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컨소시엄, 보건복지부 상대로 ‘추가과업 대가’ 민사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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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계약해지 후 ‘250억’ 배상금 요구
LG CNS 컨소시엄, ‘민사소송’으로 맞불
반복되는 SW 대가갈등, 기준 현실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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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 CNS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발주했던 보건복지부와 사업을 맡았던 LG CNS 컨소시엄 간 소송전이 불거졌다. 최근 공공 정보화사업에서 과업 변경 이슈로 인한 분쟁이 지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의 향배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LG CNS 컨소시엄-복지부 소송전 돌입

12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컨소시엄(LG CNS, 한국정보기술, VTW)은 최근 복지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률 대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컨소시엄은 복지부가 계약 해지 이후 컨소시엄을 상대로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계약 해지 이후 복지부가 요구한 지체상금(배상금) 등이 부당하며 오히려 추가과업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컨소시엄은 지난해 초 복지부에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구두로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이후 복지부가 지난해 말 최종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컨소시엄이 사업 중간에 계약 해지를 요청한 데 따른 자체 정산을 진행했다. 복지부는 컨소시엄이 진행한 과업에 비해 비용이 추가 지급됐으며 여기에 지체 상금까지 포함해 50억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컨소시엄 측은 복지부 측이 요구하는 비용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복지부가 잦은 과업변경(추가)에 따른 수백억원대(예상치) 비용을 컨소시엄에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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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CJ올리브네트웍스 컨소시엄, 국방부 상대 소송서 사실상 전승

업계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CJ올리브네트웍스와 KCC정보통신이 2020년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의 경우 3년여 만인 올해 1월 1심 판결이 나왔다. CJ올리브네트웍스와 KCC정보통신은 2015년 국방부가 발주한 군수통합 정보체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 육·해·공군이 각자 운영해 왔던 군수 정보시스템을 통합하는 사업이었지만 각 군에서 자신들의 특성을 반영한 추가 기능을 부가적으로 요구하면서도 추가과업에 대한 대가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편이 계속 진행하는 것보다 손해가 더 적다고 판단한 컨소시엄 구성사와 하도급 업체들은 무더기로 사업에서 손을 뗐고 남아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이 해당 기업들의 업무까지 떠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자 국방부는 남아있는 업체들에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이에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이 국방부를 상대로 대가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심 법원은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국방부의 지나친 과업 변경으로 납기 기한을 못맞춘 상황인 만큼 사업자가 지체상금을 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추가과업을 통해 계약에 명시된 것보다 더 많은 기능의 솔루션을 확보하게 됐으니 결국 국방부가 부당이득을 취한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부당이득에 해당하는 만큼의 대가, 즉 추가과업 대가를 지급해야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사업의 지연이 업체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게 아님에도 지체상금을 부과한 결정도 잘못됐으니 지체상금도 반납하라고 선고했다.

공공사업 ‘갑질’ 관행, 책임 회피 관료사회가 초래

이처럼 민간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업계에서는 과업분쟁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업자는 사실상 과업변경에 대한 추가 대가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발주자는 사업자 선정 전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과업을 제시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능점수(FP) 등을 산정해 사업 금액을 정한다.

문제는 소프트웨어(SW) 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자 선정 후 협의단계에서 RFP 안에 담긴 과업이 구체화되며 초기 RFP 내용의 변경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통상 선정된 사업자가 실제 RFP를 분석해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과업범위가 더 명확해지고, 발주자와 협의를 거쳐 실제 구현 가능한 과업이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현실은 발주 단계 RFP 과업과 금액을 벗어나지 못한다.

민간기업 사이의 거래였다면 당연히 추가과업이 필요할 때 적정 대가를 합의하고 당초 계약을 수정해 진행하면 될 일이지만 유독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IT사업에서는 이같은 당연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작성하고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걸핏하면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관료 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이같은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중견 IT서비스 기업의 대표는 “당초 계약에 명시한 사항이 제대로 구현됐는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수행사·발주처 중 어느 쪽 과실이 더 큰지 등을 두고 논쟁이 생길 수 있다”며 “문제는 국가계약법상 이같은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 대한 규정이 정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금액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더라도 과업변경 심의위원회 등 여러 중재 절차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행사가 투입한 추가작업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기는 어렵다”며 “공무원 입장에서는 애당초 사업 예산을 제대로 책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해야 하는 사안이기도 하기에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수주한 사업은 끝내기 전에 수행사가 발을 빼고 나오기가 매우 어렵다”며 “공무원이 최종적으로 사업 산출물에 대해 검수를 해줘야 프로젝트가 끝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보고 사업을 털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토로했다.

실제 공공 IT 사업에서의 이 같은 발주처 갑질은 과거 10여 년간 진행돼 온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등과 함께 공공 IT 시스템의 부실을 초래한 이유로 지목된다. 대기업 참여를 막은 탓에 혁신 솔루션이 공공 IT 시스템에 발붙일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 데다 추가과업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은 관행까지 이어지면서 정부·공공사업에서 아예 발을 뺀 곳들도 많다.

정부가 말로는 민간·공공의 디지털 전환을 독려한다고 하지만 정작 이에 필요한 예산은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익멱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사업은 박한 예산에도 과업이 추가되는 경우가 빈번해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사업수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국내 IT 서비스 산업과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공 IT 사업에서 정당한 대가 체계가 자리잡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 임원도 “계약사항에 대한 다툼을 원활한 합의로 해결하지 못하고 장시간에 걸쳐 막대한 소송 비용을 들여 법원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한국의 공공 IT 시장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다”며 “공공 IT 사업의 발주 및 계약 관행에 대한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