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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스마트폰에 쏟아지는 '제미나이' SK 에이닷 '멀티 LLM 에이전트'에도 제미나이 포함 웨어 OS·구글TV·안드로이드 XR에도 접목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Gemini)’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개인 사용자 계정 기반의 표층적 통계를 기준으로 한 해석일 뿐, 실질적으로 제미나이는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반에 침투해 지배력을 공고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전략 성공했지만 韓 확산엔 ‘체감도↓’
5일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제미나이의 지난달 국내 MAU(월간활성사용자)는 5만5,010명으로 전월(1만6,803명) 대비 227% 늘었다. 작년 5월(3,501명)과 비교하면 약 15배 증가한 수치다. 상승 폭은 가파르지만, 이용자 수로 보면 여전히 ‘틈새 앱’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챗GPT는 1,017만1,126명의 MAU를 기록하며 제미나이보다 약 180배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챗GPT는 지난해 말 290만 명 수준이던 국내 MAU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 4월 1,072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국내 MAU 감소는 처음이지만, 여전히 1,000만 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GPT-4o 기반 이미지 생성 기능이 유료 구독자 증가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브리 화풍’ 이미지가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사진으로 퍼지는 등 '밈화'되면서, 이용자 유입에 큰 역할을 했다. 오픈AI에 따르면 챗GPT는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유료 구독자가 많다.
기기 생태계 전방위 확장
이에 한국 시장에서는 제미나이와 챗GPT 간 사용량 격차가 다른 국가 대비 두드러진다는 평도 나오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미나이가 기능이나 생태계 측면에서 오히려 더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 제미나이는 단순히 챗봇 인터페이스에 머물지 않고,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 2.0의 국내 'AI 모델 경쟁'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공급량을 늘리고 있으며, 앞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도우미로 등장한 '제미나이 라이브'를 지난 4월부터 구형 제품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도 자사 서비스 '에이닷'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거대언어모델(LLM) 라인업에 제미나이를 추가했다. 에이닷은 현재 '멀티 LLM 에이전트' 기능으로 여러 개의 LLM을 품고 동시에 여러 모델에 질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에이닷 이용자들은 제미나이를 LLM으로 고르고 궁금한 내용을 물으면 답변과 함께 구글 검색 결과를 제공받는다.
구글은 올 하반기부터 기존 안드로이드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도 제미나이로 대체할 예정이다. 최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말까지 제미나이의 사용자를 5억 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는데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해 보급하면서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스마트워치·TV·차량에도 기본 탑재
아울러 구글은 제미나이를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 차량, TV, 헤드셋 등 모든 기기로 확대해 스마트하고 유용한 어시스턴트 기능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우선 앞으로 수개월 내에 스마트워치의 웨어(Wear) OS에 제미나이를 탑재하기로 했다. 제미나이는 이용자의 앱과 연동해 작업을 처리하고 질문에 답하며, 중요한 세부 정보를 기억해낼 수 있다.
음성 제어가 핵심인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와 '구글 빌트-인'(Google built-in) 차량에도 제미나이가 접목된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이용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결해 스마트폰 기능을 차량 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고, 구글 빌트-인은 차량 자체에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가 통합된 기능이다. 이용자는 운전하면서 친구와 이야기하듯이 제미나이에게 지역 정보 등 원하는 것을 물어볼 수 있고, 제미나이는 이용자의 앱과 연동해 답을 해준다.
하반기에는 구글 TV에도 접목된다. 제미나이는 자녀의 나이에 적합한 영화를 추천하고 자녀 학습을 위한 유튜브 등 영상을 찾아 제공한다. 구글은 이와 함께 "삼성과 협력해 구축 중인 최신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XR'에도 제미나이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XR은 구글이 삼성과 함께 개발 중인 확장현실(XR) 헤드셋과 스마트 안경 등에 탑재되는 OS로, 첫 번째 헤드셋은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구글은 이와 함께 '머티리얼 3 익스프레시브'(Material 3 Expressive)라는 명칭의 안드로이드 디자인을 개편하고 AI를 통해 한층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UX)을 올해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버전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또 AI 기반 스캠 감지 기능을 문자 메시지 앱으로까지 확대 적용하고, 분실 기기 찾기와 가족 안전 확인 기능을 '파인드 허브(Find Hub)'라는 앱으로 통합하는 등 사용자 안전 및 보안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