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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독점 해소 목표, 타깃은 크롬
구글 “시장 지배력 측정 방식 모호”
광고 독점 패소, 기업 분할 가능성↑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 행위와 관련해 크롬 브라우저 분리 매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전 세계 빅테크 시장의 판도 또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구글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 크롬이라는 브라우저를 통해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30년 가까이 글로벌 검색 시장을 주도해 온 구글에 가장 핵심적인 사업부를 해체하라는 요구는 단순한 규제 수준이 아닌, 기업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해체 명령’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놨다.
구글의 ‘관문’ 차단하려는 법무부
2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국 법원이 유죄로 판결한 구글의 검색시장 독점 혐의에 대한 3주간의 재판이 전날 시작됐다. 재판에서 미 법무부는 구글이 크롬을 분할하는 게 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란 주장을 펼쳤다. 법무부는 “크롬은 검색으로 가는 주요 관문”이라며 “크롬 매각 시 경쟁사들이 막대한 양의 검색 질문에 접근해 구글과의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구글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검색 시장 내 지배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 측 대리인 데이비드 달퀴스트 변호사는 “(구글은) 이미 대표적인 AI 서비스 제미나이(Gemini)를 중심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거 검색 시장에서 사용했던 전략을 제미나이에도 똑같이 적용 중이다”고 말했다. 법원이 선제적 조치로 구글의 시장 장악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쟁점은 구글의 독점 여부를 시장 점유율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현재 구글은 검색 시장에서 90%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나, 이 같은 수치를 곧 크롬을 통한 유입의 결과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구글 측 입장이다. 구글 측 대리인 존 슈미틀라인 변호사는 “사용자는 언제든 다른 브라우저나 다른 검색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법무부 측의 시정 조치 제안은 구글 경쟁사를 위한 희망 목록”이라고 표현하는 등 과잉규제 가능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기술 독점 vs. 글로벌 경쟁력’ 구도
업계에서는 이번 법무부의 제안을 미국 정부가 강경 대응에 돌입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규제는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번엔 사실상 구글의 심장과도 같은 크롬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제재의 수위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구글의 생태계는 검색, 유튜브, 지메일, 구글 드라이브 등 핵심 서비스 대부분이 크롬을 통해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는 곧 광고 수익과 로그인 기반 데이터 수집, 사용자 맞춤 알고리즘으로 이어진다. 브라우저 하나만 분리해도 전체 시스템이 흔들리는 구조다.
법무부는 이 같은 구조 자체를 부당한 자사 우대로 보고 있다.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를 자사 검색엔진으로 자동 연결하는 구조는 물론, 크롬 설정 내 검색엔진 변경이 번거롭게 설계된 점, 구글 계정 로그인을 통해 검색·광고·쇼핑을 모두 묶어버리는 일괄적 통합 방식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구글이 겉으로는 사용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상은 선택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일관된 주장이다.
구글은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언급하며 미국의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완전한 형태의 구글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구글 규제 담당 부사장인 리앤 멀홀랜드는 21일 자신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급성장을 거론하며 “(법무부의 크롬 매각 요구는) 가장 중요한 시점에 미국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플랫폼 기반 급성장을 거듭 중인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스스로 자국 기업의 생태계를 해체하면 승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회유의 메시지다.

기업 분할 현실화 가능성 솔솔
다만 이 같은 발언에도 업계에서는 구글의 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3년 1월 법무부와 일부 주 정부가 제기한 온라인 광고 반독점 소송에서 최근 구글이 부분 패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은 “광고 서버 및 광고 거래소 시장에서 독점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반경쟁적 행위를 저질렀다”며 구글을 반독점 기업으로 규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구글은 삼성 등 IT 기기 제조사들과 자사 AI 서비스를 단독 탑재하게 하는 거액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점유율 확보 차원을 넘어 경쟁사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의도적 설계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었다. 결국 법원은 구글이 자사의 AI 기술과 광고 플랫폼을 모두 묶어 사용자의 유입 경로를 완전히 봉쇄하려 했다는 법무부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이를 ‘전방위적 자사 우대와 시장 통제’로 정의했다.
구글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으나, 법원이 이번 판단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분할 절차로 나아갈 경우 구글은 검색, 유튜브, 광고 네트워크 등을 분리 운영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는 검색의 자유와 브라우저의 선택권을 둘러싼 논의가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플랫폼 내부의 수익 구조를 전면 재구성해야 할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번 재판이 구글의 기술 독점을 넘어 수익 독점이라는 더 직접적인 권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