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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방 살리기’ 정책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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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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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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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교육개혁·혁신성장·특화발전·생활복지 등 '지방시대 5대 전략'
종합계획 핵심은 '4대 특구' 도입, 특별법 제정안 통과로 추진에 탄력
다만 역대 분권정책 성공 사례 전무, 보여주기식 특구 조성 남발이라는 쓴소리도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에 맞춘 지방 디지털 경쟁력 강화 방안의 기본 방향/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첫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내놨다.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핵심과제로 한 5개년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갈수록 커지는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나온 방책이다. 지방에도 판교테크노밸리에 버금가는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 등 지방의 경쟁력 있는 생태계 성장을 위한 디지털 중심의 지방발전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건데, 일각에서는 그저 또 다른 형태의 특구 조성일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부 ‘지방 디지털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2차 지방시대위원회 의결을 거쳐 디지털 중심 지방발전체계 구축을 위한 '지방 디지털 경쟁력 강화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의 9대 정책 중 하나인 ‘디지털 재창조로 지방 신산업 혁신역량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지방시대위원회가 수립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중점과제로 추진된다.

종합계획은 지방분권, 교육개혁, 혁신성장, 특화발전, 생활복지를 '지방시대 5대 전략'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핵심과제 22개를 중심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정부는 지방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중점 추진과제로 꼽았다. 인재 부족 등 지방이 직면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 발전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기업·인재의 육성과 정착, 기술고도화 등 지방의 경쟁력 있는 디지털 생태계의 성장을 지원하고 지자체 주도로 지방에 최적화된 디지털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관점의 지방정책 추진체계를 확립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주요 목표는 2027년까지 △지방 디지털 경제 총생산액 30조원(2020년 10조5,000억원) △지방대학 디지털 인재의 지방 정착률 50%(2021년 40%) △지방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 83%(지난해 78.8%) 달성 등이며, 이와 관련한 내년도 과기부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5,400억원 규모다.

정부는 지방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디지털 기업이 1,000개 이상 집적된 국가 디지털혁신지구를 2030년까지 전국에 5개 이상 조성할 방침이다. 디지털 산업의 전략적 구심점을 지방에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AI, 디지털트윈,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4대 신기술 기반 구축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기존 소프트웨어(SW) 역량 지원 사업을 단계적으로 ‘지역 디지털 기초체력 지원’ 사업으로 묶고, 사이버 침해 대비를 위한 보안 거점으로 동남권에 정보보호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SW 중심대학 등 디지털 인재양성사업과 지역혁신중심의 대학지원체계(RISE)를 지자체 주도로 연계해 지방대학 인재 육성 체계도 구축한다. 또 학과 설치 없이도 정원 확대가 유연한 계약정원제를 인재 수급이 시급한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지방대학에 도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방의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SW마이스터고를 신규로 지정하고 AI 영재학교 신설도 추진한다.

“지방판 판교테크노밸리 만들겠다”

이번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핵심은 '4대 특구' 도입이다. 4대 특구는 기회발전, 교육발전, 도심융합, 문화 등 특구 도입으로 투자를 집약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 가운데 도심융합특구는 지난달 6일 지방 대도시 도심에 지방판 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방시대 4대 특구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도심융합특구특별법은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인데,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사업지로 지정된 광역지자체 5곳(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국토교통부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앞서 2020년부터 ‘광주 인공지능 융합산업집적단지'를 조성해 왔고, 올해부터는 ‘부산 센텀시티'와 ‘대구 수성알파시티'를 디지털 혁신거점으로 선정해 초기 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수성알파시티에는 이미 비수도권 최다인 IT·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140곳이 입주해 있으며, ABB(AI· 블록체인·빅데이터) 산업의 기반이 될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도 오는 12월 부산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개소할 예정이다. 정부 재정 지원을 토대로 관련 기업 유치가 활성화되면,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봇, 헬스케어 등 대구의 미래 주력산업 기반도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부산 센텀시티에서는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AI 산업이 육성되며, 울산 특구에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 클러스터 등이 조성된다.

기회발전특구에서는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정부는 특구로 이전한 기업에 대해 부동산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연(연기)하고, 신설사업장에 대한 소득·법인세는 5년간 100%, 이후 2년 동안 50% 감면하기로 했다. 또 특구에 신규로 취득하는 부동산(비수도권)에 대한 취득세를 100% 감면하고, 재산세 또한 5년 동안 100%, 이후 5년 동안 50% 감면한다.

교육발전특구로는 지역의 공교육 발전을 위한 지자체, 교육청, 대학, 산업체 등의 협력을 유도하고, 지역 우수 인재의 양성에서 지역 정주까지 총괄 지원하는 지역 생태계 활성화를 시도한다. 정부는 이달 중 교육발전특구 시범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시범사업 공모에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문화특구는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 등 지역별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지역의 문화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도시를 말한다.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전국 기초지자체 대상으로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달 7개 권역별 2곳 내외로 광역권 선도도시 총 13곳을 지정해 국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들 “정부 지방 살리기가 되레 지방 죽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놓여 있다. 우리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50여 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의 20% 정도였으나, 지금은 50% 이상이 밀집해 있으며, 매출 100대 기업의 86%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소득과 일자리도 집중돼 있다.

전국 지자체의 절반가량이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역대 정권마다 ‘국가균형발전’을 부르짖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고, 수도권 비대화와 지역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분권 정책이 백약이 무효가 된 데는 지역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과 구체적 실행이 미비했던 탓이 크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지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레 위태롭게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윤 정부의 이른바 ‘지방대 살리기’ 구상인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글로컬 대학 30 추진방안’ 등 육성책은 지역에서의 적자생존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쏟아진다. 2026년까지 비수도권 30개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해 5년간 대학당 1천억원씩 지원한다는 건데, 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부 대학만 지원하는 방식이라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종합계획을 두고는 또 다른 형태의 특구를 남발하는 것이란 쓴소리도 나온다. 전국 700여 개가 넘는 특구에 다시 40~50개를 더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특구는 748개로, 무려 12개 부처가 특구를 무분별하게 운영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시·군·구마다 3~4개의 특구가 지정돼 있으며, 동일 지역이 3~4개 특구로 중복 지정된 경우도 많다. 심지어 관련 법을 새로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특구를 지정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이 같은 상황을 확인했음에도 출범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기존 특구 정비에는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에 새로 발표한 4대 특구도 지방시대위원회를 심의를 거쳐 지정되지만 사실상 각각의 특구를 개별 부처가 주도해 추진한다. 도심융합특구는 과기부, 기회발전특구는 산업자원부, 문화특구는 문화체육관광부, 교육자유특구는 교육부가 주무 부처다. 결국 기존 특구 정책을 실패로 이끈 정부부처들이 또 다른 특구를 주도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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