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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어닝 쇼크’에 놀란 머스크 “5월부터 DOGE 업무 줄이겠다” 정부 내 머스크 역할로 테슬라 명성 손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달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안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데다, 정부효율부(DOGE) 업무를 보느라 테슬라 경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비판이 쇄도한 데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머스크, 본업 복귀 예고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테슬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정부 내에서 DOGE의 주된 작업이 대부분 끝났다"며 "다음달, 5월부터는 그 작업에 할애하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정확히 언제 정부를 떠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의 '특별공무원(Special Government Employee)' 신분은 5월 말에 만료된다.
머스크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우리가 중단시킨 낭비와 사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해야 하므로 대통령이 원하고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한, 매주 1∼2일은 정부 업무에 쓸 것 같다"며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테슬라에 할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테슬라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보다 더 부진한 실적을 낸 직후 나왔다. 테슬라는 22일 장 마감 후 내놓은 실적 보고서에서 올해 1~3월 총 매출이 193억4,000만 달러(약 27조6,000억원), 순이익이 4억900만 달러(약 5,8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각각 9%, 71% 감소한 수치다. 조정 후 주당순이익(EPS)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줄어든 0.27달러였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LSEG는 테슬라가 올 분기 매출 211억1,000만 달러, 조정 후 EPS 0.3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정치 행보 '역효과'
외신들은 테슬라의 이 같은 부진이 '반(反) 머스크'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내 머스크의 역할로 테슬라의 명성이 손상된 영향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CNBC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47% 이상이 테슬라와 머스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인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연방 기관들의 지출 삭감을 지휘하는 DOGE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왔다. 하지만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는 미국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전국의 테슬라 쇼룸과 공장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테슬라 차량이 파손되거나 폭발물 공격을 받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시위대는 200개의 테슬라 쇼룸에서 '글로벌 행동의 날'을 개최하고, 미국인들에게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매각할 것을 촉구하는 등 여전히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을 넘어 다른 나라의 내정까지 간섭하려는 머스크의 행보에 국제적 반발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머스크는 지난 1월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표를 만나거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비난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며 유럽인들의 비호감을 샀다. 이 때문에 유럽 판매량도 크게 뒷걸음질 쳤다. 리서치 플랫폼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유럽 전역(25개국)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은 1만6,000대 미만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나 감소했다. 유럽 시장 점유율도 9.6%로 하락해 최근 5년간 2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백악관서도 좌절 겪어
게다가 머스크는 백악관에서의 입지도 상당히 좁아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몇 주간 백악관 내에서 잇달아 좌절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DOGE의 연방기관 지출 삭감 작업이 최근 일부 부처·기관의 비협조로 당초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뿐만 아니라 이달 초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머스크가 후원한 보수진영 후보가 낙선하자 그 책임까지 머스크로 향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트럼프 행정부 초반에 머스크의 영향력은 한계가 없어 보였다"면서도 "최근 있었던 일들은 머스크의 백악관 내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또한 머스크는 해고된 연방 노동자, 옹호 단체 및 노조가 제기한 여러 소송에도 직면한 상태다. 소송 제기자들은 머스크가 상원의 인준을 받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머스크와 DOGE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DOGE는 정부 기관을 통해 수백만 미국인의 민감한 금융 및 개인 데이터에 접근한 것에 대해서도 소송을 당했으며, 이미 몇몇 사례에서는 연방 판사가 DOGE의 접근을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나아가 일부 DOGE 직원은 머스크와 DOGE의 활동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연방 기관 측에 협조자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DOGE 내부에서도 머스크의 리더십과 접근 방식에 대한 심각한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