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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유럽, 외국 의존 벗어나 독자적 AI 스택 구축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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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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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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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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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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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클라우드·반도체 시장 외국 기업 집중 의존
슈퍼컴퓨터와 AI법 기반 독자적 스택 구축 필요성 부상
에너지 효율·데이터 투명성·산업 연계가 핵심 실행 과제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 인공지능(AI)의 가장 큰 약점은 외부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다. 2024년 기준 유럽 클라우드 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미국의 세 대형 사업자가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의존도는 더 심각하다. 2023년 데이터센터용 AI GPU의 98%를 엔비디아가 공급했다. 특정 기업과 국가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는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 접근성, 가치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미·중 기술 갈등과 수출 통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유럽의 AI 경쟁력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유럽은 이미 법적 제도, 컴퓨팅 인프라, 연구 역량,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 요소들이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합해 지정학적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제3의 AI 스택(stack, 반도체·클라우드·모델·애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기술 계층 구조)’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ChatGPT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유럽이 자체 스택을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한 산업 육성이 아니다.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첨단 칩과 슈퍼 컴퓨팅 자원에 대한 수출 통제다. 미국은 2022년과 2023년 연이어 규제를 도입했고, 2024년과 2025년 개정을 통해 AI 모델 가중치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둘째는 유럽 내 규제 일정이다. EU AI법은 2024년 8월 발효됐으며, 2025년에는 범용 모델 규정이, 2026년에는 고위험 시스템 규정이 차례로 시행된다. 즉, 하드웨어 차원의 제약과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차원의 요구가 동시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024년 유럽 AI 인프라 시장 점유율 현황(단위: %)
주: 항목-클라우드 서비스 및 출하량 기준 데이터센터 AI GPU(X축), 점유율(Y축)/비유럽 공급자(진한 빨간색), 유럽 공급자(연한 빨간색)

호환성 위험과 인프라 기반

호환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주요 국가가 서로 다른 칩, 인터커넥트, 도구, 문서 규범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분리한다면 연구개발, 안전 관리, 평가 체계는 국경을 넘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한다. 국가안보 논리와 블록 경제의 부활은 이러한 위험을 더욱 키운다.

유럽은 이에 대응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유로HPC 프로그램을 통해 대륙 차원의 슈퍼컴퓨터를 마련했고, 실제 운영에 들어갔다. 2025년 독일 율리히에서 가동을 시작한 ‘주피터(JUPITER)’는 유럽 최초의 엑사스케일 (Exascale) 슈퍼컴퓨터다. 2024년 스위스 국립 슈퍼 컴퓨팅 센터(CSCS)에서 가동한 ‘알프스(Alps)’도 이미 활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들은 단순히 연산 능력에 머무르지 않는다. 조달·스케줄링·거버넌스를 대륙 단위에서 실험할 수 있게 하며, 동시에 유럽 법제도 틀 안에서 자원을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행 과제

중립적 유럽 스택이 실현되려면 네 가지 과제가 우선돼야 한다.

첫째, 이식성 확보다. 유럽에서 학습된 모델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추가 작업 없이 작동하도록 교환 형식과 평가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 둘째, 접근 관리다. 연구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시점에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배분 절차와 서비스 수준 협약을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에너지 효율성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두세 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효율적 모델 활용과 재생에너지 잉여 시점과 연계한 ‘그린 윈도우’ 운영이 필요하다. 넷째, 데이터 투명성이다. 데이터 저장 위치, 감사 방식, 저작권 처리 여부를 표시하는 ‘가이아-X(Gaia-X)’형 라벨 제도를 마련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산업과 규제의 역할

AI 모델과 클라우드 용량은 선택적 서비스가 아니라 필수 인프라다. 따라서 계층마다 최소한 한 곳 이상의 유럽 공급업체와 안정적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데이터 저장과 추론은 EU 기반 클라우드에서, 학습과 연구는 유로 HPC 자원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미 프랑스의 미스트랄 AI(Mistral AI)와 독일의 알레프 알파(Aleph Alpha) 같은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고 있다.

특정 모델이나 소프트웨어에 종속되면 시장은 쉽게 흔들린다. 이를 막으려면 전담팀을 운영해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평가 도구와 문서화 절차를 유럽 내에서 표준화해야 한다. 규제기관 역시 중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AI법에 담긴 단계별 의무는 산업계에 부담을 주는 규제가 아니라 실행 로드맵이다. 기술문서, 보안 검증, 공격 시험, 사고 보고, 학습 데이터 요약은 산업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다. 감독기관은 유로 HPC 자원을 활용해 이를 실제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는 ‘규정 준수 실험장’을 운영해야 한다.

전력 수요와 입지 전략

에너지 관리와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은 스택의 성패를 좌우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해 일본의 현재 전력 사용량과 맞먹을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의 경우 2024년 96TWh에서 2030년 168TWh로 늘어나고, 일부 북유럽 국가는 세 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효율적 모델 활용,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연산 배치, 연산별 전력 소모량과 비용 공개가 제도화돼야 한다.

유럽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전망 (단위: TWh)
주: 연도(X축), 전력 사용량(Y축)

입지 측면에서 스위스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유럽 지식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고, 개정된 연방법은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과 정합성을 확보했으며 EU 적정성 결정도 받았다. 데이터 저장 위치, 감사 방식, 저작권 처리 여부를 표시하는 신뢰 라벨을 도입하면 복잡한 법률 검토 없이도 표준 운영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선택의 시점

일각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의 규모를 고려해 제3 스택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위험 집중을 간과한 시각이다. 유럽 클라우드 시장의 대부분은 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으며, AI 가속기 공급도 특정 미국 기업에 의존한다. 지정학적 충격이나 라이선스 변경은 곧바로 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다. 비용 우려도 제기되지만, 더 큰 위험은 연속성 상실이다. 프로젝트 중단, 연구 지원금 동결, 시험 불가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단순한 입찰 비교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AI법 시행 일정은 이미 공개돼 있고, 에너지 제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유럽이 안정된 환경에서 조달, 스케줄링, 모델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할 때다. 주피터와 알프스 같은 슈퍼컴퓨터, 그리고 성장하는 유럽 모델 기업들은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필요한 것은 인프라 통합과 거버넌스 정비, 그리고 실행력 확보다. 유럽은 더 이상 외부 변화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의 계획과 기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uild the Neutral Spine of AI: Why Europe Must Stand Up Its Own Stac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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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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