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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직구액 전년비 26%↑ K뷰티 수출 비중이 57% 달해 美 소액 면세 폐지 정책은 변수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역직구(해외 직접 판매)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0억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의 인기로 화장품 품목 매출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외국인의 한국 화장품·향수 직구 금액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역직구 30억 달러 중 3분의 1이 K뷰티
6일 관세청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향료·화장품 해외 역직구 금액은 전년 대비 86% 증가한 9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K-뷰티 바람을 타고 상품 역직구 규모는 2019년 5,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7배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 전체 품목 해외 역직구 총액(29억300만 달러) 중에서 K뷰티 품목이 3분의 1에 달한다. K뷰티 품목은 2018년 의류를 누르고 1위에 오른 뒤로 줄곧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68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8억4,000만 달러로 역대 1분기 최고치를 경신했다. 1분기 화장품 역직구 규모는 약 4,145억원이다.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대형 뷰티 업체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중소 업체들의 제품이 미국과 유럽 선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커머스를 통한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뷰티 다음으로는 패션(17.0%), 음반·비디오(6.4%)가 많이 팔려 K팝과 K패션에 대한 해외 수요가 이커머스에서도 확인됐다.
美 역직구 전년 대비 70% 성장, 中은 감소세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 소비자들의 역직구 규모가 가장 컸으며 미국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 수출액 중 일본으로 향한 금액이 10억4,4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미국(7억5,0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특히 미국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 약 70%를 기록해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3위는 중국으로 지난해 역직구 수출 규모가 4억3,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의 역직구 규모는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보편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른바 소액 면세 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해 국내 역직구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전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소액 면세 제도 폐지의 첫발을 뗀 셈인데 다른 나라로도 번지면 한국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지난 2월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액 면세 제도를 전세계 모든 국가에 적용하기로 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 국가들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선포한 만큼 EU(유럽연합)와 한국까지 적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소액 면세 폐지가 한국에도 적용되면 당장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직구 판매액이 가장 큰 의류(9912억원)와 패션 관련 상품(3037억원)을 비롯해 K팝과 K푸드 열풍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음반 관련 상품(1106억원)과 음·식료품(515억원)이 대상이다.
아모레퍼시픽 등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 출시
이런 상황에서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역직구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역직구 수요가 감소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일본 등 타깃 국가를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해외 진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셀러와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판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이다. 2023년 1월 선보인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 아모레몰의 성과가 뚜렷하다. 현재 61개국에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 비중은 미국이 가장 크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도 신규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디 뷰티 브랜드가 해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이커머스도 관련 역직구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셀러 수요도 급증했다. 무신사는 2022년 9월부터 글로벌 스토어를 열고, 국내 브랜드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미국과 일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신사는 뷰티 브랜드를 확대하고, 뷰티에 특화한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디 브랜드를 국내 스토어에서 육성해 글로벌 스토어에 입점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알리익스프레스도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역직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셀링은 한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해외 시장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핵심 상품 중 하나는 ‘K-뷰티’다. 첫 판매 시장은 미국, 일본, 스페인, 프랑스 4개국을 선정했다. 역직구몰 사업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국내에서 헬스 앤 뷰티(H&B) 스토어를 운영하는 CJ올리브영은 2019년 글로벌몰을 선보이며 역직구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올리브영 글로벌몰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