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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종주국의 패권 재탈환 노림수” 파나소닉, 美 캔자스서 배터리 빅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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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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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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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 이어 북미 두 번째 거점 확대
日 600만 개 생산, 73GWh 생산 체제 구축
원조 기술력으로 韓·中 배터리 패권에 도전장
캔자스주 드 소토에 새로 문을 연 파나소닉의 기가팩토리/사진=파나소닉

일본 1위, 글로벌 4위 배터리 제조기업 파나소닉이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대폭 확대했다. 최근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을 겪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캐즘 이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세계 최초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파나소닉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글로벌 1위였지만 전기차 배터리 등 중대형 배터리에서 한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세계 최대급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동

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달 14일 미국 캔자스주 드 소토(De Soto)에 470만 평방피트(약 43만7,000㎡) 규모의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공식 개장했다고 발표했다. 캔자스 공장은 40억 달러(약 5조5,400억원)가 투입된 파나소닉 107년 역사상 가장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다. 300에이커(약 121만㎡) 부지에 건설된 이 시설은 현재 북미에서 가장 큰 배터리 대형공장 중 하나로 평가된다. 파나소닉은 캔자스 공장에서 2170형(지름 21㎜·높이 70㎜) 배터리 셀을 양산해 연간 32기가와트시(GWh)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완전 가동 시 약 50만 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캔자스 공장은 파나소닉 에너지의 전략 중 지역 제조 모델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파나소닉은 2017년부터 네바다에서 연간 41GWh 생산 능력을 갖춘 대형 배터리 공장을 운영해 왔다. 현재 4,0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는 네바다 공장은 지금까지 110억 개 이상의 배터리 셀을 공급했다. 캔자스 공장이 최대 가동되면 두 북미 시설 합계로 연간 약 73GWh를 생산하게 된다.

다다노부 가즈오 파나소닉 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캔자스 공장 개장은 미국에서 첨단 배터리 생산을 확장하려는 우리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파트너와 캔자스주의 강력한 지원으로 전기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지역 공급망을 강화하며 차세대 배터리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안전성과 지속가능성 강조

캔자스 공장에는 노동력 절약형 생산라인이 도입돼 네바다 공장보다 약 20% 높은 생산성 달성을 목표로 한다. 파나소닉은 첨단 소재를 활용해 가까운 장래에 셀 용량을 약 5% 늘릴 계획이다. 파나소닉이 생산하는 리튬이온 전지는 업계 최고 수준인 800Wh/L의 체적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파나소닉의 배터리는 안전성 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배터리와 관련한 차량 리콜이 없는 등 탄탄한 안전 기록을 유지해 왔으며, 올해 1분기 기준 약 190억 개의 셀이 공급돼 약 370만 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했다. 파나소닉 에너지 북미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앨런 스완은 "직원들과 비즈니스를 위해 지속가능하고, 산업을 위해 지속가능하고, 지구를 위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한다면 계속해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캔자스 공장의 경제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완전 가동 시 최대 4,000개의 직접 일자리가 창출되며, 공급 업체와 관련 산업에서 간접으로 8,000개 규모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파나소닉은 캔자스대학교와 같은 기관과 협력해 기술 발전과 전문 인재 개발을 목표로 하는 장기 산·학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 리튬 이온 차세대 배터리/사진=파나소닉

최첨단 배터리 '4680' 대량 생산 준비 완료

파나소닉의 미국 공장 증설 배경을 두고 업계에선 최근 본격화한 원통형 ‘4680(지름 46㎜·높이 80㎜) 배터리’ 경쟁 영향으로 보고 있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형 대비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까지 개선된 차세대 배터리다. 그간 전기차 배터리는 각형, 파우치형이 주류였지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테슬라가 2023년 말 4680 배터리를 탑재한 신차 ‘사이버트럭’을 출시하면서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 이후 테슬라도 4680 직접 생산에 나섰으나, 수율이 낮아 배터리 협력사를 찾고 있다. 파나소닉 입장에선 2~3년 후 원통형 시장이 본격 성장한다면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 올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시점 4680 배터리 관련 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이 가장 앞서 있다. 두 회사 모두 테슬라가 4680 배터리 상용화를 발표한 뒤 본격 개발에 뛰어들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파나소닉이 테슬라의 주력 공급사고,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테슬라에 수급하는 물량을 넓혀가는 관계다. 현재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를 기반으로 테슬라 등 특정 고객에 집중돼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을 아우르는 넓은 포트폴리오와 제너럴모터스(GM) 등 현지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고객사를 다각화 시켜 놓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향후 4680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2020년 테슬라가 4680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최근 BMW·GM·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4680 배터리를 채택하거나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도 4680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 중국 CATL·BYD·EVE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4680 수요도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4680 배터리 수요가 지난해 10GWh 규모에서 2025년 155GWh, 2030년 65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4680에 매력을 느끼는 까닭은 경제성에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4680 하나만 만들어도 2170 여러 개를 만드는 효과가 있어, 결과적으로 생산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생산 시간이 단축될 뿐 아니라 캔 등 부자재 적용량이 줄어드니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시점 시장 점유율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12.4%로 파나소닉(4.3%) 대비 3배 가량 높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26.2%로, 파나소닉(9.7%) 대비 3배 가량 높다. 2023년 양사 시장 점유율은 2배 가량 차이 났는데, 그 격차가 더 벌어진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나소닉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일본은 사실상 '배터리 종주국'으로 알려져 있다. 삼원계 배터리와 흑연 음극재 등 배터리 관련 주요 신기술을 만든 곳도 일본이다. 기술력에 있어서만큼은 일본이 언제나 선도해 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테슬라가 퍼스트 벤더로 파나소닉을 낙점한 것 역시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일본의 시장 점유율이 크진 않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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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