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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 세계 경제에 ‘갈수록 심각한 영향’ 공급망, 금융 시스템, 통화 정책 ‘주요 변수’로 등장 기후 위험-경제 정책 통합은 “필수”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기후 변화가 심해지며 태풍, 홍수, 산불 등 이상 기후 현상도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재해는 공급망, 금융 안정, 통화 정책 등 전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은 이제 경제 정책 수립 시 기후 현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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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 현상, ‘경제 변수’에 포함해야
최근 수 세기 동안 이상 기후가 미치는 전 세계적 피해는 점진적으로 증가해 왔다. 금융 시스템 친환경화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NGFS)의 최근 보고서는 중앙은행들이 기후 관련 경제적 리스크를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 기후의 거시경제 영향은 더 이상 고립된 사고가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생산성은 물론 전반적 경제 안정에 작용하는 경제 현상의 일부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이상 기후 현상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제에 영향을 준다. 폭풍과 홍수가 즉각적인 물리적 피해를 가져온다면, 가뭄과 폭염은 점진적으로 장기에 걸쳐 경제에 부담을 준다. 기후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과 해당 지역의 경제 활동 수준, 사회간접자본의 회복력 등도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친다. 재난 준비가 잘 된 선진국들은 신속히 회복하는 반면 신흥국들은 긴 기간 경제적 차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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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장단기적 물리적 피해, 공급망(자본재에 대한 물리적 피해, 노동자 이동 및 이주,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 영향), 금융 측면(자산 가격 및 신용 경색, 은행 대출 위축, 경제 회복 지연), 수요 측면(자산 가치 하락, 불확실성 증가, 가계 및 기업 지출 감소, 보험 보장 한도), 거시경제 및 통화정책 영향(전반적 경제 활동, 인플레이션)(좌→우, 상→하 순서), 일방향(Direct), 양방향(Feedback)/출처=CEPR
‘공급 차질’과 ‘수요 위축’ 동시에 가져와
이상 기후의 즉각적인 경제적 영향은 주로 공급 측면에서 느껴진다. 제조 시설이나 농업 생산, 교통 체계의 파괴가 생산량과 생산성 모두에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최근 라인강의 낮은 수위가 운송에 지장을 줘 독일의 산업 생산 감소를 초래하는 것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30일간 저수위가 지속되면 독일 산업 생산량이 1% 감소했다.
수요 측면에서 이상 기후는 소비자 신뢰와 소비 지출을 줄인다. 가옥과 직장의 파괴는 소득 흐름을 방해하고 가구 지출 감소와 연결된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도 투자와 사업 확장을 지연시킨다. 보험과 정부 지원을 통해 일정 정도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보장 한도가 턱없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취약 인구들은 장기적인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금융 시스템 위축, GDP 감소, 인플레이션 유발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도 문제지만 금융 시장과 은행 시스템이 입는 차질도 적지 않다. 이상 기후가 자산 및 담보 가치를 축소해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부실 대출 증가 상황에 놓인 은행들은 신용 연장을 꺼리게 되고 이는 경제 회복마저 지연시킨다.
과거 자료들을 살펴보면 중대한 기후 재해가 단기적인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연결된 사례도 발견된다. 심각한 경우 생산량이 재해 발생 이전 수준보다 낮게 수십 년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상 기후가 찾아온 해에 1인당 GDP 성장률이 0.5%P 이상 감소하고 이후에도 장기간 경제에 타격을 준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이상 기후 현상은 공급 측면 차질이냐 수요 위축이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에도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기후 현상이 작물 피해나 공급망 파괴로 연결되면 공급 측면 차질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 태풍이나 가뭄으로 농업 생산량이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 식품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 물가가 오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수요가 약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된다.
기후 위험, “경제 정책에 통합해야”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기후 충격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이상 기후로 인한 식품 원자재 가격 10% 상승은 18개월 후 0.5%의 GDP 하락으로 직결된다. 기후 현상에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상 기후 현상의 빈도가 늘어나며 정책 당국의 통화 정책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역할은 인플레이션 통제와 금융 안정에 집중돼 왔는데 기후 충격이 복잡성을 더해 고려할 변수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과 인프라 투자가 기후 차질 복구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지만 재정 적자를 지나치게 악화시키지 않는 한도에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의 현실이 됐다. 이상 기후가 산업 생산에 피해를 주고 금융 시스템을 경색시켜 경제 안정을 흔드는 현상은 어렵지 않게 관측된다. 따라서 기후 위험을 경제 정책 수립에 통합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 전체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기후 변화와 통화 정책의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만 효과적인 경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은행과 금융 기관들은 기후가 경제 환경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은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스 크레벨(Lukasz Krebel)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정책 고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implications of severe weather events for the economy and monetary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