우의 수가 무려 9조나 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가능한 IP 주소를 모두 찾아내 나열했으며, 이로 인해 사용자 ID 후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마침내 연구진은 2010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47,630개의 고유한 IP 주소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전체 사용자의 3분의 2에 달하는 숫자다.

연구진이 어렵게 IP 주소를 찾아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게시글 작성자의 대다수가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스탠퍼드대 출신이 2.98%로 가장 많았으며 컬럼비아대가 2.68%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학계에 적대적인 집단이 의도적으로 EMJR에 악성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믿음과 달리, 실제로는 일류대학과 저명한 연구 기관에서 악성 게시글을 작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체 게시글 중 특정 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출처=CEPR

다음으로 눈여겨볼 만한 점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게시글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EMJR 게시글은 2020년 초에 폭발적으로 증가해 짧은 기간에 게시글 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게시글들은 대부분 주제에서 벗어난 토론이었으며, 이는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게시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 보장되지 않은 익명 커뮤니티

연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실체를 파악한 뒤 두 가지 시사점을 밝혔다. 첫 번째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익명성'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안상 약점이 분명히 존재했고, 보안 수준은 업계 관행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해커의 먹잇감으로 쉽게 전락할 수 있다. 또한 익명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기면 사용자들은 더 이상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기 껄끄러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악성 게시글을 작성하는 주된 요인으로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를 꼽았다. 연구진은 작성자의 초기 게시물과 후속 활동 간의 관계를 조사해 주장을 뒷받침했다. 첫 게시글에 많은 관심을 받은 사용자는 추후에 활발히 활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해당 결과는 악성 게시글 작성자의 밑바닥에는 관심받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원문의 저자는 플로리안 에더러(Florian Ederer) 보스턴대(Boston University) 경영대학원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Anonymity and identity onlin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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