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에어모빌리티 주가 폭락, “DPO,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냐”

스포티파이 성공 이후 IPO 대안이 된 DPO 서프에어모빌리티 폭락 이후 관심 외면 투자 전문가들, DPO 투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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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urf Air Mobility

지난 7월 미국 지역 항공사 서프에어모빌리티(Surf Air Mobility·이하 서프에어)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DPO(직상장)한 후 급격한 주가 폭락을 겪었다. 투자 시장에서 IPO(기업공개)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DPO는 서프에어의 급락으로 업계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DPO는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 일부 기업에 한정된다며 투자 주의를 경고했다.

서프에어모빌리티, DPO 당일 급락

DPO는 상장 희망 기업이 주식 공모를 통한 기업 공개 절차를 거치는 IPO와 달리 기존 발행 주식으로 증권거래소에 직접 상장하는 기업 상장을 뜻한다. 증권 시장에서 DPO는 특수한 사례로 한국의 경우 단 4차례만 진행됐다.

거래 시초가(공모가)액 책정 방식도 IPO와 차이가 있다. 기존 유사 상장사 주식 가치와 주식 공모 투자자의 매수 희망 가격을 반영해 시초가를 결정하는 IPO와 달리 DPO는 최근 비공개 거래의 주당 가격을 근거로 시초가를 책정한다. 서프에어는 뉴욕증권거래소 기준가 20달러로 거래 시작해 상장 당일 3.15 달러로 마감됐다. 한 달 후 서프에어 주당 거래가격은 1.50달러로 급락했다.

서프에어는 상장 시장에서 약 2년 만에 DPO에 성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투자 전문가들은 기술주 침체로 냉각된 기업 상장 흐름을 서프에어의 DPO가 바꿀 수 있을지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기업 인스타카트의 시드투자자이자, VC 긱 벤처스의 매니징 파트너인 이하르 마하니옥(Ihar Mahaniok)은 “기업 상장에서 DPO는 매우 대담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이어 ”DPO에 비해 IPO가 훨씬 더 검증된 방법이며, 유동성을 창출하거나 자금을 조달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자금 조달 방법이 불투명한 시장에선 많은 기업들이 IPO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기업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꿈꾼다“며 ”그중 자금 조달이 굉장히 절박한 기업은 DPO에 욕심을 낸다“고 평가했다. 지난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 DPO는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 기업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마하니옥 파트너가 시드 투자한 인스타카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DPO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달 25일 IPO 신청 서류를 접수하며 DPO를 포기했다.

2018년 이후 미국 DPO/출처=피치북

더 이상 대담하지 않은 상장, DPO

서프에어 이전엔 DPO를 대담한 상장 전략이라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최근 투자 업계는 DPO 전략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모양새다. 테크 기업 투자회사 레볼루션벤처스 매니징 파트너이자 JP모건 투자책임자였던 데이비드 골든(David Golden)은 “2017년 스포티파이가 DPO를 결정하기 전까지 DPO는 자본 시장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밝혔다. 상장 전에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 회사만이 DPO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금 보유량이 풍부했던 스포티파이는 DPO와 IPO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지만, 기존 투자 시장의 비판하기 위해 DPO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 CFO 배리 맥타시는 DPO 발표 당시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기업 공개 시장은 망가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9년 DPO 세계 최대 기업용 메신저 기업 슬랙 역시 스포티파이 못지않게 풍부한 현금 보유량을 자랑했다. 2020년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기업 팔란티어와 프로젝트 소프트웨어기업 아사나도 스포티파이와 슬랙에 비해 부족한 인지도에 불구하고 현금 보유량을 기반으로 DPO에 성공했다.

슬랙, 팔란티어, 아사나의 DPO 결정 요인에 대해 골든 파트너는 DPO의 장점을 예로 들었다. 첫 번째는 투자은행에 대한 수수료 등 상장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DPO를 통해 3억 달러(약 4,006억원)의 수수료를 절감했다. 두 번째 장점은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들이 상장 동시에 기존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IPO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 이해관계자의 주식이 일정 기간 동안 락업(매도 중지)된다.

IPO에 비해 창업자의 책임이 감소한다는 점도 DPO의 매력이다. 지난 6월 미법원은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의 허위기재 또는 누락(부실기재)의 혐의로 슬랙 주주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슬랙의 손을 들어줬다. 미법원은 미국 연방 증권법 제11조에 명시된 ‘증권 취득자’에 대한 해석으로 원고가 등록 명세서의 정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려면 등록 주식 구입 증빙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DPO 이전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부분의 주주에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DPO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골든 파트너는 “DPO는 스포티파이와 슬랙의 성공 이후 IPO의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서프에어 실패로 다시 자본 시장의 최후의 수단으로 돌아갔다”며 DPO 시도를 평가 절하했다.

크로스오버 펀드 운용사 어빙인베스터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레미 아벨슨(Jeremy Abelson)도 “DPO를 통해 자금 조달을 시도한 것은 정말 대담한 일”이라 평했다. IPO가 자금 조달 목적 외에 상장 전 진행되는 IPO 로드쇼를 통해 해당 기업을 투자 시장에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골든 파트너 역시 “IPO 로드쇼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가치와 서사를 전달할 수 있으며, 잠재적 기관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에 나서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아벨슨 매니저는 DPO에 대한 평가로 “강세장에선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기업엔 적합하지 않은 상장 전략이라 판단한다”며 DPO에 대한 투자 주의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