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덜어낸 SK에코플랜트, IPO 앞두고 하이테크 중심 성장 스토리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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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구조조정 가속
수주 부진에 건설업 전반 불황
B2B 특화 전략으로 위기 돌파

SK에코플랜트가 환경 부문 자회사 3곳을 매각하며 상장 전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건설 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가 뚜렷한 만큼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하이테크·반도체 중심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환경 사업 철수가 중장기 성장 기회를 스스로 줄이는 선택일 수 있으나, 기업공개(IPO)라는 중요 과제와 재무 개선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첨단 산업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환경 관련 자회사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 등 3곳의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규모는 1조7,800억원 수준이며, 리뉴어스와 리뉴에너지충북의 경우 잔여 지분을 확보한 뒤 일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후 반도체, 인공지능(AI )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이번 매각을 단순한 사업 재편을 넘어 기업공개(IPO)를 앞둔 체질 개선으로 해석했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프리 IPO 형태로 1조원을 조달하며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환경사업의 수익성 부진으로 IPO 밸류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와 하이테크 중심으로 사업 축을 이동하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 SK에코플랜트의 올 상반기 하이테크 부문 매출은 2조9,303억원으로 전년 동기(2,261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환경 사업 매각은 AI에 집중하자는 그룹 방침을 따른 것”이라며 “IPO를 염두에 뒀기보다는 그룹 전반적으로 리밸런싱이 이뤄지는 것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가 모회사 SK그룹으로부터 다수의 소재 기업을 편입하며 계열사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IPO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재무 부담 완화 목적도
리뉴어스, 리뉴원 등은 SK에코플랜트가 2020년 전후 친환경·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인수한 계열사들로, 매립·소각·재활용 등 환경사업 전반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3조원 이상을 투입하고도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며 재무 부담이 누적됐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51.3%에 달했고, 차입금은 6조4,745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익 창출력에 비해 과도한 차입 구조가 지속되자, IB 업계에선 일찌감치 이들 계열사를 잠재적 매물로 인식해 인수 의향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SK에코플랜트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에 돌입한 것과도 맞물린다. SK에코플랜트는 SK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전담하는 ‘하이테크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Environment BU는 사실상 폐지되며 친환경 부문 또한 후순위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비주력 자회사 매각은 재무 부담 완화와 동시에 IPO를 앞둔 체질 개선의 핵심 과제였던 셈이다.
건설업 전반이 자금난으로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도 SK에코플랜트의 선택을 뒷받침한다. 최근 국내 건설 업계는 전반적인 주택·플랜트 경기 부진 속에서 알짜 자산을 처분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버티고 있다. GS건설 역시 담수화·폐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를 1조6,770억원에 매각했으며, 엘리베이터와 에너지 운영 자회사도 정리했다. 이 같은 업계 분위기 속에서 SK에코플랜트는 IPO 일정이라는 시간적 제약까지 겹치면서 매각과 전환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B2B 전문 건설사로 탈바꿈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자회사 매각을 기점으로 반도체와 하이테크 사업에 본격적으로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SK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에 이어 최근에는 SK트리켐·SK레조낙 등 반도체 소재 계열사까지 편입을 추진하며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나섰다.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첨단 제조와 반도체 중심의 B2B(기업 간 거래) 전문 건설사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은 수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SK에코플랜트 매출 중 하이테크 사업이 차지한 비중은 50.5%에 달했다. 환경과 에너지 사업이 각각 9.7%와 11%의 비중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이는 같은 기간 역대급 실적을 구가한 계열사 SK하이닉스의 낙수효과로, 두 회사의 거래액은 올 상반기에만 1조8,000억원에 달했다. 단순 시공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기로 한 결정적 배경이다.
이러한 리밸런싱은 건설업 불황 속에서 업계 전반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와도 맞물린다. 주택 분양 부진과 플랜트 수주 감소로 건설사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SK에코플랜트는 아파트 브랜드가 없는 약점을 극복하고 차별화된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B2B 중심의 하이테크 전략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의 선택은 단순한 자산 매각이나 현금 확보에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성이 명확한 산업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여타 건설사와는 차별성을 보인다”고 평가하며 “IPO를 앞두고 시장에 ‘첨단 산업 특화 건설사’라는 이미지와 스토리를 제시할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