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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시기 공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자금 쏠림' 우려 예금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예금금리 하락할 가능성도

금융위원회가 올해 9월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 조정되는 것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인해 비교적 금리 수준이 높은 제2금융권의 수신 경쟁이 격화하거나, 예금보험료가 인상되며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으로 오른다
7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말·연초는 자금 이동이 있을 수 있어 피해야 하고, 입법예고나 금융회사의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하반기 중반 정도에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후 “9월 1일 시행을 목표로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예금자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국회는 금융기관 등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법 공포일(1월 21일)로부터 1년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시행일을 정할 수 있도록 부칙을 뒀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사 파산·영업정지 등으로 인해 예금 반환에 차질을 겪는 이용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지난 2001년 5,000만원으로 한도가 정해진 뒤 24년간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해당 제도가 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주요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안정을 위해 예금자 보호 한도를 대부분 높였다.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5,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5,000만원), 일본은 1,000만 엔(약 9,000만원) 선에서 각각 예금자 보호 한도를 설정했다. 보호 한도가 상향되면 금융 소비자들은 예금 분산 없이도 보다 많은 금액을 안전하게 예치할 수 있게 된다.

예금 수요 제2금융권에 몰릴까
다만 예금자보호한도가 확대될 경우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금융소비자 자금이 몰릴 수도 있다. 앞서 금융위가 공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은 16~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및 2금융권 건전성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 자금이 제2금융권으로 쏠릴 경우,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일부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과도한 수신 경쟁에 따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금리가 최근 연 2%대 수준으로 낮아진 데다, 제2금융권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여전한 만큼 자금 이동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저축은행에 대한 신인도 및 부정적 시각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신 증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현재 여신 여건 등을 감안하면 저축은행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수신금리를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을 내놨다.
예보료 인상 '부작용' 우려
예금자보호한도가 올라가면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금보험료도 인상이 불가피하다. 예보료율 상한은 잔액 대비 0.5%로 설정돼 있지만, 시행령에 따라 업종별 한도를 다르게 정한다. 현재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보료율은 은행 0.08%, 보험회사 0.15%, 투자 매매·중개 0.15%, 저축은행 0.40% 수준이다. 금융위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현행 수준 대비 최대 27.3%까지 예보료율을 상향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예보료 지출 부담이 커지면 은행은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예금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 한도 상향에 따른 부담이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으려면 적정 수준의 예보료율 산정이 관건인데, 업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향후 논의에서 난항이 예상된다”며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예보료율 산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진단했다.
다만 예보료가 인상된다고 해도 대출금리가 직접적으로는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이 2023년부터 예보료를 대출금리 가산 항목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가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출금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한도 상향으로 인해 업권별 자금이 이동하며 은행권이 예금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 시장금리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