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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계열사 7곳 상대 美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제기 핵심 특허 침해 및 기술 및 인력 탈취 의혹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상대로 추가 소송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2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 침해를 제기한 것이다. 기술 탈취를 발본색원하려는 듯 강경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 BOE 상대로 추가 소송 진행
21일 미국 텍사스동부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BOE와 BOE 관계사 7곳이 자사 OLED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했다. 소장에는 특허를 침해한 BOE OLED가 누비아 Z60 울트라와 레드매직9S 프로 등에 적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피고 측의 불법적인 침해에 대한 대응과 손해배상 및 다른 구제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이 지목한 누비아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다. Z60 울트라를 2023년 12월, 레드매직9S프로를 지난해 7월 출시했다. 두 제품은 6.8인치 OLED를 탑재하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이를 공급 중이며 이 OLED가 자사 특허를 침해한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자사 특허 4건(미국 특허 11574990, 11574991, 10439015, 10013088)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OLED 박막트랜지스터(Thin Film Transistor structure) 구조 관련 특허 및 박막봉지(TFE)의 셀 구조(Cell structure) 관련 특허 등이다.

美 ITC "BOE의 특허침해 인정", 남은 분쟁 '청신호'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지식재산권(IP) 관련 소송은 크게 3건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선 2022년 12월 국제무역위원회(ITC), 2023년 6월 텍사스동부법원에 아이폰 OLED 다이아몬드픽셀 구조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2023년 11월과 지난달에는 각각 같은 기관과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중 ITC에 제기한 소송에선 지난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ITC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BOE와 인저드 가젯, 홀세일 가젯파츠 등 미국 부품 도매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를 각각 3건, 4건 침해했다"고 밝혔다. 2년 3개월 만에 BOE의 특허침해가 최종 인정된 것이다. 다만 ITC는 미국 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영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BOE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추가 제소에 나서자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작정하고 BOE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허침해나 기술탈취와 같은 BOE의 불공정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특허침해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손해배상과 판결 전후의 이자,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금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공급망 파장 촉각, '애플 변수' 주목
한편 삼성플레이와 BOE 간 소송은 글로벌 디스플레이 공급망과 기업 간 파트너십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BOE가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제조사로 빠르게 부상하며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애플은 삼성과 BOE 양사로부터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고 있다. 애플은 다른 기업들보다 월등히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복수의 공급처를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이는 공급망 불안정성 발생 시 위험을 분산하는 역할도 한다. 만약 BOE 공급에 문제가 생겨도 삼성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조달할 수 있는 구조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 절차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큰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으며, 기업들의 공급망 복원력과 다변화 필요성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올해 글로벌 공급망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올해 출하될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이미 디스플레이 생산 및 배송이 완료된 상태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보통 7월경 아이폰 양산에 돌입하지만, 이미 새로운 아이폰 17 시리즈용 디스플레이 수천만 대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