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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중국 화장품 수출 감소세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 등 '빅3' 中 수익성 개선
美·日 비중 증가, 인도·튀르키예·멕시코 등 유망
국내 화장품 업계가 올해 1분기 일제히 호실적을 이뤄냈다. 대중국 수출 회복세,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의 성장 등에 힘입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다. 팬데믹 이후 중국 시장의 수요가 부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화장품 산업은 최근 미국, 일본을 비롯해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화장품 업계, 中 시장 회복하며 '실적 호조세'
17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1조7,2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5% 오른 1,510억원으로 10분기 만에 상승 전환했다. 특히 특히 뷰티 부문 매출이 7,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나며 반등을 견인했다.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631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온라인 매출이 한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고 주력 브랜드인 '더후'가 리뉴얼 효과로 북미 시장 등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실현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애경산업도 1분기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애경산업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7.7% 증가한 1,691억원, 영업이익은 6.8% 증가한 165억을 기록했다. 1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은 7.6% 증가한 631억원, 영업이익은 13.7% 증가한 99억원으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순항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전용 제품 출시, 현지 모델 발탁 등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중국에서는 에이지투웨니스(AGE20'S)가 럭셔리 라인을 선보이는 제품군을 확대했고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매출 9,115억원, 영업이익 7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0.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9% 증가하면서 컨센서스인 510억원을 43% 웃돌았다. 중국법인의 적자 축소와 더불어 방한 외국인 증가로 국내 면세 채널 매출이 40%가량 성장하면서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중국에서의 영업손익도 당초 시장 전망치인 200억원 적자보다 절반 이상 개선한 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빅3' 외에 중소 브랜드들도 중국 시장의 회복세에 힙입어 1분기 실적 호조를 보였다. 클리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5% 증가한 8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30억원으로 23.9% 성장했다. 1분기 글로벌 매출액도 지난해 대비 48%나 증가했다. 중국에 소재한 클리오 화장품 유한회사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이 20억원으로 지난해 누적 매출 57억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당기순이익 역시 9,836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美·日 호조에 화장품 수출, 반등에 성공
그동안 국내 화장품 수출은 중국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팬데믹 직후인 2022년부터 중국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화장품 수출이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미국, 일본 등 비중국 국가로의 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화장품 수출은 비중국 지역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6.4% 증가한 85.9억 달러(약 11조7,1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산업은 선전했다. 수치로 보면 2023년 수출은 7.4% 감소했지만 화장품 수출은 6.2% 증가했다. 올해도 1분기 실적이 21.3%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총수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0.23%에서 2023년 1.36%로 10년 새 6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 수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20.8%로 전체 수출 증가율 1.2%를 크게 상회했다.
국가별 화장품 수출액을 보면 대중국 수출액 2021년까지는 2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2022년부터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3%라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5%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중국 수입시장에서의 한국 화장품 점유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점유율은 2018년 24.3%에서 2021년 13.1%로 하락했고 순위도 1위에서 3위로 낮아졌다. 2023년 기준 1위는 프랑스, 2위는 일본으로 두 나라가 한국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반해 대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44.3% 증가한 12억3,000만 달러(약 1조6,700억원)를 기록했다. 2024년 1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58.1%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 화장품 수출 비중도 2021년 9.2%에서 2022년 10.8%, 2023년 14.3%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2012년부터 상승해 2023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5위로 부상했다.
대일본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일본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8억2,0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다. 한국의 일본 수입시장 점유율은 21.6%로 2위 프랑스와의 격차를 벌리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기초화장품의 비중이 큰 여타 시장과 달리 일본은 색조화장품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망시장으로 인도·튀르키예·멕시코·태국 꼽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위상도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14.0%를 기록한 프랑스로 나타났다. 이어 2위 미국(8.3%), 3위 독일(7.5%), 4위 싱가포르(5.7%), 5위 한국(5.5%) 순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 이후 프랑스, 미국, 독일의 점유율은 하락한 반면, 한국은 K뷰티 열풍에 힘입어 '5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내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 대상국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간한 'K뷰티 수출 현황 및 신규 유망 시장' 보고서에서는 화장품 수출 유망시장으로 인도, 튀르키예, 멕시코, 태국을 선정했다.
세계 인구 1위국인 인도는 화장품 소매시장의 규모가 157억 달러(약 21조4,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세계 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인도 내 연 소득 1만 달러 이상 중산층이 2023년 6,000만 명에서 2027년 1억 명을 상회하며 화장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튀르키예에서도 최근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입 점유율 순위가 2019년 8위에서 2023년 3위로 높아졌다.
멕시코 또한 인구 1억2,000만 명으로 특히 젊은 인구가 많아 높은 구매력과 두터운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 동호회 회원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한국 화장품의 수입 점유율은 3%로 9위에 머물러 있으나 최근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태국도 한류 동호회 회원 수가 2,000만 명으로 특히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영향력이 높은 국가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한국 화장품의 점유율이 상승해 2022년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