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CalPERS), 저비용 고수익 전략으로 ‘공동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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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최대 규모의 연기금 CalPERS, 사모투자 비중 40%로 상향
사모펀드 투자 중 공동투자는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저비용 전략
사모투자 늘리는 포트폴리오 변경에 대한 내부 저항은 장애요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 CalPERS)은 약 4,190억 달러(약 562조원) 규모로, 이는 북미 최대 규모이자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이다.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관리하는 주주행동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CalPERS는 최근 사모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저비용 고수익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의 일환으로 지난 18일, CalPERS 투자위원회는 사모펀드와 사모채권 등 사모(PE)투자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행동주의 연기금 CalPERS, 사모투자 비중 확대 결정

CalPERS는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계획에서 사모펀드 투자 비중을 이전 목표보다 4%p 상향한 17%로 확대하고 사모채권은 5%에서 8%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CalPERS의 사모투자 총액은 자산의 33%에서 40%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CalPERS의 사모투자 총괄책임자인 안톤 오를리히(Anton Orlich)는 18일 열린 투자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결정은 공모주 투자에 배정된 자금 일부를 사모펀드나 사모채권에 투입해 공공시장에서 민간시장으로 전환하는 그동안의 조정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상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에 따라 CalPERS의 익스포저(exposure, 위험노출액)는 주식 부문이 5%p, 채권 부문이 2%p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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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CalPERS의 투자군별 비중, 주: 부동산자산(오렌지), 사모채권(옐로우), 고정소득(블랙), 상장주식(민트), 사모투자(네이비)/출처=Pitc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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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된 CalPERS의 투자군별 비중, 주: 부동산자산(오렌지), 사모채권(옐로우), 고정소득(블랙), 상장주식(민트), 사모투자(네이비)/출처=PitchBook

CalPERS는 사모펀드 투자 중에서도 특히 ‘공동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동투자는 투자자들이 직접 거래에 참여하기 때문에 수수료 등 중간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없거나 적고 투자자가 직접적인 투자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비용의 효율적인 투자 프로세스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공동투자는 CalPERS의 사모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오를리히 총괄책임자는 “일반적으로 공동투자는 부담금이나 수수료가 없어 공공 연기금의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저비용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사모시장에서의 공동투자 거래에 대해 일관된 비중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CalPERS의 사모펀드 부문에는 연간 150억 달러(약 20조원)의 예산이 할당되는데 투자군 전체로 볼 때는 그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9%였던 사모펀드 투자 비중은 2023년 10%로 늘어났으며 올해 13%로 목표를 설정했다가 다시 17%로 상향 조정했다. CalPERS의 임시 CIO 댄 비앙비뉴(Dan Bienvenue)는 “이번에 발표한 계획에 따라 17%의 목표 비중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할당된 15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투입 예산의 비중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사모펀드 투자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공동투자의 규모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당초 목표였던 13%를 고수할 경우 이는 배정 예산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공동투자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정성·수익성 고려해 공동투자 확대하고 ‘자립’ 추구

과거 CalPERS의 사모투자는 전통적인 펀드 투자 방식을 활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연간 예산의 50%를 공동투자에 투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전통적인 사모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실제 CalPERS는 이미 공동투자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배정된 예산의 47%가 공동투자와 같이 수수료가 없거나 비용이 낮은 투자활동에 투입됐다.

CalPERS의 사모투자 포트폴리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립’에 있다. 이는 현재 공동투자에서 얻은 수익으로 미래의 공동투자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를리히 총괄책임자는 “사모펀드 투자의 비중을 10%대 초반으로 유지한다면 자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CalPERS는 투자 수익으로 미래 투자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건전한 포트폴리오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미 순자산가치의 대부분을 이같은 비용구조로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약 700억 달러(약 94조원)에 달하는 CalPERS의 투자계획에서 사모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공동투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CalPERS 사모투자 포트폴리오의 순자산가치 중 사모펀드는 57%를 차지한 데 반해 공동투자는 9%에 불과하다. 지난 9월 CalPERS의 전임 CIO인 니콜 뮤지코(Nicole Musico)는 투자위원회 퇴임사에서 사모투자를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개편에 대한 내부의 ‘저항’을 언급한 바 있다.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 성향과 이에 따른 저항은 지난 18일 열린 투자위원회 심의에도 반영됐다. 당시 위원들은 포트폴리오를 유동성 위험에 노출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일부 사모투자 시장의 딜 메이커들이 보이는 불투명하고 부적절한 관행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CalPERS를 비롯한 연기금들이 투자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률의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이 기간 동안 사모투자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투자 대상이 다양화되면서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투자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CalPERS는 이 시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실제 당시 CalPERS의 수익률을 보면 거의 모든 자산군에서 경쟁사에 뒤처졌으며, 특히 사모투자 부문에서 격차가 가장 컸다. 과거 보수적인 투자 관행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CalPERS가 이제는 투자 안정성과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사모투자의 비중을 늘린다는 점은 매우 유의미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alpers chases low cost, high returns with new PE targets | PitchBook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