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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전세와 치솟는 월세, 임대차 시장 양극화 속 위기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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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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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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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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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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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정체·대출 규제로 전세 매력 약화
공급 감소에 전세 가격 상승 압력 커져
전세 제도 유지 힘들다는 회의론 대두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 평균 월세가 100만원을 넘어서며 주거 비용 부담 확대를 알렸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계약이 대폭 줄어들고, 실수요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상황에 부닥친 결과다. 그나마 유지 중인 전세 시장에서는 중저가 주택이 대출 축소의 직격탄을 맞으며 붕괴 위기에 내몰린 반면, 강남권은 현금 수요가 몰리며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나타냈다. 이처럼 전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월세가 보편화하는 흐름 속에서 ‘주거 사다리’인 임대차 시장의 불안 또한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임대인들, 안정적인 월세 수익 선호 추세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에서 체결된 부동산 전세 임대차 거래량은 7만2,57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 거래량은 14만1,182건으로 16.4% 증가했다. 그 결과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확대됐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계약이 체결된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62.2%로 최근 5년 평균치인 49.4%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증가세는 빌라나 오피스텔과 같은 비(非)아파트가 주도한 결과로,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2023년 65.9%에서 2024년 69.6%, 올해 8월 76.0%로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업계는 임대인들의 수익 구조 변화가 이러한 흐름을 가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단계적으로 인하되면서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도 연 2%대 수익밖에 기대할 수 없게 됐지만, 전월세 전환이율은 5% 수준으로 월세 수익이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전세 공급 여건은 더욱 위축됐다. 수분양자가 세입자 보증금을 활용해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 차단되면서 전세를 내놓기보다는 보증부월세나 순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임차인들의 선택지도 갈수록 줄어드는 형국이다. 전세대출 보증 비율 축소로 대출을 통한 목돈 마련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증부월세 계약을 택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전세 호가를 억 단위로 높이거나 아예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과거 ‘전셋값 올려주기 싫으면 월세살이를 하라’는 일부 집주인의 통보가 이제는 흔한 현실이 됐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임차인들의 월세 부담도 함께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시스템에 의하면 8월 전국 가구당 평균 월세 가격은 80만7,000원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월세가 가장 높았는데, 서울의 평균 월세는 103만1,000원으로 강남권과 강북권이 각각 117만3,000원과 109만6,000원을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세가 희소화할수록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하며 “비아파트에 이어 아파트 단지까지 월세화 흐름이 확산될 경우, 주거 안정성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량 부족이 단기 전셋값 상승 자극

이 같은 월세화 흐름은 전세 시장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친다. 전세 물량 부족이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며 단기적으로 전셋값 상승 압력을 높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서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7%를 기록, 올해 2월 이후 3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 계약 대부분은 정주여건이 좋은 학군지나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계약이 체결됐으며, 강남·서초·송파 등 주요 지역의 경우 보증금 10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전세 계약이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단지별 수치에서는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올해 입주한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1~8월 전·월세 거래 870건 가운데 전세가 345건(39.7%)에 그쳤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역시 같은 기간 전세 비중이 40.2%(2,032건 중 816건)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임대차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월세의 계약 단가도 크게 뛰었다. 헬리오시티는 올해 월세 계약 1,216건 중 302건이 월 200만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가운데 70건을 월세 400만원을 넘는 계약이었다. 휘경자이 디센시아 역시 전용면적 59㎡ 매물이 지난달 보증금 1억원에 월 200만원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이처럼 전세와 월세 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세 부담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전세 수요가 다시 몰려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세가 과도하게 비싸질 경우 다시 월세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월세 가격도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전세 수요는 여전히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시장은 이미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면”이라고 짚으며 “동시에 전셋값 급등과 수요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뉴노멀’ 시대 또한 이미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전세사기 여파와 깡통 전세 불안 심리 확대

전세시장은 이러한 가격 요인을 넘어 제도적 불안과 신뢰 붕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9·7 공급대책’에 따라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으로 일원화됐다. 이전까지는 보증기관별로 최대 3억원까지 가능했으나, 상한이 일괄 축소된 것이다. 앞서 6·27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된 데 이어 불과 두 달 만에 규제가 다시 강화된 셈이다. 금융당국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억제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적잖은 실수요자가 월세 시장으로 떠밀리며 제도의 연착륙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전세대출 의존도가 높은 빌라·오피스텔 등 중저가 주택은 직접적인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전세금의 80~90%를 대출로 조달하는 사례가 흔한 탓에 대출 축소는 곧 거래 단절을 의미한다. 실제 2023년 5월 역전세 국면에서도 이 같은 비아파트 유형의 주거용 건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매매·임대 모두에서 가격이 하락하며 악순환을 반복했다. 반면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낮고, 자기자금 여력이 있는 임차인이 많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다. 이는 곧 현금 동원력이 충분한 알짜 수요가 ‘똘똘한 한 채’로 쏠리며 시장 양극화를 부추길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에 전세사기와 소위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 역시 전세 시장 위축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2023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여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세입자들은 전세제도 자체를 불안정한 계약 구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방 아파트나 중소형 단지는 집값 하락 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세보증금이 집값과 맞먹거나 초과하는 사례가 흔했던 지역일수록 이러한 불안은 커진다. 임차인들이 애초부터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결과적으로 전세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한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전세대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갭투자 억제와 매매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세시장의 존립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정부가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 해도 이미 신뢰가 무너진 시장이 과거와 같은 규모로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전세라는 제도적 틀 자체가 축소되는 가운데, 임차인들은 더 높은 월세 부담을 떠안게 되고 주거 사다리로서의 기능 역시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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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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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