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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재생에너지 확대와 첫 위안화 표시 녹색 채권 발행 미국 정책 후퇴 속 런던 중심 역외 위안화 금융망 확대 EU·중국 기준 정비로 녹색 채권 시장 재편 본격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4년 중국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태양광 발전 용량만 277기가와트(GW) 늘리며 연말 기준 미국 전체 대형 태양광 설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전년도에도 216~217기가와트를 설치해 2년 연속 대규모 증설이 이어졌다.
이어 2025년 4월 2일, 중국 정부는 런던에서 첫 위안화 표시 국채형 녹색 채권 60억 위안(약 1조1,300억원)을 발행했다. 같은 시기 미국은 기후 금융 정책을 후퇴했고, 2025년 상반기 지속가능연계채권(Sustainability Linked Bond, SLB) 발행 규모는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미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유럽·영국이 새로운 기후 금융 체계를 세우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의 전환
중국은 한동안 ‘다른 나라가 앞서야 움직이는 늦은 참여자’로 불렸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2023년 전 세계가 1년 동안 설치한 것과 맞먹는 태양광 설비를 추가했고, 2024년에는 풍력까지 더해 글로벌 원가 구조와 공급망을 흔들 만큼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쌓았다. 같은 시기 유럽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제도를 세우기 시작했다. EU는 녹색 채권 규정을 법제화하고 2024년 12월부터 발행자가 쓸 수 있는 인증 라벨을 도입했다. 런던은 아시아 밖 최대 위안화 금융시장이라는 장점과 SLB 발행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발행력, 유럽의 규제, 영국의 금융 인프라가 만나는 허브가 됐다. 이제 기후 자본의 중심축은 중국이 생산과 발행을 맡고, 유럽이 표준을 마련하며, 영국이 금융 기반을 구축하는 구조로 이동했다.
베이징–런던 연결망
런던에서 발행된 60억 위안(약 1조1,300억원) 규모의 국채형 녹색 채권은 단순한 발행 사례가 아니다. 중국의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를 국제 금융시장에 연결하고, 위안화 표시 채권의 잠재력을 시험한 조치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향후 위안화 국채와 공공기관 채권이 발행될 때 참고할 수익률 곡선을 만들었고, 위안화 기반 다통화 녹색 채권 발행 가능성도 열었다.
위안화는 아직 글로벌 결제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쓰이는 통화지만, 런던은 세계 최대 위안화 현물 거래 허브이자 딤섬본드와 SLB의 핵심 발행지다. 이번 발행은 위안화가 결제 수단을 넘어 기후 프로젝트 자금 조달과 관리에 본격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유럽–중국 규정 정합성
금융시장에서 신뢰는 가격을 좌우한다. 녹색 채권이 신뢰를 얻으려면 분류 체계와 자금 사용 보고가 투명해야 한다. EU 녹색 채권 규정과 공동분류체계(Common Ground Taxonomy, CGT)는 유럽과 중국의 기준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CGT는 모든 차이를 없애진 않지만,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를 보여줘 발행자와 투자자가 비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게 한다.
발행자가 위안화 채권을 CGT 기준에 맞춰 설계하고 EU 녹색 채권(European Union’s Green Bond Standard, EuGB) 공시 요건을 충족하면, 유럽의 저축 자금과 아시아의 위안화 유동성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다. 유럽은 자국 기준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아 이익을 얻고, 중국은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영국은 거래소·법률·검증을 연결하는 중심지로서 입지가 강화된다.
자산 기반과 벤치마크
국채형 녹색 채권의 가치는 어떤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은 2024년에 태양광 277GW, 풍력 80GW를 추가해 연말 기준 태양광 890GW, 풍력 520GW라는 규모를 달성했다. 이 설비는 수천 개의 변전소, 전력망 인버터, 저장 시스템, 전력화 설비로 이어져 녹색 채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낸다.

주: 연도(X축), 설치량(Y축)
이번 발행은 위안화 녹색 채권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해외 시장에서 수익률 곡선을 형성해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이 이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할 수 있게 하고, 자산 검증이 늘어날수록 발행 규모와 빈도도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후퇴와 시장 리더십 이동
이 삼각축을 움직이게 한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이 비운 자리다. 2024년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 공시 규정 시행을 보류했고, 2025년 3월 소송 부담을 이유로 더 이상 규정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州) 단위 반(反) ESG 법안이 쏟아지면서 기후 리스크 자문을 맡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소송에 발이 묶였다. 같은 해 상반기 SLB 발행 규모는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주: 연도(X축), 발행 금액(Y축)
이 혼란 속에서 자본은 규칙이 안정된 곳을 찾았다. 2025년 현재 안정성은 유럽의 공시 체계, 런던의 금융 인프라, 중국의 프로젝트 기반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청정에너지 투자를 멈춘 것은 아니지만, 표준 설정과 다통화 조달, 녹색 채권 시장의 중심 역할은 이미 유럽과 중국, 영국으로 옮겨갔다.
삼각축이 만드는 새로운 틀
중국, 유럽, 영국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며 기후 금융을 떠받칠 새로운 틀이 짜이고 있다. 런던에서 정기적이고 대규모로 위안화 국채가 발행되면 녹색 위안화 수익률 곡선이 만들어지고, 공공기관과 국영기업이 이를 기준으로 조달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공급망과 통화를 연결하는 조달 방식도 자리 잡고 있다. 위안화로 가격이 책정된 장비는 위안화 채권으로, 운영·유지 비용은 유로나 파운드로 조달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인다. 또 영국 거래소에는 투자자들이 자금 사용처와 감축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공동 정보 창구가 필요하다. 이런 기반이 마련되면 기후 금융은 더 안정되고 접근성이 좋아진다.
회의론에 대한 답
중국의 움직임을 두고 그린워싱(기업이 실제 환경 보호 노력 없이 친환경 이미지를 과장해 홍보하는 행위, 위장환경주의)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EU 녹색 채권 규정은 외부 검증과 자금 사용 보고를 의무화하고, CGT는 유럽과 중국의 기준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중국이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이 EU 보고 체계를 따르면, 이 검증 기준이 런던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위안화 위험과 지정학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위안화 비중은 여전히 2.9%에 불과하지만, 다통화 조달 구조를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런던은 세계 최대 위안화 외환 거래 허브로 필요한 헤지 수단도 충분하다.
미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시장이 나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 내부에서 제도 혼선이 심화됐다. SEC의 기후 공시 규정 철회와 주 단위 ESG 규제 난립이 그 증거다. 반대로 유럽과 중국은 분류체계를 정리하고, 런던은 이를 실제 제도로 연결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신호에서 출발점으로
방향은 명확하다. 중국의 설비 확대, 런던의 위안화 금융 인프라, 유럽의 공시 규율이 맞물리며 새로운 기후 금융 체계를 세우고 있다. 미국이 청정에너지를 짓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규제와 정책의 반복된 후퇴가 주도권을 잃게 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2025년 4월 발행된 위안화 국채형 녹색 채권이 보여준 청사진을 제도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정기 발행, 교차 인증, 공동 정보창구 같은 기반을 시장의 표준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체계가 자리 잡으면 기후 금융 조달 비용은 낮아지고 안정성은 높아져 탈탄소화 속도가 빨라진다. 이런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계속 노출된다. 이번 채권은 단순한 신호가 아니다. 중국, 유럽, 영국이 함께 제도화해 키워야 할 기후 금융 체계의 출발점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reen Power, Green Currency: How China, Europe, and the UK Are Quietly Building the Backbone of Climate Finance as the US Backs Awa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