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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기술기반 창업 22만1,436건
여행·교육 서비스 제외 전 분야 감소
글로벌 IT 업계 휩쓴 ‘감원 칼바람’ 영향
국내 기술기반 기업 창업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 등이 맞물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위기론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규 창업 관련 규제 개선과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 핵심 기술만 보유하고 있으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영환경 불안 요소 산적, 제조업 창업 10.4% 감소
2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3년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창업기업 수는 123만8,617개로 전년(131만7,479개) 대비 5.9% 감소했다. 부동산업을 제외한 창업기업의 수는 111만1,932개로 2022년(111만1,718개)보다 소폭 증가한 가운데 도매·소매업(40.5%)과 숙박·음식점업(15.2%)의 창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기반 창업은 2021년 23만9,620개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후 2022년 22만9,416개, 2023년 22만1,436개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기술기반 업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교육 서비스 등 지식 기반 서비스업을 한데 아우르는 개념이다. 기술기반 창업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그린 업종은 제조업(-10.4%)이다. 이어 전문·과학·기술업(-9.0%), 보건·사회복지업(-5.7%), 정보통신업(-2.5%)등이 뒤를 이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고환율 및 고금리, 무역적자 지속 등 대내외적 경영환경 불안 요인이 늘고, 디지털 산업의 성장까지 겹치면서 제조업 신규 창업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특히 정보통신업은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의 분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다만 전반적인 기술기반 업종의 창업 감소 속에서도 사업시설관리업(9.5%p)과 교육서비스업(4.9%p)은 증가세를 보였다. 팬데믹 종료 후 각종 공연과 전시회, 국제회의 등의 행사가 재개되고, 국내외 여행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중기부는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대면 교육이 활성화하면서 일반교과학원 창업이 눈에 띄게 늘었고, 건강이나 취미 관련 수요 증가에서 비롯된 외국어학원, 체육 관련 교육기관 창업의 증가세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IT 업계 15년 전 ‘암흑기’ 재현 우려 확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T 업계가 시장 포화와 투자 경색이 맞물리며 극도로 침체했던 2010년대 초반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당시 국내 시장은 정부 주도형 IT 산업 육성이 속속 한계를 드러내면서 기술 개발과 시장 창출에 일제히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세계 시장의 중심이 하드웨어 제조에서 콘텐츠 및 서비스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옮겨가는 가운데 이와 같은 흐름을 제때 타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1조원(약 7억5,000만 달러)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수요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성장세를 되찾은 IT 업계는 2020년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 개발에 속도가 붙으며 또 한 번의 급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는 AI의 기술 고도화에 따른 산업 현장 투입 증가로 이어지면서 필요 인력의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전 세계 IT 업계의 감원 현황을 집계하는 레이오프(layoff.fyi)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총 1,179개 기업이 26만1,847명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했다. 이는 전년(16만4,969명) 대비 58.7% 늘어난 수준으로, AI의 확산과 팬데믹 당시 비대면 산업이 강조되며 이뤄진 과잉 채용의 정상화가 맞물리며 일어난 결과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대대적인 감원에 나서며 시장 전반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술기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 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적극적인 규제개선으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맞춤형 신생 기업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미국은 기술 분야별 전문 VC가 존재하는 등 기술만 가지고 창업해도 성장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다”며 “우리도 VC와 액셀러레이터가 기술창업 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