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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공유 금지 '단맛' 본 넷플릭스, 한국에도 적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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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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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제한의 적용 범위를 더 많은 국가로 확대한다. 이번 적용 대상에는 한국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유 제한 정책이 매출과 구독자 증가에 도움이 됐다"며 "넷플릭스 글로벌 매출의 90%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정 공유 제한에 신규 가입자 589만 명 급증

지난 5월 미국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제한이 도입됐다. 여태 권장해왔던 계정 공유를 제한하고 하나의 계정을 한 가구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정책에 대한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가입자 수 ‘대박’이 나타났다. 넷플릭스로서는 희소식이다.

지난 19일, 넷플릭스는 2분기에 589만 명의 신규 유료 가입자가 추가됐다고 발표했다. 계정 공유 유료화 3개월만에 신규 가입자가 거의 600만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는 시장의 초기 예상치인 180만 명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이 117만 명 △유럽이 243만 명 △라틴 아메리카가 122만 명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107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정책과 저렴한 광고 지원 서비스 덕분에 가입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졌다.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은 신규 가입자를 불러왔고 신규 가입자의 증가는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넷플릭스의 2분기 매출은 81억7,000만 달러로 월가가 예상했던 83억 달러보다는 소폭 쳐지지만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또한 영업이익은 18억 2,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주당 순이익(EPS)은 3.29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2.86달러를 훌쩍 상회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과거 넷플릭스는 공식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계정 공유는 사랑이다(Love Is Sharing a Password)"라는 표현을 올릴 만큼 느슨한 정책을 시행했다. 계정 공유 정책을 상당히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사용자가 자신의 계정을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예컨대 '스탠다드' 요금제에 가입하면 최대 4개의 별도 계정을 만들 수 있었으며, 시청자는 위치에 관계없이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수익성이 악화하며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은퇴하자 넷플릭스의 입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정 공유에 유료화를 도입한 것. 새로운 계정 공유 정책은 가입자가 기본 시청 위치를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계정 소유자가 자신의 계정을 제3자와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하위 계정을 설정해야 한다. 요금제당 2개의 하위 계정만 허용되므로, 거주 공간이 다른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려는 사용자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유료화가 예상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넷플릭스는 하반기가 되면 매출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성공적인 전략에 고무된 넷플릭스는 아시아, 남유럽,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로 정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각 사

‘격변’ 예고된 한국 OTT 시장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계정 공유 제한을 시행한다면 어떨까. OTT 업계 관계자는 계정 공유를 활용해 넷플릭스를 이용하던 고객들이 다른 OTT 플랫폼의 구독을 재고하거나 넷플릭스의 광고 지원 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넷플릭스의 막강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인해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료화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반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3월 넷플릭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72.7%가 계정 공유 제한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응답자 중 33%는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이 실시되면 “넷플릭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이용하던 대로 하겠다”는 35.5%를 차지했다. “추가 요금을 내고 다른 주소지 거주자와 계속 계정을 공유하겠다”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국내 플랫폼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넷플릭스에 이어 추가로 등장한 디즈니 플러스, HBO 맥스 등 해외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결국 우수한 콘텐츠 확보가 필수다. 본격적인 OTT 시대가 열리면서 콘텐츠는 구독 기반 모델을 통해 스트리밍되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콘텐츠의 출처와 상관없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구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구독료, 무료 이용권, 번들 상품 등 유인책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양질의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독자들은 관심을 주지 않는다.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글로벌의 자본력과 영향력을 가진 해외 콘텐츠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내 OTT는 HBO,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등 해외 플랫폼과의 공존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넷플릭스의 독주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처럼 넷플릭스가 별다른 반발 없이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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