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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모듈 全부문 價, 60~80% 급락 올해 40개 이상 파산·대부분 적자 전환 ‘3,500% 관세폭탄’, 中 태양광 퇴출 수순

중국 최대 태양광 기업들이 지난해 인력의 3분의 1을 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직접 선택한 '미래 산업' 중 하나인 태양광 산업이 가격 하락과 막대한 손실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태양광 및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 중인 가격 전쟁의 고통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태양광업계, 전체 인력 31% 축소
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롱지그린에너지와 트리나솔라, 진코솔라, JA솔라, 통웨이 등 중국 주요 태양광 기업 5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해에만 총 8만7,000명가량의 인력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인력의 31%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식적인 해고 발표는 없었으나 업계에서는 급여 삭감, 근무시간 단축 등이 여파로 자발적 이탈도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고용을 사회 안정의 핵심으로 보고 있어 대규모 해고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해 롱지그린에너지가 인정한 5% 감원을 제외하고는 언급된 회사 중 어느 곳도 공식적으로 감원을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롱지는 주요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 중 한 곳이다. 웨이퍼 부문에서 세계 1위, 모듈 부문에서는 세계 2위의 태양광 기업으로 불린다.
롱지는 지난 2022년 이종접합(HJT) 실리콘 태양광 전지에 대해 26.81%의 광전 변환효율을 달성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는데, 중국 기업 중에서 실리콘 태양광 전지 효율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은 이때가 최초였다. 이후 롱지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2021년 말 기준 생산용량은 △웨이퍼 105GW(기가와트) △셀 37GW △모듈 60GW에 그쳤지만 이는 2022년 말 기준 각각 △150GW △60GW △85GW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직원 수 또한 2012년 4,000여 명에서 2023년 말 8만여 명으로 폭증했지만, 순이익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전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게 됐다.

공급과잉·저가경쟁 영향
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작년에만 600억 달러(약 83조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가 큰 중국 7대 모듈 제조사마저 2017년 이후 지난해 처음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태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0개 이상의 태양광 기업이 상장폐지 되거나 파산, 인수합병(M&A)에 내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태양광 산업이 2023년 말부터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해 상황이 악화됐고, 올해 역시 업황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수익 하락은 과잉 설비와 치열한 가격 경쟁 등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응해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자원을 집중 투입했고, 이로 인해 과잉 설비가 급증했다. 실제 중국 정부가 투입한 태양광 보조금만 68조원 규모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태양광 밸류체인의 8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게 됐다. ‘공멸만큼은 피하자’며 태양광업계가 맺은 감산 합의가 무색하게 생산량이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비영리 국제기관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5월 한 달 동안 추가 설치한 태양광 설비 용량은 93GW로, 1초에 태양광 패널을 100개 설치한 격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시장의 태양광 모듈 수요는 595GW인데, 중국의 모듈 생산능력은 1,123GW로 2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면서 세계 시장의 수익성도 전반적으로 약화됐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의하면 태양광 모듈 공급체인 모든 부문의 가격은 지난 2023년 정점에서 2024년 80%까지 곤두박질쳤다.
출혈 수출로 글로벌 산업 생태계 교란
문제는 과잉 생산이 중국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지난 몇 년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출혈 수출로 세계 각국의 산업 생태계를 교란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많다 보니 중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가격 인하를 넘어 가격 파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태양광 산업이 통제 불가의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 악화에 빠지면서 중국의 국가 주도 태양광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요와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으로 대규모 물량을 사들인 정책이 자국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징벌적 관세 정책도 중국 태양광 산업을 흔들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저가 태양광 모듈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6월 중국의 우회수출로로 알려진 동남아시아 4개국(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캄보디아)에 무려 3,521%의 ‘관세폭탄’을 난사했고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1분기 태양광 모듈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했으며, 4월에도 출하량이 다시 줄었다. 글로벌 태양광위원회는 전 세계 태양광 설치 증가율이 2023년 87%, 2024년 33%에서 2025년 10%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국정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추진한 감세법안도 태양광업계에 불리한 방향으로 수정됐다. 지난달 3일 미 의회를 통과한 감세법안인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태양광 사업에 제공해 온 각종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거나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그런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세액공제는 2032년 이후에나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그 시점이 2027년 말로 앞당겨진 것이다. 지급 대상도 2027년 말까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으로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을 대폭 축소한 만큼 중국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취소해 태양광 발전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