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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리콘밸리 '큰손' 비노드 코슬라, 또 日 기업에 투자 중국 제외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 늘리는 코슬라 CEO 지난해 인도 생성형 AI 스타트업 '사르밤 AI' 투자 참여도
오픈AI 초기 투자자로 잘 알려진 미국 실리콘 밸리의 '큰손'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코슬라 CEO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본 기업에 새로운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기술-경제 전쟁(a techno-economic war)이 벌어질 것이라 전망한 코슬라 CEO는 미중 갈등을 이유로 중국을 제외한 인도, 일본, 뉴질랜드 기반의 AI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주목된다.
코슬라벤처스, 日 스타트업 비공개 투자
코슬라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 캐피탈(VC) 회사로, 2019년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비영리 기업에서 영리 기업으로 전환할 당시 5,000만 달러(약 659억원)를 투자한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알렸다. 코슬라 CEO는 생성형 AI에 대해 40년 가까이 투자자로 일하면서 봐온 가장 큰 기술 혁신이라며 장기적으로 의사와 교사 등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본증시가 34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며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투자에 대해 코슬라 CEO는 "주식시장은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서 "실패를 피하려고 노력하면 작은 혁신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부끄러움으로 여기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어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뿌리내린 미국에서 많은 기술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양한 지역에서 특정 언어에 특화된 AI 기술 개발의 여지가 많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아울러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AI 응용 분야를 넓히는 스타트업이라며 "대부분의 혁신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코슬라가 미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의 투자는 해외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일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코슬라 CEO는 이번 투자는 비공개 프로젝트라며 투자한 회사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일본 AI 스타트업 '사카나 AI'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
이번 투자는 일본 기업에 대한 코슬라벤처스의 세 번째 투자로,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월 구글 출신 연구원이 설립한 일본의 AI 스타트업 ‘사카나 AI(Sakana AI)’에도 투자한 바 있다. 당시 투자에는 코슬라 벤처스를 비롯해 럭스 캐피털, 소니, NTT, KDDI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나라는 회사명은 일본어로 ‘물고기’를 뜻한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사카나 AI는 “자연에서 영향을 받은 더 작고 효율적인 모델을 개발해 AI에 대한 다른 접근 방식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거대한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소모되는 컴퓨팅 자원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생각할 때 작고 전문화된 모델로도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구글 출신이 만든 AI 스타트업으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카나 AI의 창립자는 전 구글 연구원 데이비드 하(David Ha)와 라이언 존스(Llion Jones)다. 이들은 챗GPT의 기반이 된 ‘트랜스포머 딥 러닝 아키텍처’ 논문을 집필했다고 알려졌다.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코슬라 CEO는 “대부분의 주권국가들이 국가안보나 문화 등의 이유로 자신들의 네이티브 파운데이션 모델을 원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도에 이어 일본에서 이런 시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구소 설립지로 일본을 택한 데 대해서는 “북미 시장은 너무 경쟁적”이라며 “수준 높은 기술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고숙련 인력도 충분한 일본은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소버린 AI' 기업 투자에 집중
지난해 말에는 인도 생성형 AI 스타트업 '사르밤 AI'(SarvamAI)에 대한 투자도 집행했다. 사르밤 AI는 지난해 중순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AI4바라트'(AI4Bharat)에서 근무했던 라하반과 프라튜시 쿠마르가 설립한 기업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본거지임에도 불구하고 AI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코슬라 CEO는 "인도에서 AI를 구축하기 위한 심층적인 전문성을 개발을 위해서 사르밤 AI와 같은 회사가 필요하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최근 코슬라 CEO는 국가별로 독자적으로 거대언어모델(LLM) AI를 구축하려는 '소버린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소버린 AI란 현지의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해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지 않으며 국가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고 현지 규제를 충족시키는 AI 기술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주요 국가들이 독립적인 AI를 만들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국가 안보만의 이유가 아니라 문화와 언어적인 이유로 독자적인 AI가 필요하고 우리는 소버린AI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