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토종 OTT 해외 진출 지원? 필요한 건 무관심”

2000억 투자, 700억 손해 토종 OTT 티빙·웨이브, 해외 진출이 답일까? OTT 플랫폼-콘텐츠 상생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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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춘추 전국 시대. OTT 업계가 생존을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드라마, 영화, 예능 뿐만 아니라 K-POP, 스포츠, 공연, 개봉 영화 동시 상영 등 장르 불문 콘텐츠들을 흡수하고, 요금 할인 및 요금제 다양화로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팬데믹 특수를 누리며 황금알을 낳던 과거를 뒤로하고 무한 경쟁 체제에 놓인 OTT 업계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한다.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토종 OTT 플랫폼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OTT 업계 상황과 해외 진출 가능성을 고려한 전문가들의 제언 및 실무진의 입장을 통해 현 상황을 짚어본다.

“어디 OTT?” 새로운 드라마가 공개되면 이제 사람들은 어떤 OTT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는지 묻는다. 방송국(지상파, 케이블, 종편)보다 OTT의 접근성이 더 중요해진 시대. 이용자들은 OTT 빅3(사용자 수 기준) 넷플릭스(1,071만), 티빙(360만), 웨이브(298만)을 선호하고, 그 가운데 강력한 해외 영향력을 지닌 넷플릭스 동시 공개를 반긴다.

토종 OTT 웨이브와 티빙도 해외 진출을 계획했었지만, 팬데믹으로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 그 사이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을 점령했고, 해외 OTT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며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국내 콘텐츠는 넷플릭스 중심으로 성장했다. 드라마 제작비 전반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IP(지식재산권) 보유 콘텐츠 회사의 파워가 막강해졌다.

OTT 시장 성과를 살펴보면 매출액 기준 ▲넷플릭스(631,687백만) ▲웨이브(230,147백만) ▲티빙(131,525백만)순이다. 그 가운데 영업이익을 낸 OTT 플랫폼은 업계 1위인 넷플릭스 뿐이다. 웨이브는 558억대, 티빙은 760억대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드라마 제작비가 200억원대에서 최고 1,000억원대까지 치솟는 상황을 고려하면, 1년에 약 2000억원(티빙 기준)을 콘텐츠에 투자 중인 토종 OTT의 경쟁력은 빈약하다.

반면 넷플릭스는 올해 K-콘텐츠 투자액을 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6년 전(150억원) 대비 약 54배 많은 수치다. 한국 시리물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공격적 투자는 반가우나, 시장의 급진적 변화를 촉발하는 측면에서는 위험이 감지된다. 뛰어넘을 수 없는 자본 규모로 인해 중소 사업자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의 주도권이 해외 플랫폼으로 넘어가면 콘텐츠 시장의 미래 또한 불투명해진다.

‘K-OTT’의 가능성을 인식한 정부는 2023년 OTT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 문화체육관광부 3656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749억원, 방송통신위원회 713억원을 책정했다. 다만, 정확하게 OTT에만 국한된 지원금은 아니며 부처별 지원 사업의 차별성이 부족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지난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 열린 ‘OTT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과 K-콘텐츠’ 특별 세미나에서는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가 K-콘텐츠를 위한 OTT 진흥 정책 및 OTT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 지원 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김숙 대표 발제의 핵심은 ▲제작비 지원 금액 상향 조정 ▲투자 세제 혜택 ▲글로벌 OTT 투자 의무화 ▲글로벌 기획 코디네이터 양성 지원이다. 최근 텐트폴 위주의 대형 작품 제작이 늘면서 OTT 업계는 영상 콘텐츠 개발 및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과 함께 규제보다 지원이 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최근 수리남, 베트남 등에서 논란이 된 넷플릭스 <수리남><작은 아씨들>의 사례를 들어 ‘글로벌 문화 감수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곽규태 교수는 토종 OTT의 해외 진출 후발주자의 전략으로 ‘현지화’를 제시하며 K-콘텐츠를 세계로 알리는 가장 큰 창구가 된 넷플릭스 벤치마킹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어떤 국가에 언제,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글로벌화를 꾀할지 구체적 계획과 실패하더라도 경험을 통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이에 대해 티빙과 웨이브 실무진은 현실적 이야기를 꺼냈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2000억 투자하고 700억 손해 보는 현재 상황에 대해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IP 보유 기업의 입김이 세지는 환경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살아야 콘텐츠도 우위를 점령할 수 있다”면서 OTT 플랫폼 중 최강자인 넷플릭스만 살아남는다면 콘텐츠 또한 그들의 뜻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거라고 우려했다. OTT 관련 정책 관련해서는 규제보다 지원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희주 웨이브 실장은 실패의 리스크가 큰 만큼 해외 진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망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 ISP와 해외 CP의 대립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K-OTT 역차별 현상을 꼬집으며 해외 OTT와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OTT 관련 법안이 남발되는 상황 또한 시장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상황. 이희주 실장은 “필요한 건 무관심과 적절한 지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토종 OTT는 경쟁력 및 이용자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뱁새가 황새 넷플릭스를 쫓기 위해 가랑이를 찢고 있는 형국이다. 콘텐츠에 따라 이동하는 사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작품 관련 인터뷰, 게임, 이벤트 등 부가 요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업계 최강자인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며 치열한 생존 전쟁을 치르는 현시점에, 국내 OTT 플랫폼의 해외 진출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며 콘텐츠 업계와 상생 가능한 실제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