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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분권화된 가상화폐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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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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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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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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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분권화 시스템, 이론적으로는 ‘감독 기관 불필요’
분권화와 보안, 확장성 “함께 가기 어려워”
현실 경제 고려한 ‘균형점’ 고민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블록체인 기반 혁신의 주역으로 떠오른 비트코인은 금융 거래의 온전한 자유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렸다. 분권화 화폐(decentralised money)라는 개념도 세계인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모든 기대의 배후에는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 중앙 기관이 아닌 개별 검증자들이 거래와 기록을 검증)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의 통화 시스템에서 분권화를 통해 중앙은행과 같은 감독 기관을 대체할 수 있을까?

사진=CEPR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금융 거래 자유화’ 기대감

본질적으로 돈은 사회적 계약이다. 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화폐로 기능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돈은 과거의 거래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기능도 갖는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기록 기능은 중앙은행과 시중 은행으로 대표되는 ‘중앙화된 기관’(centralised institutions)이 정확한 원장(ledger)을 보관하고 관리함으로써 수행해 왔다. 하지만 모두의 참여와 조작 방지를 약속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며 기존 금융 기관들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분산 원장은 기관들에 의지하지 않고 검증자(validators) 네트워크의 합의 과정을 거쳐 거래 기록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중앙화된 기관이 필요 없을 수 있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한계가 있다.

분산 원장 업데이트 합의 과정 예시
주: *’B가 유효하다’는 원장의 내용을 X, Y 단계와 검증자들의 합의를 거쳐 업데이트하는 과정/출처=CEPR

‘분권화, 보안, 확장성’ 한 번에 ‘해결 불가능’

이러한 한계는 ‘확장성 문제’(scalability trilemma)로 명명되는데 ‘원장 체계’(ledger system)는 근본적으로 보안과 분권화, 확장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는 개념이다. 두 가지는 동시에 해결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셋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확장성 문제(scalability trilemma)
주: 분권화(Decentralized), Secure(보안), 확장성(Scalable), 단일 원장 유지 및 강력한 합의 요구(비트코인, 이더리움)(Single chain with strong consensus (BTC, ETH)), 전통적 중재 기관(Traditional intermediary), 합의 조건 강력하지 않음(Weak consensus)/출처=CEPR

분권화가 보안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참여자가 누구건 시스템 조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합의 과정이 지연되기도 한다. 검증자들이 많이 개입할수록 거래 승인에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것이 확장성을 저해하게 된다. 시스템이 대규모 거래를 빠르고 효율성 있게 처리하는 능력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떠올리면 알 수 있다. 안전하고 분권화됐지만 느리고 거래 비용이 비싼 것으로 악명도 높다. 분권화 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드는 바로 그 요소가 한편으로는 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권화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검증자의 수(분권화), 원장 업데이트를 위한 의사결정 규칙(보안),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능력(확장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신뢰 수준 높은 경제 환경에서는 ‘분권화 낮아야 효율적’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가 검증자에 대한 보상 문제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보상은 시스템 입장에서는 비용이다. 보상이 너무 적으면 검증자들이 참여를 회피하게 되고 원장의 신뢰성이 의심받게 된다. 하지만 너무 관대한 보상도 시스템의 효율성을 갉아 먹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분권화 수준이 낮을 때 더 높은 효율성을 발휘하게 된다. 평판과 안정성 같은 장기적 동기부여가 높은 경우라면 중앙은행과 같은 단일 검증자가 최적일 수 있다. 비효율성을 낮추고 지연을 방지하며 원장을 적시에 업데이트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단기 이익이 주를 이루고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분권화가 탈선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다수의 검증자를 활용해 특정 세력이 지나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문제는 속도와 확장성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분권화는 범용의 해결책이 아니다. 신뢰 수준이 낮고 사기와 조작 위험이 큰 환경에서는 보안에 도움을 주지만 공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느린 거래 속도와 복잡한 합의 규정, 검증자에 대한 지나친 보상 등이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용자들을 검증자로 활용하는 방식 ‘고려해야’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분권화 수준을 경제적 현실에 맞춘 원장 설계(ledger design)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거래 시스템 이용자들을 검증자로 활용하는 방법도 보상과 관리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법일 수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시사점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통화 도입을 검토하고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법정화폐 포함 기준 자산에 고정되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반 결재 시스템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원장 설계의 장단점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혁신을 추진할 때 효율과 속도, 보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결론은 분권화 자체가 목표가 아닌 도구라는 사실이다. 특정 상황에서는 유용할 수 있지만 항상 전통적 방법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가 사기와 돈세탁에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분권화는 근원적인 한계를 갖는다. 게다가 디지털 화폐는 이념이 아닌 신중한 경제적 고려에 의해 도입돼야 한다. 분산원장 기술이 현실 세계에서 기대만큼 성공하려면 분권화와 보안, 확장성이 반드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라파엘 아우어(Raphael Auer) BIS 혁신 허브(BIS Innovation Hub) 유로시스템 센터(Eurosystem Centre) 센터장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economics of distributed ledgers and the limits of decentralised mone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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