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권 임대료 1위는 북창동? 날개 꺾인 명동,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도 ‘몰락·부활’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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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권 1위 빼앗긴 명동, 신흥강자는 북창동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명동도 부활 가능성, 공실률도 크게 줄어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 '상상 이상', "소비 패턴도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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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거리의 모습/사진=서울시(Visit Seoul)

지난해 서울 주요 상권 중 상가 임대료가 가장 높은 곳은 중구 북창동(월 1,087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창동의 1㎡당 통상 임대료는 월 18만원으로 명동거리(17만3,700원)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다만 1위 자리를 내어줬다 해도 명동 상권은 여전히 활발하다. 특히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 수 급증 등 호재가 다수 발생하면서 공실률이 줄어드는 등 부활 조짐도 보이는 모양새다.

서울시 상권, 통상 임대료 1위는 ‘북창동’

서울시는 6일 ‘2023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북창동과 명동, 압구정로데오역 등 주요 상권의 임대료 등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주요 상권 1층 점포의 월평균 통상 임대료(매달 내는 월세와 공용관리비에 월 단위로 환산한 보증금을 더한 금액)는 1㎡당 7만4,900원 수준이었다. 전년(6만9,500원) 대비 7.8% 상승한 수준이다. 여기에 점포당 평균 전용 면적인 60.2㎡(18.2평)를 적용하면 통상 임대료는 450만원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은 1㎡당 95만6,000원으로 평균 점포 면적 적용 시 5,755만원이었다.

지역별로 월평균 통상 임대료가 가장 높은 곳은 1㎡당 18만원인 북창동이었다. 북창동의 통상 임대료는 평균 전용 면적으로 환산 시 1,087만원 수준이다. 그 뒤로는 명동거리(17만3,700원), 명동역(15만3,600원), 압구정로데오역(14만800원), 강남역(13만7,900원) 순이었다. 당초 2021~2022년엔 명동거리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부진하고 상권 공실률이 올라가면서 순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명동은 회복세가 부진하지만, 북창동의 경우 식당들이 모여 있어 직장인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상가 임대료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소 부진한 명동 상권도 최근 들어선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갑작스레 2배 가까이 늘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인 입국자 수는 103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1.9배 증가했다. 관광객 중심 상권이 형성돼 있는 명동에 있어선 상당한 호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도 방한객은 62% 이상 회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인구도 부쩍 늘었다.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운영하는 상권분석시스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1ha당 5만7,197명이던 명동거리 유동인구는 2023년 3분기 1ha당 7만4,782명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나 회복 가능성이 보인다는 데 의의가 크다는 게 시장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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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조짐 보이는 명동, 하지만

이에 따라 상권의 공실률도 떨어지는 추세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의 공실률은 9.4%로, 전년 동기 대비 33.0%p 감소했다. 이로써 명동은 강남, 홍대, 가로수길, 한남·이태원, 청담 등 소위 ‘6대 상권’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한 동시에 공실률이 가장 낮은 상권 자리를 탈환했다. 상권 전환율도 44.2%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올 한 해 명동거리에서 절반에 가까운 매장이 바뀌었단 것으로, 전환율이 높다는 건 상권이 성장 혹은 쇠퇴로 불안정하거나 트렌드 민감도가 높아 변화가 빠르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진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리서치팀장은 “명동거리에 공실이 급증했던 시기에도 글로벌 브랜드들은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최근에는 가시성이 좋은 대로변 인근을 중심으로 상권이 확장되는 추세”라며 “다이나핏, ABC마트, 올리브영 등이 명동에서 신규 매장을 열었고,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소형 화장품 브랜드들도 영업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동은 관광객 중심 상권을 형성한 만큼 외국인들을 겨냥한 K-뷰티와 패션 등 관련 점포가 다수 문을 열었는데, 이것이 지표 변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내에서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던 명동의 네임밸류가 다시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모양새다.

그러나 명동 상권이 전성기만큼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느냐에 대해선 시장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별개로, 국내 상권 파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원인과 시사점 – 시나리오별 중국인 관광객 규모 및 경제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월평균 14만4,000명 선이었다. 이는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인해 단체관광이 막혔던 2017~2019년 평균(월 41만6,000명)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나마 찾아오는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졌단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중국 관광객들이 명동에서 소비를 많이 했었지만, 요즘은 면세점을 더 많이 이용한 경향이 많다”며 “명동 상권만의 핵심 콘텐츠가 사라지다 보니 유동 인구가 늘더라도 소비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표상 여러 분야에서 호재가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나, 이를 무작정 ‘명동 상권의 부활’로 명명하기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