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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영원한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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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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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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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쇼크’에 ‘술, 담배, 명품 산업’도 흔들려
인플레이션 틈탄 가격 인상 ‘역풍’
‘투명성, 신뢰성’ 회복이 관건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불황 없는 산업’에 대한 신화가 깨졌다. 인플레이션 쇼크와 공급 차질에 소비 패턴까지 바뀌며 어떤 상황에도 끄떡없을 것 같던 주류, 담배, 명품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너무 많이 오른 가격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셈인데, 원인이 임금이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아니라 기업들의 과도한 욕심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ChatGPT

‘불황 없는 산업’ 신화 깨져

실제로 2021~2023년 기간 유로존 물가 상승의 절반 가까이가 비용 상승분보다 가격을 더 올려 단위당 수익률을 높인 기업들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이용해 가격 결정권을 손에 쥔 기업들이 구매력 하락과 규제 강화로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 담배, 명품처럼 불황을 모르던 산업도 경제 충격이 겹치는 상황에는 적응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업들의 수익성은 수요가 줄기 전에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역량에 달렸다. 생산 및 운송 문제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도 중요하다.

기업별 매출 성장률 분포 및 거시 경제적 영향 요인 분포
주: 매출 성장률 분포(검정), 팬데믹(적색), 인플레이션(주황), 기타 그룹별 영향 요인(녹색), 기타 기업별 영향 요인(청색), 잔여 요인(노랑), 대조군(회색)

주류, 담배, 명품 산업도 ‘수요 탄력성’ 증가

술을 예로 들어 보자. 작년 글로벌 주류 매출은 전년 대비 1% 줄었는데,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감소율이 더 가팔랐다. 공식적인 불황이나 가격 인상, 긴축 정책이 없었음에도 GLP-1(비만 치료제의 일종) 사용 증가 등 선호도와 취향의 변화가 수요를 약화시켰다. 사정은 조금 낫지만 담배도 상황은 비슷하다. 선진국의 경우 10%의 실질 가격(real price) 인상이 4%의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불법적인 대안으로 돌아서고 있다.

명품 산업도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팬데믹 이후 호황을 보였지만 작년에는 시장 규모가 2% 줄어들었다. 한때 가격 결정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버버리(Burberry)가 적자를 기록하며 1,700명을 감원하는가 하면 구찌(Gucci)와 LVMH 등 업계 거물들도 수요 감소를 거스르지 못하는 모습이다.

충격에 적응해야 ‘생존’

따라서 불황을 모르던 기업들도 이제는 충격에 대한 적응력을 갖춰야 하며 이는 4가지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먼저 비용 상승분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능력(pass-through capacity)이다. 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 수요의 증감을 의미하는 수요 탄력성(demand elasticity)도 중요한 요소다. 기업이 핵심 투입물을 특정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도 충격에 적응하기 어렵다. 결국 변화에 맞춰 제품 외관과 내용, 공급망을 얼마나 기민하게 조정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주류 산업은 가격 전가 면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점점 높아지는 수요 탄력성이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다. 담배는 가격 전가 및 수요 탄력성 모두 준수하지만 불법 거래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도 높은 수요 탄력성과 공급 차질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불황 없는 산업 “이제 없어”

따라서 기업은 끊임없이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맞물리며 매출이 줄고 고급화 전략까지 차질을 빚은 주류 업계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투명한 가격 정책과 효과적인 패키징 전략, 공급망 변화에 대한 신속한 적응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명품의 경우는 전면적인 가격 하락을 피하고 희소성과 고객 유지에 힘써 브랜드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 당국은 기업들의 가격 전가를 면밀히 감시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맞춰 소비세를 조정하며, 공급망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정상적인 가격 조정인지 인플레이션 상황을 활용한 기회주의적 이윤 추구인지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른바 불황 없는 산업에 닥친 충격은 일시적인 경기 변동 때문이 아니다.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전쟁, 기후 관련 차질이 모두 겹친 2020년 이후 글로벌 경제는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편승한 수익 추구보다 투명성과 신뢰를 중요시해야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민감도에 따른 매출 영향
주: 팬데믹 민감도 영향(좌측), 인플레이션 민감도 영향(우측), 인플레이션 기대치(녹색)

또 기업의 자생력(resilience)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경제 충격에 역동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얻어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지속적인 전략 조정과 객관적인 의사결정으로 변화한 환경에 맞서야 한다. 불황을 모르는 산업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etiring "Recession-Proof": Urgent Call for a New Approach to Industry Resilienc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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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