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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테크 파상공세에 'D램 증산' 본격화, 중국발 치킨게임 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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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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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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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범용 D램 넘어 고성능 칩까지 지배력 확대
창신메모리, 공격적 설비투자로 공급 과잉 주도
기술 격차 여전하지만 시장 위협하기에 '충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개발한 LPDDR5 제품/사진=CXMT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D램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며 D램 시장 패권 경쟁에 돌입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D램 웨이퍼 투입량을 전년 대비 대폭 늘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D램 시장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D램 생산량 각각 6%·15%↑

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올해 D램 생산능력 전망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D램 웨이퍼 투입량을 789만 장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44만 장보다 6% 늘어난 규모다. 평택캠퍼스의 생산능력을 최대 25% 늘리는 것에 비춰볼 때 최선단 공정 분야에서 D램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에 맞서 SK하이닉스도 올해 D램 웨이퍼 투입량을 전년 대비 15% 늘리며 공격적인 물량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 우시 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이천 M14, M16의 설비를 최대한으로 가동, 연간 웨이퍼 투입량이 592만 장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SK하이닉스 창사 이래 최대치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올해 D램 웨이퍼 투입량을 360만 장 수준으로 잡아 전년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中 CXMT도 생산량 늘리며 공세

지난해부터 D램 3강의 지위를 위협하기 시작한 CXMT의 공세도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옴디아가 예측한 CXMT의 올해 D램 웨이퍼 생산량은 237만 장으로, 전년보다 무려 54% 늘었다. 2023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2년 만에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린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CXMT는 최근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제품의 수율 80%를 달성하고 중국 현지 메모리 모듈 업체인 킹뱅크, 글로웨이 등을 통해 32GB(기가바이트) DDR5 제품 공급을 하는 중이다. CXMT는 그동안 DDR4와 LPDDR4 등 구형 제품 생산에만 주력해 왔지만 최근 17.5나노(G3) 공정을 적용한 DDR5 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CXMT의 DDR5 수율 80%는 SK하이닉스의 80~90%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특히 초기 수율이 40%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기술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DR5는 지난 2023년 D램 시장 매출의 20%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서버용 D램 출하량의 40%, 2025년에는 60~65%가 DDR5 제품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D램 시장 규모는 2023년 1,105억7,000만 달러에서 2025년 1,939억7,000만 달러(약 28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비해 CXMT는 연내 DDR5 생산능력을 30만 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글로벌 3위 업체인 마이크론 수준에 근접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 기준 CXMT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15%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반도체 절체절명의 한해

CXMT의 급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CXMT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IT 기기 구매자들에게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국 내 메모리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그 결과 CXMT의 영향력도 눈에 띄게 확대 중이다. 우선 DDR4 시장에서 CXMT는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CXMT의 생산확대로 PC용 D램(DDR4 8Gb)의 지난해 하반기에만 30% 이상 하락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CXMT는 아직 기술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나노 공정으로 DDR5를 생산하고 있지만, CXMT는 17.5나노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력 소비와 성능 면에서 열위다. 특히 고사양 서버용 제품 시장 진입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고도의 공정이 필요하지 않는 중국 시장에서의 CXMT의 DDR5 제품 경쟁력은 상당하다. 한국, 일본, 미국 메모리 기업보다 10~20% 낮은 가격으로 판매에 나서면서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PC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같은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HBM와 같은 AI 서버용 메모리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범용 D램 시장 변동에도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반도체 시장의 최대 화두는 5세대 제품인 HBM3E와 6세대 HBM4가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중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B200)과 이를 기반으로 한 AI 가속기 ‘GB200’을 출시하는데, 여기엔 8단 HBM3E가 탑재된다. 현재까지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두 회사가 이를 공급하고 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B300’도 연내 출시가 유력하다. B300에는 12단 HBM3E가 공급되는데, SK하이닉스가 초기 물량을 독점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최근 12단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더 나아가 올 초에는 16단 HBM3E의 샘플을 공급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HBM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 발짝 빠른 개발 및 양산으로 시장 선두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HBM 시장에서 갖가지 고초를 겪은 삼성전자는 올해는 반드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포부다. 지난해 HBM3E 성능 논란에 휩싸이며 1년 가까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넘지 못했지만, 조만간 8단 HBM3E와 12단 HBM3E의 공급 본격화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HBM4 시장에 조기 진입해야만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 시스템에 탑재될 제품이다. 루빈에는 HBM4가 최대 12개 탑재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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