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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와 日 신카와서 TC본더 대량 구매 “수요 높은 HBM 12단은 한미반도체 장비 사용” 마이크론 HBM 생산능력, 올해부터 대폭 확대 전망

미국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장비를 대거 반입하며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모두 HBM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올해 3사의 HBM 물량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마이크론, HBM 장비 대거 반입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한국의 한미반도체, 일본 신카와 등으로부터 HBM 생산의 핵심 장비인 TC본더를 대량으로 주문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력 공급사로 기술적 안정성이 입증된 한미반도체로부터 지난해에만 30대가 넘는 장비를 구매했으며, 올 상반기 구매량은 지난해 주문량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HBM 고객사들 사이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의 경우 한미반도체가 납품하는 TC본더에서만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신카와 장비의 경우 8단까지만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의 TC본더 장비 중 한미반도체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HBM3E 16단 양산도 준비
마이크론이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생산능력 비중도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HBM은 D램을 쌓아 만드는데, 단수가 높을수록 고성능이다. 마이크론은 현재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5세대인 HBM3E 8단을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물량에서 SK하이닉스에 완전히 밀려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다. 현재 양산되고 있는 가장 높은 단수의 제품은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이지만,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에 탑재될 HBM3E 16단 양산은 SK하이닉스와 거의 동시에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16단 제품 양산을 위한 최종 설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필수 공정 장비에 대해서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1월 처음으로 16단 개발을 공식화하고 상반기 본격적인 양산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내 16단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만 밝힌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작년 HBM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던 마이크론이 올해는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뿐 아니라 저전력 D램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가 이달 22일 공개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에서도 초도 물량의 대부분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1차 공급사 자리에 삼성전자가 아닌 기업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빠르고 전력 소모는 줄인 메모리 반도체인 LPDDR5X의 전력 효율, 성능 등에서 삼성전자를 앞섰다는 분석이다. 작년 글로벌 D램 점유율도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작년 3분기 D램 점유율은 22.2%로 직전 분기(19.6%) 대비 2.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1.1%, 34.4%로 직전 분기 대비 소폭 줄었다.

마이크론 “연말까지 HBM 점유율 20% 넘길 것”
마이크론은 올해 말까지 HBM 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0일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실적 발표회를 통해 “올해 HBM은 모두 완판했다”며 “4분기 기준 HBM 점유율은 D램 점유율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마이크론 D램 시장 점유율은 22.4%다.
현재 마이크론은 경쟁사 대비 뛰어난 전력 효율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HBM3E 기준으로 경쟁사 대비 전력효율이 30%가량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BM3E 12단 제품은 자사 8단 제품보다 20% 전력 효율이 좋으면서도 50%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한다. HBM3E 8단과 12단 제품은 각각 엔비디아 AI 반도체 '그레이스 블랙웰(GB) 200'과 'GB300'에 적용됐다. 마이크론은 “현재 HBM3E 12단 제품 생산능력과 수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하반기 HBM 출하량의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면서 “2026년도 HBM 수요가 강하며 고객과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건설 중인 싱가포르 HBM 첨단 패키징 공장과 미국 아이다호 D램 공장에서 2027년부터 HBM의 의미 있는 용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또 대만에 주력 HBM 생산 기지를 두고 있으며 올해 4분기를 목표로 증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이크론은 지난해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 AUO의 팹 2곳을 인수했다. 내년에는 싱가포르와 미국 아이다호주 공장,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도 HBM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7년에는 미국 뉴욕 팹도 HBM 생산을 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